녹색들머리과정 - 네 여자의 수다 “종이 한 장에서 숲을 보다”

 회원이야기/회원참여       2004. 11. 8. 15:10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만일 당신이 시인이라면 당신은 이 종이 한 장속에 구름이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름이 없으면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나무가 자랄 수 없다. 나무가 없으면 우리는 종이를 만들 수 없다" - 틱낫한 -

[img:greenafter_02.jpg,align=left,width=300,height=225,vspace=5,hspace=10,border=1]뭔가 글을 쓰고자 할 때는 왜 문득 겁부터 덜컥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시절 쓰던 레포트도 아니고 취업란의 자기소개서 마냥 뭔가 대단한 말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부담감 때문에 첫머리를 좋아하는 분의 글을 인용했습니다.

종이 속에서 구름과 비와 나무와 햇살을 볼 수 있는 마음으로 우리가 논의 했던 문제들을 생활 속에서 하나씩 실천해 나간다면 정말 즐거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천주라는 곳에서 같이 식사하면서 생태발자국을 측정해보고 생태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실천방안들을 논의 해 보았습니다. 중고품을 애용하고 새 제품을 줄이기, 화장지 두 칸 쓰기부터 안 쓰고 손수건으로 닦기, 음식물 남기지 않기와 소식(小食)하기의 타협점 찾기, 면생리대 사용과 압박붕대 생리대 사용 등.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을 연상케 하는 수다의 장이었죠. 아, 넷이었나요?
좌우지간, 신정은 님께서 화장지 두 칸 쓰는 문제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해주셨어요. 화장지를 두 칸씩 사용할 때는 오줌이 묻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 손을 씻게 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렇게 되면 다시 물을 쓰게 되므로 휴지를 오줌 안 묻을 만큼 쓰는 것과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것 등 평소에 저도 그 게 궁금했었는데 의문을 풀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밖에서 음식을 사먹을 때 항상 고민되는 것이 소식과 음식물 남기지 않기라는 두 가치의 충돌이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식당 아주머니들은 어찌나 인심이 후하신지 조금만 달라고 해도 밥과 반찬을 넘칠 정도로 많이 담아주시거든요. 그럴때 마다 생각하곤 했습니다. 이럴 땐 소식을 위해 남기는 것보다는 싸가지고 가거나 다 먹어치우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아니야! 이건 뭔가 아닌데, 깐깐하게 보이겠지만 먹기 전에 먹을 양만큼만 남기고 다시 갖다드리는 건 어떨까!.

[img:greenafter_01.jpg,align=right,width=300,height=225,vspace=5,hspace=10,border=1]화장지문제도 그렇습니다. 물을 아끼자니 화장지를 조금 더 써야 하고 화장지를 아끼자니 물을 써야 합니다. 이도 저도 싫으면 이런 방법도 있겠지요. 아예 안 닦는 방법! 최대한 몸의 진동으로 오줌을 털고 일어나 멋지게 안 닦는 방법 말이에요. ㅎㅎㅎㅎ

그러나 그것도 배변일 경우에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저는 가끔 귀찮아서 안 닦기도 하지만 배변일 경우에는 냄새문제도 있고 안 닦는 문제는 엄두를 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 둘 사이에서 반드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긴데,

제가 생각해본 결과로는 물과 화장지를 동시에 아낄 수 있는 방법은 화장지 한 칸을 네 개로 접어서 닦고 손을 물로 씻는 방법입니다. 화장지 두 칸을 접어서도 물로 씻을 수 밖에 없다면, 화장지를 한 칸만 쓰고 물로 씻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실험해 본 결과. 팬티에 묻는 오줌의 양이 한 칸과 두 칸이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오줌을 두려워하고 살살 닦는 것이 아니라 깊숙이 닦아주어 손에 잔잔히 오줌이 묻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비누를 살짝 묻혀 손을 두세번 깨끗이 비벼 씻으니 아주 상쾌했어요.

[img:greenafter_03.jpg,align=left,width=300,height=232,vspace=5,hspace=10,border=1]신정은 님께서는 화장지를 대용할 수 있는 손수건을 만드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가재손수건 같은 것을 사서 닦고 할 수 있는 오줌전용 손수건이죠. 녹색들머리과정 2기 참가자인 저희들은 그래서 11월 한 달 동안 이 손수건을 한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오랫동안 면생리대를 써오신 신정은 님께서 면생리대를 사용해본 결과 덩어리 같은 분비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생리통도 적어졌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도 밖에서는 아직 사용할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집에서는 한번 시도를 해보았는데, 집에 남아도는 천이 없어서 어머니가 쓰시던 20cm압박붕대를 팬티에 둘둘 말아 밤 시간동안 사용을 해보았지요. 결과는 정말 만족이었습니다. 상처 난 부위를 감는 압박붕대라 그런지 껄끄럽지 않고 신축성이 있어서 거동할 때 불편하지 않고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흡수력이었는데, 자고 일어난 직후였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묻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요. 이불에 따로 천을 깔아놓았는데도 혹시나 새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거든요.

어쨌든 저는 익숙해지면 외출할 때도 그 압박붕대를 하고 나갈 생각입니다. 외출할 때는 활동이 많으니 고정시킬 수 있는 뭔가를 준비해놓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으로 두서없는 글이었네요. 그러나 우리들의 이런 작은 노력을 통해 화장지에서 구름과 비를 볼 수 있다면 실천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 : 심은정 회원(제2회 녹색들머리과정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