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림의 해, 난개발에 신음하는 백두대간을 가다

 활동이야기/백두대간       2011. 4. 18. 10:48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올해는 UN이 지정한 세계 산림의 해(International Year for Forests)이다. 녹색연합은 세계 산림의 해를 맞이하여 한반도 산림의 상징이자 생태축인 백두대간의 관리실태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타 지역보다 사유림이 많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지리산부터 진부령까지 백두대간 생태축을 중심으로 산림지역의 현장을 확인하였다.

백두대간의 능선을 뚝 끊고 산 정상부를 100m 낮게 만드는 채석광산
산 능선은 끊기고, 20m 깊이의 저수지가 생긴 육십령 채석장
지리산과 덕유산을 연결하는 백두대간의 대표적 고개인 육십령 옆에는 산 능선을 뚝 끊어 놓은 육십령 채석장이 있다. 백두대간 보호를 위한 법률과 백두대간 보호지역 지정 전인 1990년도부터 운영되어 백두대간 보호지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백두대간 보호구역과 바로 붙어 있어 핵심지역이나 다름없다.

육십령 채석장은 2010년 9월에 광산 개발이 종료되어 올해 6월까지 복원이 이루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발이 끝나고 복원작업이 한참이어야 할 곳에 50m이상 되는 직벽이 드러나 있고 곳곳에 암반이 붕괴되고 있으며, 10-20톤 이상 크기의 바위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지표면에서부터 깊이 10-20m 이상으로, 축구장 서너 개의 면적의 지반이 땅속으로 파고 들어간 곳에 물이 고여 저수지 같은 것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채석광산 곳곳에는 폐타이어와 아직도 기름이 가득차 출렁이는 기름통, 이동식 화장실에서 냉장고, 장롱까지 산업폐기물과 생활폐기물이 뒤섞여 방치 되어 있다.

함양군청을 비롯한 백두대간 관리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광산 개발과 복원의 관리감독은 커녕 백두대간 훼손지를 방치하고 있다.

반쪽짜리 복원으로 재해위험이 큰 장수군 성암 채석장
육십령 채석광산의 남쪽 산자락에 또 하나의 채석광산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다. 전북 장수군 번암면 논곡리 성암 마을 입구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성암 채석장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채석작업을 하였고, 복원이 거의 완료 된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복원을 거의 완료 했다고 하기에는 200m이상 되는 절벽 곳곳에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암반들이 위태위태하게 붙어 있고 암반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드문드문 울려 퍼질 정도이다. 절개의 규모는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으며, 너무나 가파르게 절개되어 있어 소나기가 한번이라도 내리면 사면이 붕괴되고, 사면을 부여잡고 있던 나무들이 우수수 쓸려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재해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에 대처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백두대간에 남은 유일하게 운영 중인 자병산 석회광산
강원도 강릉시와 동해시에 인접해있는 자병산(872m)은 백두대간 난개발의 대명사로 277ha에 달하는 천연림이 개발로 인해 사라졌다. 백두대간의 등줄기가 지나가던 정상을 비롯하여 지형자체가 사라지고 있어 향후 광산개발이 계속되면 고도가 100m 이상 낮아질 예정이다.

지난 1978년부터 지금까지 석회석 광산을 개발 중이며 백두대간 핵심구역을 비롯하여 주변 산자락을 파헤쳐놓았음에도 2030년까지 추가 개발을 할 예정이다. 2003년 환경영향평가 당시 생태복원을 약속했지만 2011년 3월 현재까지도 기본적인 복구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산림복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가 왔을 때의 배수처리 이다. 이것이 부실하면 산사태와 토석유실 등 재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자병산 복원 사업지는 이런 산지재해 안전기준으로 볼 때 배수와 비탈면 단끊기 등의 시공이 졸속으로 이루어져 비가 오면 무너질 위험이 크다. 이렇게 복원해놓고 비가 오면 천재 탓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 경제를 위해 파헤쳐지는 숲
숲과 맞바꾼 한국 마사회 장수 경주마 목장

육십령 채석광산 건너편에 있고, 백두대간 핵심지역이나 다름 없는 곳인 전북 장수군 장계면 일대에는 46만평 규모로 마사회의 경주마 훈련장이 조성되어 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1164억원을 들여 보호해야할 백두대간을 알토란같은 천연림을 잘라내고 초지를 조성하였다.
마사회의 이윤을 위해 생태자연도 1등급 천연림대신 25만평의 초지와, 경주로 1개소, 건축물 48동(마사 22동, 마방 500칸)등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섰다.

환경부는 당초 70만평에서 46만평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였다. 산림청의 산림형질변경 협의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농림부가 담당하는 ‘초지법’을 근거로 산림형질변경 및 산지전용이 허가가 되었다.
초지법은 1990년대 축산업의 부흥을 위해 제정된 법으로 초지 조성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법이다.
마사회의 경주마목장이 백두대간 한가운데 추진될 당시, 두 부처는 각각 국회에 백두대간보호법을 상정하고 국민들에게 백두대간을 법으로 관리하여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앞에서만 보호약속을 해 놓고 뒤에서는 대규모 훼손에 협조한 것이다.

벌채로 인해 점점 사라져가는 숲
백두대간 실태를 조사하며 가장 많이 목격한 것은 백두대간 보호지역 인근의 거대 벌채지였다. 조사당시 발견한 벌채지역은 평균적으로 1개소 당 최소 1천여 평 이상이었고, 잘려나간 나무 밑둥을 통해 수종과 수령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20~30년 이상 된 신갈나무림, 참나무림, 소나무림, 잎갈나무림이 사라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몇 년 째 지속되면서 사면붕괴, 산사태에 대한 위험이 날로 커지고 있다. 산림은 녹색댐으로 이와 같은 재해를 막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백두대간 내 사유림 매수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유림 벌채에 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힘 역시 필요하다. 또한 백두대간과 같은 보호지역의 경우 가능한 보존의 목적을 두고, 벌채가 불가피한 경우 장기적인 계획과 세부 지침, 주변 식생과의 조화 등을 검토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 과연 백두대간 지역은 제대로 관리 되고 있는가?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종축인 백두대간은 지난 2005년 백두대간보호법의 제정으로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정부는 국립공원과 생태경관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림 등 각종 자연산림보호구역보다 상위의 보호구역으로 관리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보호법이 제정되고 백두대간보호구역이 지정된 이후 5년이 지났음에도 현장에는 여전히 난개발이 질주하고 있었다.

정부는 백두대간 보호구역 지정의 취지에 입각하여 생태축을 비롯하여 주변 지역의 산림생태계의 관리에 나서야 한다. 훼손된 곳은 복원하고, 방치된 곳은 적절한 보전조치를 통해서 제대로 된 관리의 손길이 미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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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자희 (녹색연합 자연생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