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4대강 사업이 가장 눈에 띄는 이슈 [나고야 현지 리포트②]

 활동이야기/백두대간       2010. 10. 27. 10:54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1994년에 시작된 생물다양성협약이 올해로 제10차 당사국 총회를 맞았다. 특히 올해는 2010년까지 전 세계 생물다양성의 획기적인 증대를 이루고자 했으나 실패했다는 평가 하에 ‘post-2010’이라는 목표를 갖고 모이는 중요한 시기다.

생물다양성 감소를 초래하는 생물 멸종의 주요 원인을 HIPPO라고 하는데, HIPPO란 서식처 파괴(Habitat destruction), 침입종(Invasive species), 오염(Pollution), 인구 증가(Population), 남획(Overharvesting)을 지칭한다. 특히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다양성이 인간의 특정 활동에 의해 현저하게 감소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생태계 및 자연서식지의 보호와 자연 환경에서의 종의 적정한 개체군의 유지를 촉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지난 25일 총회장인 나고야국제회의장 입구에서 한국 NGO 회원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팅을 벌여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의 4대강 사업은 댐 건설, 대규모 준설, 제방 정비 등을 실시하는 대표적인 서식처 파괴 사업으로 생물다양성협약을 위반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8월, 생물다양성협약 사무총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녹색성장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보존했다는 의미로 공로상을 수상한 기가막힌 일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몰랐던 일이지만, 나고야 총회에 와서 보니 외국에서는 더더욱 그런 일이 있었단 사실을 잘 모른다. 다만 한국 정부가 정치적·외교적 노력으로 상을 수상했고, 그걸 정치적으로 활용하면서 마치 4대강 사업이 생물다양성 증진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큰 일인 것이다.

이번 생물다양성협약이 내년부터(post-2010) 전 세계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도출과 생물 자원의 이용과 공정한 배분에 관해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인 것은 참석자들에게 모두 같은 의미다. 20여 명 남짓의 한국 NGO 참가자들에게는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생물다양성협약 공로상을 수여한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에 ‘진짜 진실’을 알려야 하는 중요한 임무가 주어졌다.

지난 24일, 나고야 아이치대학 구루마미치 캠퍼스에서 ‘세계 습지 NGO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지난 2008년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 총회 이후 전 세계 습지 NGO 단체들이 다시 한 번 모이는 자리였다.

유럽, 북아메리카, 아시아 등 각 대륙의 습지 보전 상황을 공유하고 앞으로 네트워크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개최국인 일본의 특별한 배려로 한국은 4대강 사업의 실상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한국습지NGO네트워크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4대강 사업으로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멸종 목록에 등재된 흑두루미의 기착지인 해평습지가 상당부분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흑두루미는 전 세계에 1만 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4대강 사업으로 중요 기착지가 사라질 경우 멸종위기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때문일까. 늘 이 시기에 일본 이즈미(Izumi)에서 북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하던 흑두루미가 아직 해평습지에 왔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총회 기간 동안 만난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로상 수상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나마 생물다양성에 관심이 있는 이들조차 상의 존재 자체에 대해 잘 모르는 데, 아마 이런 것을 이용해 한국 정부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부담감에 정치적 협상을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 25일 엑스포존에서 열린 NGO 액션에서 일본 핵발전 사업 반대하는 카미노세키, 미군 기지로 위협받는 오키나와 헤노코 시민들이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일본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지난 8월, 한국습지NGO 네트워크를 비롯한 세계습지네트워크(WWN)의 크리스 로슨(Christ Paul Roston)이 생물다양성협약 사무총장에게 “생물다양성협약 사무총장은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자리이지, 녹색경제에 접근하는 자리는 아니다”라며 비록 녹색경제의 긍정성이 있지만 그 둘은 동의어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아직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에서는 이에 대한 답변이 없는 상태다. 수력 발전을 위한 거대한 댐들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에도 불구하고 강의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녹색경제는 생물다양성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열린 지역적 특징 때문인지,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는 NGO들의 활동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이슈는 일본의 핵발전소 건설로 위협받는 카미노세키 지역과 한국의 4대강 사업이다.

특히 지난 25일 오전 8시부터 2시간 동안 한국 NGO들이 나고야 국제회의장 입구에서 벌인 캠페인은 많은 외국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대부분의 국제 NGO 회원들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응원했고, 사진으로 이 모습을 담기도 했다. 한 프랑스 다큐멘터리 영상작가는 “이번 나고야 총회에서 NGO들의 이슈 파이팅이 눈에 띄지 않았다”며 “한국의 4대강 사업이 가장 눈에 띄는 이슈”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날 이어진 엑스포 존에서의 캠페인에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특히 많은 국제단체들이 생물다양성협약 공로상 수상에 적합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한다는 한국 NGO단체들의 청원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 한국 NGO 활동가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생물다양성협약 공로상에 적합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 지금 당장 4대강 사업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에서 온 한 활동가는 청원에 참가하면서 “이렇게 강에 댐을 짓는 일은 인도에서도 많지만, 과연 이것이 효과적인 사업인지 의문”이라며 ‘댐’을 ‘보’라고 주장하는 한국 정부가 즉각 4대강 사업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참가자들은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27일부터 열리는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다는 점을 주목하고, 이날 오전에도 총회장 앞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25일에도 한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은 땜질식 수질 개선과 반복적인 재해 복구 사업에서 탈피해 이수·치수·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미래 대비 물 관리 사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반면, 지난 24일 ‘세계습지보전과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NGO회의’에 참석한 닉 데이비슨 람사르협약 부사무총장은 “물 관리는 생태계 시스템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며, 이를 위해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에 물 관리, 이를 위한 습지 보전 내용을 포함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과연 100여 개가 넘는 자연습지를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이 ‘미래 대비 물 관리 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미 존재하는 습지를 잘 보전하는 전략이야말로 미래 지향적이고 역사문화를 보존하는 길일 텐데 말이다. 총회가 끝날 때까지 , 4대강 사업이 끝날 때까지, NGO들의 외침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Let the rivers flow(강을 그대로 흐르게 하라)”

글 : 고이지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