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인문학 3강]옛날에는 어땠더라~

 녹색아카데미/녹색인문학       2012. 5. 22. 15:21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오늘은 녹색인문학 세 번째 시간 이이화 선생님의 강연이 있는 날. 무엇이든 억지로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이끌어가야 한다는 도교 사상으로 오늘 강연은 시작되었다.

먼저 세계 각국의 궁궐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베르사유 궁전에는 순금 기둥과 인공 호수가 있고 자금성에는 나무가 없고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다. 언뜻 보면 화려해보이지만 실상은 순금 기둥을 세우기 위해서는 민중 착취가 필요했으며, 인공 호수는 말 그대로 인위적인 것이다. 그리고 자금성에 나무가 없는 까닭은 땅굴을 막기 위해 지하에 돌을 깔았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이렇듯 화려하고 인위적인 것들을 비판했다.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 경복궁

 

반면에 서울의 궁궐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경복궁은 바닥이 흙으로 되어 있다. 가끔 비가 올 때 외국 관광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돌이 울퉁불퉁하다. 돌을 적당히 다듬었기 때문이다. 정갈히 다듬는 대신에 틈 사이 다른 돌을 끼워 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금기둥이 없고 못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단청 사용도 왕이 사는 궁궐로만 제한했다. 경회루 역시 베르사유 궁전 같은 인공호수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걸 살짝 다듬은 것이다.

이렇듯 서울의 궁궐에는 전략과 절제의 미가 돋보인다. 최대한 자연을 잘 살렸으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돋보인다. 자연스러움이야말로 최고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조선 왕릉은 도굴이 없다?

 

서울에 있는 왕릉들을 찾아가보면 다 비슷비슷하다. 구분이 잘 안 간다. 그런데 이처럼 왕릉들이 똑같아 보이고 단조로운 것에 의미가 있다. 바로 절제의 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조선 왕릉은 당 시대에 도굴이 없었다. 왜냐하면 왕릉 내에 보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왕릉에서 발견된 보물들을 살펴보면 신라 금관이나 고려청자 등이다. 조선 시대의 것은 없다. 사치를 부리지 않고 무덤에는 옷가지와 제기(祭器) 정도만 묻었다. 덕분에 조선 왕릉은 도굴꾼들로부터 보호될 수 있었고, 보존이 잘 된 덕에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풍수지리의 재해석

 

흔히 풍수지리라 하면 좌청룡·우백호, 그리고 배산임수를 떠올린다. 그런데 풍수지리가 정말효력이 있는 것일까?

이이화 선생님은 풍수지리의 의미를 ‘자연스러움’에서 찾았다. 풍수지리에 따라 궁을 짓거나 묏자리를 선다고 해서 후손들이 이롭게 된다기보다는 자연 보존을 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는 말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살린 터를 찾다보니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앞에는 물이 흐르는 위치였다는 것이다. 풍수지리설은 중국에서 비롯됐으나 정작 중국에서는 거의 안 믿고 우리나라에서만 현재까지 따른다고 한다. 좋은 터에 집착하여 많은 돈을 쏟아 붇고 주변과 갈등을 일으킨다면 문제겠지만, 풍수지리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정신은 본받을 만하다.

 

 

참가자들과 함께 나누고싶은 오늘의 글을 읽어주고 있는 김민수 회원님

 

오늘 강연은 마치 할아버지께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한 기분이었다. 시대와 장소를 넘나드는 해박한 역사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이화 선생님이 유쾌하고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주셔서 더욱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내 머릿속엔 온고지신(溫故知新) 네 글자가 떠올랐다. 옛 것을 알고 새로운 것을 안다면 더욱더 발전할 수 있으리라. 아는 것이 힘이다. 역사는 힘이다.

 

글 : 김은아(춤추는시민팀 자원활동가)

 

 

인문학은 내가 누구인지에서 시작해 나와 세계의 관계를 찾아가는 학문입니다. 녹색인문학은, 인간의 윤리와 문명사회의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는 현재를 성찰하기 위해 지구생태계의 원리와 인류가 일궈온 사회문화를 녹색의 시선으로 이해하는 강좌입니다.

 

녹색으로 세상을 읽는 것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정체성을 깨닫는 일입니다. 사람을 만들어온 지구생태계의 원리와 사람이 만들어온 역사와 문화와 철학으로 차린 녹색인문학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그 감동의 현장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