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의 후원금 이렇게 쓰입니다

 기부이야기       2009. 9. 1. 11:14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어렵게, 힘들게 번 돈일수록 더욱 값집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한분 한분의 회비는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음에도 환경을 지키기 위해 귀하게 후원해주신 회비는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요? 녹색연합의 살림살이를 한 번 들여다볼까 합니다.

우선 녹색연합의 자산을 살펴볼까요?
사무실로 개조한 성북동 주택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기, 전국 곳곳을 누비며 활동가의 발이 되어주는 구형 스타렉스 1대가 있고, 컴퓨터, 책상을 비롯한 사무집기와 카메라, 스피커 등 영상/음향장비가 굵직굵직한 자산목록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녹색연합의 기둥이자 자산은 회비를 내주시는 6천명의 회원님, 그리고 자원활동가입니다. 회원들이 보내주시는 회비와 우연과 필연으로 보내주시는 후원금, 시민운동의 꽃이라는 자원활동가가 있기에 녹색운동을 열정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럼 회원님의 회비는 어떻게 쓰일까요? 녹색연합의 예산은 총회를 통해 연초에 회원님들께 공개 하는데 크게 세 축으로 이뤄집니다. 하나는 녹색연합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벌이는 여러 운동영역에 쓰이는 비용이고, 또 하나는 회원/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시민참여영역의 비용, 마지막 하나는 이 활동들을 지원하고 사무실을 운영하기 위한 비용입니다.

[imgright|090901_15.jpg|350||0|0]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운동영역 비용. 녹색연합의 핵심운동인 백두대간과 DMZ 등 자연생태계 보전과 생태복원을 위한 활동, 야생동물과 그 터전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 군기지 환경감시 활동,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정책을 바꾸기 위한 활동, 정부의 환경정책을 감시하고 바로잡기 위한 활동에 필요한 비용이 바로 그것이지요. 이를 위해 16명의 활동가가 활동하고 있고, 계절에 따라 달라지지만 매달 평균 6,400여 만원이 쓰입니다.
백두대간, 백령도, DMZ에 군기지만 해도 파주, 군산, 부산 등 전국에 흩어져 있어 환경사안을 쫒아 다니다 보면 한 달이 출장으로 가득합니다. 출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생태보전 현황을 조사하기 위한 국외출장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업비용은 대체로 교통비나 숙박비 등 출장에 필요한 비용과 출장에서 얻어진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회의와 토론회, 자료집 제작 등으로 이어집니다. 업무특성상 산으로 강으로 차가 다니기 힘든 곳을 누비고 자료로 남기려다 보니 고가의 장비도 필수입니다. 카메라, GPS, 텐트, 침낭 같은 것들이죠. 덕분에 침낭이나 카메라 등은 활동가들이 없는 살림에 자비로 구비하기도 합니다.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사업 등 잘못된 정책을 알리고 바로잡기 위한 활동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과 현장조사를 가고 기자회견도 합니다. 전단지나 동영상을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홍보도 합니다.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도 진행하는데 대체로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활동가들이 몸으로 때우는 일을 많이 하지요. 소소한 홍보물품 비용을 아끼기 위해 종이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재사용 하는 것은 물론,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 이용도 자주 합니다. 하지만 여러 단체와 연대해서 준비하는 대규모 행사에서는 대형 음향 장비를 빌리는 데만 수백만원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연대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단체별로 조금씩 나누어 분담하게 되는데, 녹색연합은 비교적 큰 단체에 속하기 때문에 분담비용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를 때도 있습니다.

두번째로 큰 비용은 회원/시민들과 소통하고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비용입니다. 이 일을 담당하는 시민참여국에는 협력활동가를 포함하여 15명이 일하고 있는데 회원확대를 위한 캠페인팀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회원서비스와 시민참여활동, 모금기획활동 등을 위해 매달 4,000여 만원을 쓰고 있습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람 품이 참 많이 듭니다. 중요한 환경사안을 알리고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일은 물론, 녹색연합의 활동을 알리고 회원이 되어줄 것을 요청하는 일도 합니다.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환경캠프나 시민강좌 같은 다양한 시민참여행사도 진행하구요.
회원들께 보내드리는 소식지 제작과 발송에 매달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행사진행에 필요한 장소 답사부터 장소대여, 강사섭외, 자원활동가 운영, 시민홍보자료 제작과 대내외의 회의비 등에도 많은 비용이 듭니다. 한 인쇄소의 도움으로 녹색희망 제작비를 후원받고, 가급적이면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성 행사 물품은 만들지 않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마지막 중요한 한 가지는 운영비입니다. 운동영역과 시민참여영역을 지원하고 사무실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한 활동가 4명의 인건비를 포함한 녹색연합의 운영비는 월 1,300여 만원 정도입니다. 이 중 2년에 한 번 돌아오는 정기회원총회, 전국의 지역조직과 공동으로 벌이는 활동들, 활동가교육, 건물을 담보로 한 대출이자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차를 쓰는 출장이 잦다보니 차 수리비도 한번씩 복병처럼 터지구요. 공과금은 사무실에 에어컨이 없다보니 여름보다 겨울철 도시가스 비용이 만만치 않고, 시대가 시대인 만큼 컴퓨터/통신 비용도 많이 듭니다.

이렇게 해마다 쓰이는 예산은 감사하게도 회원님의 회비와 후원금으로 절반 정도는 충당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국제 환경보호재단과 환경에 관심이 많은 기업의 후원금, 연구용역비, 프로젝트비로 충당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가 나빠져서 국제재단의 후원도 줄고, MB정부의 압박 탓에 뜻있는 기업들도 한걸음 뒤로 물러서 있어 고민이 많습니다. 보릿고개를 헤쳐나갈 혜안이 필요한 때입니다.

글 : 신근정 (녹색연합 조직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