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할 수 없는 동반자

 활동이야기/골프장대응       2011. 10. 11. 11:54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강원도는 골프장 공화국⑥] 유기농업과 골프장

2011년 현재 강원도에서 운영중인 골프장은 42곳, 건설 추진 중인 골프장은 41곳이다. 이는 면적만 약 1천 225만평(43,769,652㎡)에 달하며 여의도 면적의 18배, 축구장 6,690개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더욱이 홍천군에만 13개의 골프장이 들어선다. 현재 강원도에 무분별하게 건설되고 있는 골프장으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점을 다양한 지역의 현장의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고 그 해결점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지난 9월 26일,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가 아시아 최초로 경기도 남양주에서 열렸다. 정부는 이번 세계유기농대회 유치로 유기농업 저변 확대와 유기농 정신의 국민적 확산 계기 마련하고 우리나라 유기농업이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산실인 팔당 유기농단지를 철거할 계획이며 유기농업을 지원하는 마을단지 옆에 골프장을 허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미리마을전경_ 두미리는 마을전체가 정부가 지원하는 유기농클러스터로 지정되어있다. 농지옆 산을 깍아 골프장을 만들 예정이다. ⓒ강원도골프장범대위



청정강원의 새로운 동반자, 골프장

강원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전국2위의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는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42개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고, 건설을 추진 중인 곳도 41개에 이른다.
전국농산물품질관리원의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실적 중 인증면적 비중 3위, 경지면적 비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강원도 내 시군의 친환경농산물 총 재배면적은 14,889ha로 춘천(8,403ha), 홍천(855ha), 양구(731ha)순이다. 이중 유기농 재배 면적은 총 1,281ha로 홍천(231ha), 철원(209ha), 춘천 (128ha)순으로 재배면적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홍천에는 3개의 골프장이 운영중이고, 10개의 골프장이 인허가과정에 있다.


유기농클러스터로 지정한 홍천 두미리에도 골프장이...

유기농생태마을 두미리는 마을전체가 수박, 가지,쌀등의 유기농업을 하고 있으며 정부가 지원하는 유기농클러스터로 지정되어 있다. ⓒ강원도골프장범대위



현재 홍천 서면 두미리에는 두미CC(회원제 18홀, 대중 9홀)가 사전환경성검토과정을 거쳐 골프장 허가과정에 있으며, 팔봉리의 대명CC(대중 18홀)는 벌목이 진행되는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는 홍천군 서면 4개마을(두미리, 반곡리, 어유포리, 팔봉1리)에 국고와 지방비 65억원을 들여 유기농클러스터 조성하여 상지대학교, 홍천군, 강원발전연구원이 함께 지원하고 있다. 홍천군은 순환형 유기농 체계와 유기농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유기농협의회를 결성하는등 생산, 판매부문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홍천 주민들은 최근 유기농생산지 인근에 골프장 건설이 급증하면서, 농약 및 하천오염으로 인한 친환경농산물 인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두미리는 마을전체가 유기농업 생산지로 수박, 가지,쌀등 매년 매출액이 40억원에 이르며 두미리 축산업 역시 정부 신활력사업으로 9억원의 지원을 받아 유기축사 시범농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 지자체 관계행정기관 등으로 구성된 환경성검토협의회에 참여한 원주지방환경청 장아무개 평가과장은 "해당 사업지구 하류의 두미리는 유기농 확산 등 신활력사업의 당초 취지 및 목적과 부합하지 않으므로 신활력사업 추진기관 및 주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개발허용범위 및 주민제안서 입안 여부를 재검토해라" 라고 협의의견을 제출하였으나 홍천군은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최근 주민들이 이와같은 과정을 알고 홍천군에 문제제기를 하였고, 결국 홍천군은 유기농클러스터 조성사업 관련 저감방안으로 제시된 내용에 대해 주민대책위와 합의하여 전문기관에 의뢰,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두미리 유기농클러스터 사업이 사실과 다르게 평가절하되어 기록되어 있다.ⓒ강원도골프장범대위

 
또한 골프장 사전환경성검토서에서는 이와 같은 유기농 집단생산지 현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두미CC 사업자가 보완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서를 보면 “두미리 친환경농업 클러스트사업은 목적과 효과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홍천 유기농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하는 마을은 매년 40억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골프장사업자가 제대로 된 조사없이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것이다.


골프장 농약은 맹․고독성만 아니면 되거든

골프장은 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1년에 2회이상 골프장 토양, 잔디,유출수 시료를 채취하여 농약잔류량 검사를 한다. 그러나 이 검사는 맹․고독성농약 사용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이므로 보통독성, 저독성이 확인되는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조사결과 사용이 금지된 농약중 맹․고독성 농약이 검출될 경우 수질과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 1,000만원 이하, 잔디품목 미등록농약이 검출될 경우 농약관리법에 의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각각 부과받을 뿐이다. 2010년 충북도내 골프장의 농약검출조사 결과 전년도보다 검출빈도와 농도가 증가하였는데도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은 이를 고독성농약을 제외한 농약의 사용량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환경부에서 2009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2008년)보다 골프장수는 7% 늘었고 전국의 골프장에서 연간 사용한 농약은 총 366.4톤으로 전년도 대비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 잔디를 유지하기 위한 농약이 땅을 위한, 생명을 위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유기농업보다 우선일까? ⓒ녹색연합




골프장 3개가 하나의 하천공유시 200배의 오염

골프장에 따른 생태계훼손 문제가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최근에는 친환경골프장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마치 골프장으로 주변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두미리를 사이에 두고 두미CC와 대명CC가 만들어질 계획이다. 골프장이 하나의 하천을 공유할 경우 오염도는 수백배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강원도골프장범대위



그러나 2003년 한국환경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골프장 운영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산지에 입지하는 골프장은 구조적으로 수계의 발원지 또는 집수역에 조성되어 하천의 생태계를 단절하고, 골프장의 배출수에 의해 하류의 하천을 오염시켜 하천에 서식하는 생물의 서식지를 변하게 하고, 이러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될경우 오염에 내성이 종들만 생존하게 하여 종의 구성을 단순하게 만들어 자연적으로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도달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오염내성 지표식물인 깔따구류의 개체수를 분석해 보았을때 골프장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경우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에 비해 67배 이상의 오염도를 보이므로 골프장 3개가 한 하천을 공유할 경우 약 200배의 오염을 유발하는 계산이 나온다"고 밝히고 있다.

마을 전체가 유기농업을 하는 두미리는 마을을 사이에 두고 2개의 골프장(두미CC, 대명CC)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골프장이 운영되면 유기농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해보인다.


공생할 수 없는 골프장과 유기농업

이런 문제들로 보면 한 마을에, 하나의 수계를 사용하는 지역이라면 골프장에 따른 오염도가 늘어날것이 분명하고, 골프장과 유기농업은 공생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 할수 있겠다. 그러나 [골프장의 입지 기준 및 환경 보전 등에 관한 규정]에는 광역상수원보호구역 등만 제시되어 있고, 현재 친환경농업지역으로부터의 거리 기준이 없다.
또한, 골프장건설에 따른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단계에서 입지선정에 따른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영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이다.

친환경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두미리 농민 이지영씨는 “골프장 때문에 밤에 잠도 잘 못잘지경이다. 이게 말이냐 되냐. 유기농하는데 옆에 골프장이 버젓이 들어오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 실제 유기농 인증까지는 관행농에서 저농약단계를 거쳐 무농약, 전환기, 유기농까지 최소 6-7년동안 자식낳아 기르듯이 신경을 쏟아야 한다. 아무리 골프장 농약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혹시 농약 검출되면 그 동안 유기농업을 한 우리는 어떻게 먹고 사냐?” 라며 울분을 터트린다.

정부는 1997년 친환경농업육성법 제정, 2001년 친환경농산물 인증제 시작으로 매 5년 단위 친환경농업육성 중장기 계획수립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저탄소녹색성장을 견인하는 사업으로 친환경농업을 부각하고, 2010년 4월에는 유기농 식품산업을 핵심 녹색성장과제라고 선정하기도 했다. 최근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증가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성장으로 유기농산물 직거래가 활성화될뿐 아니라 유기농 급식을 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어 유기농제품 시장은 향후 연간 30%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이 높은 청정한 자연이 재산인 강원도는 골프장으로 1위를 할 셈인가보다.
우리 모두의 건강한 먹을거리를 내주고 얻은 것이 일부 부자들을 위한 레져시설인 골프장이다.

 

*글:허승은(대화협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