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인문학 마지막 강의는 숲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하루걸러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 비가 오면 어쩌나 계속 걱정했는데. 다행히 토요일 오전 화창하진 않지만 오늘은 비소식이 없네요.

우리가 찾은 곳은 인천 계양산입니다. 계양산은 서울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인천 사람들에겐 소풍도 즐겨오고 주말마다 산행을 오는 하나밖에 오는 산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산이 골프장으로 개발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산을 소유한 대기업이 수년째 골프장 건설을 밀어부쳤는데, 바로 얼마전 인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골프장 건설 계획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골프장이 건설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동안 인천녹색연합과 인천의 시민단체들, 계양산을 사랑하는 시민들은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하네요. 인천녹색연합의 활동가는 나무 위에서 50여일 넘게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며 생활했고, 이어 목사님 한분은 100일 넘게 그곳에 계셨다고도 합니다.
특히 계양산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양산의 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다 세고, 생물들을 다 조사해서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 숱한 고생들이 결실을 맺어 계양산이 지켜졌다고 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오랜만에 날이 개어서인지 많은 시민들이 계양산을 찾았습니다. 길에서 조금만 걸어들어가도 울창한 소나무 숲이 펼쳐지네요. 

아, 이곳이 골프장이 되었다면...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오늘 강의를 해주신 유종반 인천 녹색연합 대표님은 '헛헛하다'는 말의 의미가 뭐냐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헛헛하다는 말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말한답니다. 요즘엔 다들 헛헛해합니다. 그래서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물건도 사들이고, 여행도 가고, 또 이런 공부도 하지만, 그래도 헛헛합니다. 나는 가수다 프로에서 임재범이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날 위로해주지"라는 노래에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 이유는 바로 그 헛헛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이야기 하시네요. 왜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을까? 유종반 님은 그 답을 자연의 빈자리에서 찾으셨습니다.


지구 위 모든 생물들은 다 보이게, 보이지 않게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 인문학 강좌 내내 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 생물종 하나가 멸종된다면, 내가 바로 느끼지는 않더라도 나를 이루게 했던 어떤 일부가 사라진 것을 의미합니다. 그 빈자리를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만약 계양산 골프장이 생겨서 이 울창한 소나무가 다 사라졌다면, 그 자리에 아무리 친환경적인(?) 골프장인들 소나무숲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하늘다람쥐가 멸종된다면, 그 자리를 비싼 가방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오래전 읽은 책에서 숲속에 들어가면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외로움, 혼자라는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데, 그 차이가 숲속의 존재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과, 그렇지 않은 느낌의 차이라는 걸 읽은 적이 있습니다. 생태적 감수성이란 이 세계가, 이 자연이 이렇게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것, 나아가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나무 이름, 새 이름을 더 많이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너와 내가 지구 위의 같은 존재라는 걸 알고 느끼는 게 아닐까요?

글 : 소남(녹색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