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폴리탄 시대에, 마을로 돌아간다?!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12. 5. 10. 07:30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마을 [명사]

1.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

2.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


최근에 ‘마을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마을 만들기가 뭐냐고요? 
전세 계약이 끝날 때마다 이사를 다니지 않고, 정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그 자체가 마을이고 그런 마을을 만들어 가는 것이 마을 만들기지요. 산업화, 도시화를 겪은 우리에게 이런 마을은 비현실적이며 이상적으로만 들리게 되었습니다. 주변에는 개발주의, 자본논리로 만들어진 마을의 모습만 보입니다. 이웃과 자연이 없는 지금의 마을과 도시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마을이 왜 이 시대에 새로운 화두가 되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지금의 현실에 불편한 진실들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인 잃은 곳에 뉴타운이라는 괴물이 나타나다

1970년대 이후 산업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전인구 90% 이상이 도시에 살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토지가 개발되고 어마어마한 양의 주택들이 건설되었습니다. 30여 년간의 도시개발은 생활환경, 생활패턴, 인간관계, 사회관계 등 사회의 모든 가치 기준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더 이상 마을과 도시는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주민, 시민들이 아니게 된 것이지요. 건축 ·도시·건설 등의 물리적 공간을 다루는 행정이나 전문가, 관련 건설시장이 주인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가 되면서 대부분의 도시주택이 노후화되고 기반시설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기가 왔습니다. 이제는 재정상황이나 요구되는 서비스의 질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결책을 건설시장에만 맡겨 버렸지요. 결과적으로 ‘뉴타운’이라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괴물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서울시는 뉴타운의 대안으로 마을, 마을공동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미래, 마을이 실체가 없는 뉴타운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장수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이 함께 모여 대화를 하고 있어요


진짜 주인들의 제대로 된 마을 만들기 

‘마을 만들기’라는 개념이 소개되기 이전, ‘철거민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산업화, 도시화에서 소외된 계층이 스스로 그들의 목소리를 내던 도시빈민운동이 있었습니다. 1990년 후반 대구 삼덕동의 ‘담장 허물기’를 시작으로, 중산층들의 다양한 수요들이 ‘마을 만들기’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좋은 예로,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마을을 들 수 있겠는데요, 성미산마을은 육아, 교육, 먹을거리, 문화예술, 교통, 주거 등 다양한 영역을 지역 주민이 직접 담당합니다. 물리적인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행정과 시장경제가 제공하지 못하는 질 높은 다양한 서비스를 스스로 만들고, 마을 안에서 순환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통해 일자리도 창출해 내는 새로운 차원의 시스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지역으로는 인천의 배다리지역이 있습니다. 이곳은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최근에 지역 예술문화인들이 주민들과 함께 옛 책방 마을, 옛 동네의 정취와 역사를 살려 인천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을 만들고 활기차게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대전 부사동 무지개마을, 성북구 장수마을 등 노후지역에서 주민 스스로 마을의 환경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경제적 재생의 마을 만들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성미산마을에는 이렇게 소박하고 즐거운 골목길 축제가 열립니다


가족이 살고, 마을이 살고, 지구가 사는 녹색 마을 만들기

우리가 희망하는 마을 만들기는 단순히 낡은 주거공간을 개선하는 것만이 아니겠지요. 산업화, 도시화의 시간 속에서 잊고 지내던 가치들을 되찾는 것 뿐 아니라, 행정이나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합니다. 개발주의와 자본의 논리 속의 불편한 진실들을 스스로 현명하게 가려냅니다. 다양한 질 높은 서비스를 직접 창조하며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만들어 갑니다. 이웃과, 다양한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마을이 됩니다. 마을은 또 다른 참여민주주의가 되고, 또 다른 녹색이 될 것입니다.



글 김경화 녹색사회연구소 사무국장, 성북구마을만들기지원센터 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