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정지! 잠깐만!” 지난 7월, 장마가 거의 끝나갈 때 남한강의 지류인 한천 합수부를 둘러보고 나오는 중이었다. 한천을 가로질러 놓여있던 용머리교가 이상해보였던 것이다. 교량 중앙을 중심으로 왼쪽부분 15m가량이 내려앉아 있었다. 자세히 살펴본 결과 교량 아래쪽에서 기둥을 지지하던 토사가 쓸려나가며 생긴 결과였다. ‘역행침식’ 때문이었다.

  ‘역행침식’은 강 본류만 준설을 하게 되면 지류하천이 본류하천으로 ‘폭포’처럼 쏟아지게 되면서 생기는 침식현상이다. 가팔라진 하천의 강물은 미끄럼 타듯 빠르게 내려가며 좌우의 제방과 교량을 무너뜨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경험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북 상주에서 낙동강을 만나는 ‘병성천’이라고 하는 하천이 있다. 올해 2월에 이곳을 처음 방문했는데 ‘역행침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물길을 따라 깊은 골이 생겨나 있었고 하천바닥이 딱딱해 깎이지 않은 곳은 폭포가 생겨나기도 했다. 문제는 3월, 4월, 5월, 7월 등 매월 방문했을 때마다 다른 모습을 한 것이다. 준설이 끝난 합수부에 비가 온 뒤 거대한 모래톱이 생겨난 것을 다시 준설했는데 그 다음 비에 다시 모래톱이 생겨난 것이다. 이곳에서 직접 관찰한 것만 3차례나 된다.

  이런 문제들을 발견한 뒤 좀 더 적극적으로 조사를 다녔다. 낙동강은 매우 광범위하게 ‘역행침식’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정도의 차이일 뿐 거의 모든 지류하천이 그랬다. 경북 구미의 감천에서는 매우 ‘신비’한 것을 봤는데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마치 나이야가라 폭포처럼 좌우로 긴 폭포가 강바닥에 생겨난 것이다. “이 폭포는 ‘엠비야가라’라고 불러야 할 것 같네요.”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대구의 용호천과 금포천이라는 곳에서는 하천 바닥이 침식돼 ‘미니 그랜드캐년’이 만들어졌다. 


  현장을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이 사업은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 칠곡군의 왜관철교는 민족의 아픈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문화재였으나 4대강 사업 때문에 무너져 버렸다. 물을 오염시킨다며 농민을 쫓아내고 만든 생태공원은 벌써 물에 잠겨버려 심어놓은 나무들이 다 죽어버리기도 했다. 강변에 맞지 않는 나무들을 심어놓은 탓이다. 심지어 창녕합천보(구 합천보) 둔치에는 배나무와 복숭아나무를 심어놓기도 했다. 이 나무들은 당연(?)하게도 침수된 뒤 말라 죽었다.

  정부는 이번 장마가 끝나고 나서 수해피해가 거의 없는 것처럼 떠들고 있다. 황당한 것은 이제까지 4대강 유역에서는 수해피해가 원래 거의 없었다. 이미 정비가 다 끝났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모니터링 하면서 발견한 피해만해도 엄청나다. 꾸준한 거짓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이제 4대강 사업은 끝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10월 8일에는 ‘그랜드오픈’행사를 한다며 벌써부터 난리법석이다. 오픈 행사비용만 ‘어~억’소리 나올 만큼 거금을 들인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완공을 할 수 있을까?! 축하할 만한 일일까? 우리의 모니터링 결과로는 확실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은 스스로의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이 항체를 생성해 병균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찢어진 살이 다시 붙고 채워지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정부가 엄청난 상처를 낸 강바닥은 그런 노력을 힘겹게 하고 있다. 사실 ‘역행침식’이라는 것은 지류하천의 흙과 모래들을 깎아내 본류를 채우는 과정이다. 그런 와중에 인공시설인 제방과 교량이 무너져 사람들에겐 피해가 된다.

  며칠 전엔 독일의 저명한 하천학자가 한국을 방문해 눈물을 흘리고 갔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강을 ‘유럽’을 본받아 인공하천으로 만든데 대한 슬픔이었다. 그의 행동은 파괴에 익숙해져버려 눈물이 말라버린 우리에겐 채찍이었다. 우리가 늘 주장하듯 그 역시 ‘지금이라도 중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글 김성만 /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