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보고 들었던 생각은… 미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사가 시작된 지 벌써 2년입니다. 신문에서 종종 기사를 보았고 그때마다 혀를 끌끌 찼습니다. 언제인가는 4대강 공사에 반대하는 서명용지에 주저 없이 사인을 하고 적은 돈이나마 후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제에서야 처음으로 가 본 4대강 공사 현장 앞에서, 제 나름으로는 관심을 가져 왔다고 자부했던 순간들이 허무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는 곧, 너무 늦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본격적으로 4대강 모니터링 활동을 시작하기 전, 1박 2일간 남한강과 낙동강 일대로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벌써 밤 12시를 넘어가고 있는데, 내일로 미루지 않고 굳이 오늘 글을 씁니다. 4대강에 대해 제가 느꼈던 감정을 객관화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한강으로 향하던 중 라디오 방송에서, 이미 완공단계에 들어선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무책임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말처럼, 직접 마주한 4대강 현장은 삽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이었습니다. 남한강의 이포보 쪽에는 이미 그럴싸하게 생긴 공원이 들어섰더군요. 그래요, 몇몇 곳은 꽤나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던 습지와 모래톱을 걷어낸 자리에는 콘크리트와 바위덩어리로 만들어진 제방이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는 그럴싸함 뒤로 죽어나간 수많은 생명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몇 년 뒤에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곳의 “문화 레저 시설”을 즐기러 가는 사람들이 생기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의 공사”라는 기억은 사라진 채, 인공적으로 심겨진 나무들을 보며 ‘친환경’이나 ‘생태’니 하는 수식어구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지도 모르죠. 그곳에 살던 단양쑥부쟁이며, 흰목물떼새며, 수달 같은 녀석들은 그때쯤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남한강 강천보의 모습

이튿날 방문한 낙동강에는, 상주보의 무너진 제방을 제대로 보강공사조차 하지 않은 채 흙으로 덮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다가올 여름에 거센 비가 내린다면 다시 무너질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상주보 뿐만이 아닙니다.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길을 막고, 인간이 정해준 길로 흐르라는 억지는 이미 여러 곳에서 정말로 ‘억지’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올해만 돌이켜 보더라도, 구미 지역에 발생한 단수 사태와 왜관 철교의 붕괴 등 여러 개의 황당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무리한 공사 일정 중에 죽어간 노동자 분들도 여럿입니다.

낙동강 상주보. 제방이 무너지고 난 뒤 그 위에 흙을 쏟아붓고 있다. 날림복구의 현장

 

낙동강 지류인 영강. 제방보호를 위해 돌들을 깔고 있다. 지난 비에 일부가 유실되었다.

이번 여름에는, 정부가 이야기하던 4대강에 대한 이야기들이 결코 진실이 아니었음을 제 눈으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4대강 모니터링단은 4대강 공사에서 무엇이 진실이었고 무엇이 거짓이었음을 밝히는 활동들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공사장 바로 곁에 있는 취수장·양수장의 물 공급 문제와, 수질 문제, 역행침식으로 인한 보, 하상유지공, 제방 등의 유실 문제, 재퇴적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장마로 인한 강우, 태풍으로 인한 홍수가 발생할 경우에는 그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녹색연합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오셨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밀어붙이기 역시 만만치 않았죠. 아마도 4대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 이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보려 합니다. 맞아요, 저는 너무 늦게 4대강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틀 간 공사 현장을 돌아보고는, 이대로 모른 척 하고 돌아서기에는 앞으로의 강의 미래가 너무도 불투명하고, 또 동시에 너무도 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완공과 동시에 사라질 문제가 결코 아닌, 어쩌면 평생 안고 가야 할 커다란 짐이니까요.

우리에게는 아픈 기억은 외면하고, 차라리 잊어버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보지 않는 편이 편하니까,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고 애써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하죠. 그렇게 ‘그들’이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4대강의 기억은 점점 잊혀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갑니다. 하지만 기억은 권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4대강에 대한 기억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놓아버리기에는 너무도 아픈 기억이 아닌가요.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는데… 너무 늦었다고 고개를 흔들지 말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4대강 문제를 스스로와 동떨어진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글 : 기화 (호우기 4대강대응활동 자원활동가)

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