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와 함께 산다는 것

 활동이야기/야생동물       2009. 8. 31. 12:14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도시에서 흙 한 줌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보도블록과 아스팔트로 휘휘 이어진 길은 도시를 온통 뒤 감아 버렸다. 건물이 차곡차곡 새로이 들어설 때마다, 수차선 도로가 겹겹이 격자의 틈새를 좁혀갈 때마다 쫓겨나는 이들이 있다. 얼마만큼의 터전도 남겨주지 않고 차곡차곡, 겹겹이 내 쫒기고 있다. 어디로 가는 건가, 어디로 가고 있기는 한 건가. 쉽게 물을 수조차 없는 생존에 대한 질문이 도시의 확장 앞에 서 있다.

이제 더 이상 도시의 안쪽에 아파트를 지을 공간도, 도로를 낼 여유도 없어지면서 아파트는 도시의 외곽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도시 외곽의 흙들이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여지기 시작할 참이다. 바로 그곳, 아직은 그대로 보이는 얼마만큼의 흙길과 물길이 만나는 습지 주변에서 맹꽁이가 낮고 우렁찬 소리를 내며 지난여름 장마기간 내내 울었다. 이제는 정말 딱 거기, 에서 밖에 볼 수 없는 맹꽁이다. 도시에 사는 맹꽁이가 뉴스가 되는 세상이니, 공사장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들의 울음소리가 유독 컸을 수밖에 없다.

부천시와 서울의 경계에 위치한 양천구 신월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맹꽁이가 울었다. 녹색연합으로 들어온 민원을 통해 공사장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조사를 통해 공사장에서 맹꽁이가 버젓이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공사로 인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에서 맹꽁이 서식이 누락되었음은 물론이다. 환경영향평가에서 맹꽁이 서식이 누락되었으니 공사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배려가 있을 리 없다.  비닐하우스와 농업으로 인한 농약 살포로 인해 멸종위기 2급인 맹꽁이는 물론 참개구리나 청개구리의 서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쓰인 환경영향평가를 비웃기나 하는 듯 비가 오는 날이면 머리가 아플 정도로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었다.
한강사업본부가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강 난지공원 조성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맹꽁이 천국이라는 월드컵 공원과 강변북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한강난지공원에서도 맹꽁이가 울었다. 환경영향평가에 맹꽁이는 없었다.

[imgcenter|090831_01.jpg|600|▲ 7월 15일 밤 10시경 SH공사 신정3지구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견한 맹꽁이 |0|0]
환경영향평가에서 멸종위기종 누락이 자꾸만 일어나는 이유
공사가 진행되고, 공사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기에 공사장 주변으로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을 발견한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의 문제제기가 뒤늦게 일어나고, 공문을 발송하고, 전화로 맹꽁이 서식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논쟁을 하고 현장회의를 진행하고 나서야 맹꽁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미 공사가 이미 상당부분 진척되었음으로 설계를 바꾸는 것이 무리라고 주장하는 시공사.
멸종위기 2급 맹꽁이 보다는 공사 일정과 애초의 계획이 우선시되기 일쑤다. 공사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보호종에 대한 논의는 늘 이런 식이다. 왜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가 이리 발견하고 찾아내는 멸종위기종을 공사 진행 한 참 전부터 공사예정지를 돌아다니는 시공사 사람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일까.

[imgcenter|090831_02.jpg|600|▲ SH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신정3지구 아파트 공사 현장. 맹꽁이 보호에 대한 환경단체의 요구가 있고 나서야 맹꽁이 서식지 보호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0|0]
익숙한 논쟁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어야 한다. 천성산의 도롱뇽, 새만금 갯벌의 수많은 생명들, 재개발 지역의 맹꽁이. 이 모든 논란의 주인공은 멸종위기종이 아니라 실은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이다. 공사 주체는 공사 예정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야생동물과 식생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는 환경부 역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시공사가 대행업체를 통해 조사를 추진하고 조사 일정에 맞춘 환경영향평가의 진행으로 인해 멸종위기종 기록에 소홀하다. 제도가 고의적 누락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imgright|090831_03.jpg|350|▲ 7월 16일 새벽 12시 30분 경, 한강사업본부가 진행하는 난지권역 특화사업 공사지에서 환경영향평가에서 누락된 맹꽁이가 버젓이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0|0]제도의 한계, 멸종위기종 보호의 주체인 환경부의 수수방관 속에서 온갖 개발사업은 친환경, 생태도시라는 현란한 포장지 아래에서 진행된다. 멸종위기종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고 진행된 아파트는 친환경 아파트이고, 아파트 건설이 환경에 미칠 영향에 의견을 주는 환경부는 형식적 의견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 시킨다. 이들에게 또, 법적보호종 조사와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법적보호종이라는 딱지를 붙여 놓은 것은 그렇고 그런 맹꽁이에 대한 수식어가 아니다. 말 그대로 '법적 보호종'이다. 이 단어의 무게에 대해, 법적 보호종의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논하는 것은 얼마나 구차한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구차한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수없이 구차해지는 것, 바로 도시가 점점 커지고 도로가 점차 넓어지는 이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맹꽁이와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다는 것
짝짓기를 위해 나오는 맹꽁이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도시의 작은 습지를 찾아 알을 산란한다. 맹꽁이의 특성상 장마철에만 짝짓기를 하기 때문에 이 시기를 지나면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 살아있기는 한 건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 맹꽁이가 자꾸만 공사 현장에서 뒤늦게 발견되는 것은 맹꽁이의 생태적 특성이 장마기간에만 눈에 띄기도 하지만, 아파트와 재개발, 성장과 운하에 쏠려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이들의 삶에까지 미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맹꽁이와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 다는 것, 그것은 아주 작은 공간 하나 그들에게 내준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귀찮고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깔끔하게 깔린 보도블록과 아스팔트 거리 대신 흙길을 걸으며 반짝이는 구두와 하얀 운동화에 진흙을 뭍일 각오를 하는 것이다. 일직선 반듯한 길을 잠깐 휘게 하는 것이고, 때로는 도로와 아파트 건설의 필요성 자체에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함께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 함께 산다는 것, 우리에게는 그저 관용을 베푸는 일일지 모르지만 어떤 생명에게는 생사의 기로에 선 일이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야 말로 맹꽁이와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기억해야할 첫 번째 이다.

글 : 보람 (녹색연합 자연생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