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얼굴로 지구를 여행하고 있으세요?

 기부이야기       2011. 7. 18. 12:00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한국인은 표정이 없다고 한다. 거리캠페인을 하면서 절실히 깨닫는 말이다. 외국인들은 눈만 마주쳐도 웃으며 인사한다. 반면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 마주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 사실 모르는 사람과 눈 마주치며 인사하는 게 나도 쉽지만은 않다. 매일 사람들을 만나 녹색을 전하는 게 일인 나에게조차도! 거리캠페인을 통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안녕하세요, 녹색연합니다. 녹색을 살리는 소중한 참여 부탁드립니다.” 라고 외치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다가간다. 하루 평균 200명씩, 올해만 해도 2만 번 넘게 녹색을 외쳤다. 그러는 사이 나도 모르게 사람 공부를 하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만큼 다양한 반응들을 볼 수 있다. 대략 8가지 유형으로 생각해 보았다.

  1. 핸드폰을 꺼낸다. 진짜 연락이 올 때도 있지만 시간만 보고 다시 넣는 사람들을 보면 되레 미안해진다.
  2. 바빠형 : “바빠요.”, “늦었어요.”, “다음에 할게요.”, “했어요.” 라고 건네며 뛰어간다. 특히 지하철에서 많이 보는 사람들이 이렇다. 바빠야만 하는 이 사회가 안타까울 뿐이다.
  3. 이어폰형 : 이어폰을 끼고 개인만의 소리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녹색의 외침에 잠깐 한쪽 이어폰을 뺐다가 이내 다시 꽂는다. “저희의 녹색 소리 잘 들리시죠?”
  4. 공격형 : 인상을 얼굴 가득, 세상의 걱정을 다 안고 가기도 한다. 보통 이런 분들이 “됐어요.” 손을 치시며 상처를 주신다. 1년 전, 부모님과 같이 걷던 유치원생 아이가 “NO! NO!"를 외치며 손사래를 쳤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 그 때 충격이 꽤 컸었나보다.
  5. 무관심형 : 우리의 녹색소리가 안 들리는 걸까? 하나의 미동도 없이 앞만 보고 가시는 님은 10리도 못가서... 기억난다.
  6. 관심형 : “뭔데요?”, “서명만 하면 되요?”라고 얘기하며 캠페인 테이블로 걸음을 옮기신다. 어깨춤이 절로 난다. 삭막한 곳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다. 녹색연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주어진다.
  7. 회원형 : “회원입니다. 힘내세요.” 사람들한테 아무리 상처를 많이 받았어도,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있지 못할 때에도 이 한마디만한 특효약이 없다. “감사합니다. 저희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8. 어르신형 : 보통은 “늙은이가 뭘 알아?” 하시며 피하신다. 인생의 깊은 연륜이 느껴지는 일부 어르신께서는 환경오염에 더 가슴 아파 하시고, 고생이 많다며 입이 닳도록

칭찬해 주신다.

불혹, 40부터는 본인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과 캠페인에 대한 반응은 비슷하다. 처음 교육을 받을 때에는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한테 다가가 녹색을 외치라고 배운다. 요령이 생기는 건지 접근하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따로 익혀진다.

이번 주 서울역을 시작으로 한 달 동안 “녹색여행” 캠페인을 하고 있다. 녹색여행의 의미와 수칙을 소개하면서 문득 우리 모두는 지구를 여행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신나고 즐거운 여행인지, 짜증나고 힘든 여행인지는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녹색연합 회원들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듯이 말이다. 녹색연합 회원님을“아름다운 지구인”으로 임명하는 것도 비슷한 의미인 것 같다.
 
내일도 저희는 녹색을 외치러 갑니다. 누군가 “안녕하세요. 녹색연합니다.” 라고 외치며 다가오면 기뻐하세요! 따뜻한 얼굴로 지구를 여행 중이라는 증거니까요. 거울을 들여다보세요. 당신은 어떤 얼굴로 지구를 여행하고 있으세요?

글 : 이금희(녹색연합 나눔개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