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의 안녕을 묻다

 활동이야기/야생동물       2011. 1. 18. 15:29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지난해 23마리의 산양 사체가 울진 일대에서 발견되고 올해 들어 다시 발견되었다
어제, 2011년 1월 17일 오후 4시경,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대광천 인근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이자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산양사체가 발견된 곳은 민가 주변,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또한, 다른 동물에 살점이 뜯긴 흔적은 있으나 그 외에 사체 훼손이 거의 없다는 점을 살펴 볼 때 사인은 추운 겨울 계곡이 얼어 아래지역으로 물과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내려 왔다가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탈진으로 인해 죽은 것으로 추측된다. 울진군 서면 금강송 군락지에서부터 쌍전면 방향으로 흐르는 광천 인근 농경지에 산양의 사체가 있다는 지역주민의 제보를 받고 지역환경단체인 ‘울진숲길’이 현장을 확인하였다.

멸종위기종 관리 부실한 환경부
지난해 봄, 2010년 2월부터 6월까지 울진 일대에서 이미 총 23마리의 산양이 죽거나 탈진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이중 20구는 서울대학교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으로 보내져 부검을 실시했다. 결과는 아사와 탈진으로 확인되었다. 폭설과 한파의 영향으로 먹이가 부족해서 죽은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로서 울진 봉화 삼척일대가 안정적인지의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서, 겨울철 한파와 산양의 죽음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녹색연합은 당시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체계적인 산양 서식지 보호방안을 제시하였다. 산양 서식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울진 일대의 기본적 서식환경을 파악해야만 적절한 산양 보호관리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눈으로 인한 탈진개체가 많다는 점을 보아, 겨울철을 대비하여 탈진 개체가 회복할 수 있는 임시계류장과 필요시 야생동물을 치료 할 수 있는 응급치료시설, 수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으나 환경부는 일년이 지나도록 전수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 환경부가 지난 2010년 4월 보도자료를 통해 전수조사와 임시계류장 등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올해도 계류장 건설 말고는 특별한 모니터링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관리 방안은 고사하고, 산양의 서식지와 개체수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 겨울 또 다른 산양피해가 우려된다.

야생동물 보호의 기본이 없는 정책, 산양 보호관리 대책의 혼란만 가중
산양 등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야생동물의 관리는 서식지 보전이 핵심이다. 종의 증식과 복원사업도 중요하지만 서식지가 보호되고 관리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서식지 보호와 관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듯하다. 환경부의 야생동식물보호 기본계획을 보면, 지난 2010년에만 멸종위기종 지정 복원에는 93억원이 투자되었으나 서식지 보호 관리에는 23억원 만이 투자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환경부는 기존 산양서식지와 거리가 먼 월악산에는 산양 10마리를 방사하여 증식 복원 사업을 실행하였으나, 국내 최대 산양 서식지인 울진-봉화-삼척 지역에는 겨울철 탈진한 개체를 치료하고 관리할 수의사 한 명 조차 배치하지 않았다.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산양 서식지 보호 관리 차원에서 예산과 인력을 투자하여 서식지 관리 방안이 나와야 한다.

행정의 사각지대, 울진 봉화 삼척 지역
울진은 국내 최대의 산양서식지다. 그러나 환경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구조된 산양조차 변변한 시설이 없어 폐사하였다. DMZ와 더불어 국내 최대 산양 서식지로 알려진 울진, 봉화, 삼척등의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이 떼죽음을 맞는 이 상황 보다 더 시급한 사안은 없다.
환경부는 지난 2005년 전후 울진삼척의 산양서식지에 대한 두 차례의 조사를 실시하고서도 구체적인 보전과 관리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녹색연합이 시민기금을 조성하여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고 산양 모니터링을 실시하였다. 이런 결과로 울진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건강한 산양 가족이 무인카메라에 촬영되었다(2010년 12월 20일 방송 보도) 산양은 질긴 생명력으로 보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환경부는 국민들에게 약속한 멸종위기종의 관리대책을 실행해야 한다. 산양 전수조사와 겨울철 탈진개체를 치료할 수 있는 수의사 배치, 구조관리센터의 건립, 유전자 분석 등을 실시해야 한다. 이것은 국내 최대 산양 서식지인 울진 봉화 삼척 일대를 관리하고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대책이다.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보호구역 등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산양 서식지 보호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글 : 배보람 (녹색연합 자연생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