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룡뇽과 맹꽁이가 이어준 한·일

 활동이야기/야생동물       2011. 9. 19. 16:19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멸종 위기 양서류 보호하려고 연대활동 펼치는 양국 시민단체들…
사라지는 양서류의 처지는 지구 운명의 경고등

도롱뇽과 맹꽁이를 통한 한국-일본 교류가 움트고 있다.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다는 양서류를 보전하려고 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연대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먼저 일본의 자연보호협회 활동가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8월24∼28일 백두대간 점봉산 일대의 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와 충북 청주 원흥이방죽의 두꺼비 서식지를 찾았다. 양서류를 보전하기 위한 시민모니터링 경험을 공유해 한·일 간 야생동물 보호운동을 발전시키려고 기획됐다.
일본의 대표적 자연환경 보전단체인 일본자연보호협회와 한국의 녹색연합, (사)두꺼비친구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사업이다. 올해는 일본에서 한국을 방문하고, 내년 2월에는 한국에서 일본을 방문해 서로 경험을 나누고 성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양서류 가운데 가장 차고 맑은 물에 사는 꼬리치레도롱뇽.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민감해 지구온난화 지표종으로 분류된다. 강원도 인제군 점봉산에서 지난 7월 촬영했다

   
양서류, 멸종 속도 가장 빠른 동물군

양서류는 지구온난화를 비롯해 각종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지구적 차원에서 멸종 속도가 가장 빠른 동물군이다. 학자들도 이에 대해 경고하고 함께 우려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Red List) 중에 포유류는 4종 중 1종, 조류는 8종 중 1종, 양서류는 3종 중 1종꼴로 밝혀놓고 있다. 이 중 양서류가 가장 빨리 멸종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2030년 전후로 상당한 양서류의 멸종을 경고하고 있다.

한반도에는 남북한을 통틀어 양서류 17종이 서식하고 있다. 개구리,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 등이다. 일본에는 66종의 양서류가 있다. 일본에는 없는데 한국에는 흔한 종도 있다. 이번 연대활동을 위해 방문한 일본자연보호협회 회원들은 백두대간 점봉산 일대의 깊은 계곡에서 무당개구리와 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Fischeri)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까닭이다.

두 나라의 양서류 지킴이들이 첫 방문지로 택한 곳은 강원도 인제·양양군에 걸쳐 있는 점봉산. 이 산은 국내 제일의 생물다양성을 자랑하는 숲을 품고 있다. 작은 골짜기로 파고든 한·일 양서류 모니터링단의 발걸음은 꼬리치레도롱뇽을 찾아헤맸다. 유난히 비가 많이 온 여름이라 계곡에는 물이 많았다. 계곡물이 불어나면 꼬리치레도롱뇽은 바위틈에 제 몸을 깊숙이 밀착시키고 검은색 발가락으로 강하게 움켜쥔다. 그래서인지 한참을 헤맨 끝에 8cm가량의 꼬리치레도롱뇽 한 마리를 발견했다. 양서류는 태초부터 물과 땅을 오가며 진화해갔다. 그래서 양서류를 관찰하려면 계곡이나 하천, 호수와 연결된 곳을 찾아야 한다.

한국 도롱뇽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꼬리치레도롱뇽은 천성산을 통해 한 번 떴다가 요즈음은 잠시 주춤해졌다. 그렇지만 차가운 계곡물을 여유 있게 흔들듯 헤엄치는 자태만은 당당하다. 꼬리치레도롱뇽은 한반도 양서류 중에서 가장 맑은 물에 산다. 생활공간도 생태적으로 가장 울창한 숲에서만 산다. 이번 한·일 양서류 연대활동에서 꼬리치레도롱뇽을 찾은 건 국내 최대의 도로터널 공사 현장인 인제터널 때문이다. 

지난 8월26일 양서류 모니터링을 하려고 인제군 점봉산을 찾은 한-일 두 나라 환경운동가들이 희귀종인 무당개구리를 관찰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한·일의 도룡농 형제

녹색연합은 지난 5월부터 인제터널 공사로 인해 지하수가 유출돼 주변 계곡물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려는 장기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이를 위한 지표생물로 꼬리치레도롱뇽을 선정해 관찰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와 양양군 서면 서림리를 관통하는 10km 장대터널 주변 상단에 터널 공사로 지하수가 유출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꼬리치레도롱뇽은 계곡물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종이라서 지하수가 유출돼 계곡물이 줄어들면 서식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꼬리치레도롱뇽을 관찰하는 것이다.

꼬리치레도롱뇽은 전세계에서 러시아 극동부터 한반도 지리산과 천성산 등 동북아 일대에서만 서식한다. 일본에는 꼬리치레도롱뇽의 형제 격인 하코네산도롱뇽(Onychodactylus Japonicus)이 일본 혼슈를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다. 맑은 물과 울창한 숲을 기본적인 서식 조건으로 한다는 점에서 두 종은 거의 동일한 생태환경에 의지한다. 이런 사정 탓에 일본자연보호협회 회원들은 꼬리치레도롱뇽의 관찰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이번 방문에서 일본 활동가들은 한국의 시민참여형 양서류 보전활동에도 흥미를 보였다. 그래서 방문 현장도 고속도로 등 국책사업으로 인해 양서류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제터널과 ‘두꺼비 성지’로 알려진 청주의 원흥이방죽으로 택했다.

일본 방문단을 이끌고 온 슈미야 다케하루 팀장(일본자연보호협회)은 한·일 자연보전 활동 교류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이번 방문으로 한·일 간 양서류 보전활동의 사례를 나누고 발전시켜나가길 기대한다. 한국의 맹꽁이나 두꺼비 등을 보호하는 운동에 관심이 많다.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양서류를 지키는 한·일 양국 시민들의 활동이 서로 도움을 주며 발전하기 바란다.”

내년 2월에는 한국의 양서류를 지키는 단체 활동가들이 일본 도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일본의 개구리와 도롱뇽을 지키는 시민들의 활동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한·일 양국이 양서류 시민보호 활동의 성과와 경험을 한자리에 모아서 전문가들과 함께 보전의 실마리를 잡아보는 심포지엄도 연다.

난개발 위험 알리는 지표종

지난 몇 년 사이 국내에도 양서류가 개발과 보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서울의 한강르네상스와 신월동 아파트 건설 현장 등의 맹꽁이 서식지를 비롯해 대구 망월지의 두꺼비 서식지, 대전과 인천의 맹꽁이 서식지 등 양서류가 도시 난개발의 위험성을 알리는 지표종으로 부각됐다. 기후변화와 난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양서류의 처지는 지구 운명의 경고등과 같다.

글 /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  이 글은 한겨레21 제 876호(2011. 09.05)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