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그림 선생님께서 교보환경문화상을 타셨습니다.

 공지사항/회원공지       2007. 4. 26. 13:34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기쁘고 고마운 소식입니다.
설악산과 산양을 지키기 위해 애써오고 계시는 설악 녹색연합의 박그림 선생님이 교보환경문화상 환경운동부문 대상을 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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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받으셨어야 할 상이라고 저희들, 생각하지만 상을 받는 선생님은 이 상을 과연 받아도 되는 것인가 자꾸만 되내이십니다. 여전히 상처입고 힘들어하고 있는 설악산, 산양, 이땅의 모든 생명들의 아픔이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오늘 만큼은 선생님께 마음껏 축하드리고 함께 기뻐하고 싶습니다.

선생님과 더불어 환경교육부문에서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생태교육연구소 ‘터’, 환경언론부문에서 부산에서 낙동강 하구 문제를 영상으로 만들어온 진재운 기자(KNN), 환경예술부문에서 환경디자인으로 늘 우리와 함께 하시는 국민대학교의 윤호섭 교수님 께서 각각 수상하셨습니다.

모두모두 축하드립니다. 함께 축하해 주세요.

[imgleft|070213-007.jpg|250||0|3] 박그림 선생님 수상 소감.
봄냄새가 배어나는 산길을 따라 오르면 설악산을 휘감아 내리는 봄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지나간다. 겨우내 쌓인 눈이 녹고 냑엽을 밀고 파란 싹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만지면 뭉그러질 것 같은 투명하고 부드러운 새싹은 자연의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자연의 흐름은 어김이 없어 머지 않아 설악산 어머니는 수많은 생명의 노래 소리로 뒤덮일 것이다.
겨우내 눈 덮인 설악산을 오르내리면서 산양의 발자국을 쫓았다. 발자국 속에 담긴 삶의 모습을 더듬으면서 산양의 삶 속으로 뛰어들었고 며칠씩 기다리다 만나는 산양의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야생의 당당한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산양은 내 가슴 속에 깊이 새겨져 눈을 감으면 떠올라 설악산을 달린다. 발자국을 따라 산길을 오르내리다 날이 저물면 바위 밑을 찾아 침낭을 펴고 눕는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생명의 소리가 자장가 되어 꿈길로 빠져들고 꿈속에서 산양을 마나 나도 한 마리 산양이 되어 설악산을 누빈다. 오래 전부터 산양이 지천으로 뛰어노는 설악산을 꿈꾸며 살아왔다.

때마다 많은 이들이 설악산을 오르내리지만 그 가운데 몇 사람이나 자연의 경이로움에 넋을 잃고 산길을 걸을 것인가? 설악산 어머니의 아물지 않는 상처를 스스로의 아픔으로 받아들일 사람은 몇 사람이나 될까? 산양형제의 불안한 삶을 들여다보고 안타까워할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빠른 걸음으로 정신없이 산길을 오르는 사람에게 뺨에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의 느낌이나 보는 이 없어도 때마다 피어나는 산풀꽃들의 아름다움과 산새들의 지저귐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산은 욕망의 대상일 뿐이다.
살아가는 날을 꿈꾸며 지난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설악산에 처음 든 지 40년이 넘었고 산양을 찾아 산길을 오르내린지 15년이 넘었다. 과연 설악산 어머니는 나를 아들처럼 여기고 있을까? 산양형제는 나를 형제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교보생명환경문화상을 설악산 어머니와 산양 형제들에게 바친다.
기뻐하실까? 좋은 날을 맞을 수 있을까?

[img|goral.jpg|400|▲ 겨울 숲의 산양 (사진 : 박그림)|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