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지고 내려앉고,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활동이야기/4대강현장       2012. 4. 11. 19:00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년, 4대강 사업은 끝날 줄 모르고 있습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이미 작년 말에 완공식을 하고, 정상적인 운영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말이죠.  4대강 보 주변은 아직 공사장비의 소음소리가 멈출 줄을 모릅니다. 완공 시기는 올해 6월로 또다시 연기되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지은 4대강의 댐(보)들이 골칫덩어리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에 의해서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충격적인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4대강 댐 곳곳에 벌어지고 갈라지는 균열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시작은 누수였습니다.

물을 담고 있는 콘크리트 고정보 곳곳에서 흡사 눈물을 흘리듯 물이 새는 것입니다. 작년 11월 상주댐을 시작으로 총 11개의 댐에서 누수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4대강 사업은 강을 가로질러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고 수문을 달아서,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담아두는 것입니다. 그런데 물을 담는 거대한 벽에서 물이 샌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정부와 시공사 측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준공식도 안한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 물이 샌다고 하면 누가 “문제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또 있습니다. 보 주변의 강바닥이 깊게 파이는 세굴현상입니다. 


지난 2월 초 4대강사업으로 건설한 낙동강 함안댐 직 하류에서 이런 현상이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민간 측에서 수심 측정을 통해 발견하여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정부는 그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함안댐의 가동보(수문) 직 하류로부터 500여 미터가 넘는 지역까지 강바닥이 파였고, 최고수심은 27미터에 달하고 있습니다. 강이 바다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이러한 세굴이 계속 진행된다면 함안댐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정부측의 발표로도 낙동강과 금강의 7개 댐에서 이와 같은 세굴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이 직접 측정한 결과, 정부 측의 통계보다 더 많은 댐에서 세굴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부는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겁니다. 

하지만 누수와 세굴보다 심각하고 충격적인 문제가 지난 3월 초 발견되었습니다. 

환경단체들이 영산강 승촌댐의 수심을 측정하기 위해 배를 타고 근접했을 때, 배에 타고 있던 일행은 모두 놀랐습니다. 승촌 댐의 수직이음새가 쩍쩍 벌어지고 콘크리트 블록이 내려앉은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곳곳이 균열로 갈라지고, 심지어 철근이 드러나고 물이 새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부실설계와 부실공사가 보 본체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제 경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막 지은 댐이 어떻게 이런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버렸을까요? 

전국의 하천을 변모시키는 어마어마한 토목공사를 단 2년만에 해치우려는 속도전이 낳은 부실설계와 부실시공 때문입니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수 천 수 만 년 동안 흘러오던 자연의 흐름을 댐으로 가로막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오만함 때문입니다. 막대한 시민들의 혈세로 만든 것이 결국 물이 새고 갈라지는 위험천만한 모래 위의 댐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입니다. 


등록금 때문에 허덕이는 대학생, 하루하루 치솟는 물가로 고통 받는 서민들, 양육비가 없어 출산을 포기하는 여성들,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농산물에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농민들, 이 모든 이들의 고달픔을 생각한다면, 22조원의 세금이 왜 강을 망치는 데에 쓰여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너지는 것은 댐만이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미래입니다. 


글 황인철 4대강현장팀

독일의 하천전문가 베른하르트 교수는, 운하로 변한 독일의 라인강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번 미친 짓을 하면, 계속 미친 짓을 하게 됩니다.” 4대강사업은 예측 불가의 어처구니없는 문제들을 계속 일으키고 있습니다. 애시 당초 미친 짓이었기 때문입니다. 2012년은 선거의 계절입니다. 국민들을 속이고,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고, 부실투성이 공사를 추진한 이들이 누구인지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더 이상 4대강사업과 같은 미친 짓이 이 땅에서 벌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민들의 손에 4대강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지금 4대강의 부실투성이 바벨탑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선택할지를 촉구합니다. 이제 거기에 답해야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