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현장교육 2-시간이 멈춘 비무장지대를 가다.

 활동이야기/DMZ·접경지역       2010. 7. 26. 13:51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년 7월 10일, 11일 이틀간 DMZ 자원 활동가들(지뢰괴물)이 DMZ 현장교육으로 강원도 철원에 다녀왔다. 녹색연합에서 주관한 이번 교육은 사전교육을 통해 DMZ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마친 뒤, 실시한 1박 2일간의 집중적인 답사였다.

첫 번째 목적지는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에 위치한 승리전망대였다. DMZ를 살펴보면서 관광할 수 있는 전망대는 모두 11개소라 한다. 그 중에서 확 트인 비무장지대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는 곳 중 대표적인 곳이 승리전망대다. 승리전망대가 민통선 안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민통선 검문소를 통과해 지나가야 했다. 민통선 검문소에는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고 어떤 사유로 민통선에 들어가고 통과하는 인원은 몇 명인지 꼼꼼히 기록을 하고 있었다. 민통선은 지도 위에 선이 그어진 것 이외에는 다른 마을들과 다를 것이 없는 곳이었다.

승리전망대는 정해진 시간에만 안내자의 지시를 따라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오전 11시 20분에 승리전망대 매표소에서 출발해서 비무장지대가 바라다 보이는 전망대로 올라갔다. 승리전망대에서 바라본 DMZ는 70년대에 북방한계선이 내려오고 남방한계선 또한 북상하여 남북 간 거리가 1.8km정도 떨어진 지역이다. DMZ가 처음 생겨날 때에는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각각 2km씩 물러나서 남방한계선, 북방한계선을 두었다. 그래서 폭 4km의 공간을 두고 대치하였다. 그러나 냉전시대인 60∼80년대를 거치면서 비무장지대는 4km에서 훨씬 좁혀졌다. 승리전망대 일대의 철책선도 남과 북이 약 2km 안팎으로 정접협정 당시 보다 훨씬 좁혀졌다. 승리전망대에서는 GP(일반초소)와 이중으로 둘러쳐진 철조망이 눈에 들어왔다.


▲ 금강산 협궤열차가 지나간 철도. 자국과 옛 논두렁 밭두렁의 흔적이 녹색의 평야 위에 남아있다. Ⓒ녹색연합


승리전망대는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흐르는 화강(남대천)을 비롯해 대성산에서 적근산을 넘어 삼천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이 한눈에 보인다. 전망대 발아래 시원스레 펼쳐진 너른 평원은 한국전쟁 이후 60년간 사람의 간섭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금강산 협궤열차가 지나간 철도 자국이던지, 옛 논두렁이나 밭두렁의 흔적이 녹색의 평야 위에 남아있었다. 보통 평지 지역의 경우 주거지나 농업용지로 이용되지만 비무장 지대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평지가 녹지형태로 그대로 유지되는 유일한 곳이라고 했다.

승리전망대를 관람한 뒤에 말고개로 향했다 말고개는 철원에서 화천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점심식사 후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로 향했다. 생창리로 가는 길에 내려서 도로원표를 봤다. 전쟁을 거치며 얼마 남지 않은 근대 문화재로 직사각형의 콘크리트위에 서울과 철원까지 몇 Km 떨어져 있는지 적혀있었다. 옛 국도의 도로 표지가 남아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거기에 총탄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총탄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이곳 역시 전쟁 중에 총성소리가 휩쓸고 지나간 지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옛 국도의 도로 표지인 도로원표. 총탄의 흔적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녹색연합


전쟁의 흔적은 도로 원표에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창리로 들어가는 길 양쪽에 대인지뢰가 매설되어 있었다. 마을길 양 옆은 철망이 쳐있고 지뢰표시가 되어 있었다. 계획적 지뢰지대로서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되어있는 곳이다. 마을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지뢰지대가 있어 놀라웠다. 전쟁 후 마을주민들은 줄 곳 지뢰와 함께 위험 속에서 지내온 것이다. 지뢰지대 안에는 약 40년간 지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이 형성되어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지뢰지대가 산과 산을 연결시키는 생태축의 구실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니지는 않고 녹지는 보전되어 있으니 야생동물들의 이동통로로 이용되는 것이다. 비무장지대 인근 지역인 민통선 일대에는 이러한 생태축의 역할을 하는 지뢰지대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였다.


▲ 민통선 마을은 도로를 제외한 대부분이 지뢰지대이다. 관광용으로 비춰지는 인식이 너무 위험스러워 보인다. Ⓒ녹색연합


생창리에 도착해서 자율적으로 마을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원 활동가들은 짝을 짓거나 홀로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민통선 마을은 평소에 익숙한 도시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3층 이상의 건물이 없는 농촌 마을과 같았다. 마을 가에는 개울이 흐르고 친환경오이 농사를 하는 하우스도 보였다.

저녁나절 생창리 이장님과 함께 민통선 마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창리는 70년대에 입주한 주민들이 대부분이라고 하셨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100가구 중에서 6가구만이 원주민이고 다른 가구들은 모두 이주해온 것이라고 했다. 이장님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마을에 보안대가 상주해 있고 통제가 심해서 많은 피해와 어려움 속에서 살아오셨다고 했다. 70년대 들어온 사람들로 구성된 마을은 이제 서야 안정이 되어가고 있다는 말 속에서 세월과 역사의 고된 흔적이 담겨있었다. 지뢰지대가 마을 바로 인근에 있다 보니 지뢰사고로 인해 마을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도 당시에는 보상도 받을 수가 없어서 지뢰사고가 나도 사고를 당한 사람과 가족들이 전부 그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고 한다.

11일 아침에는 구철원읍 일대를 살펴보았다.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에 위치해 있는 노동당사에 들렀다. 노동당사는 해방 후에 북한이 정권강화와 주민통제를 목적으로 세운 건물이다. 노동당사가 있는 곳은 구시가지가 있던 곳이라고 했다. 철원은 한국 전쟁 전에는 북한에 속한 지역이었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격전지였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던 만큼 노동당사 건물 벽에 있는 총탄 자국과 계단에 나있는 전차 자국 등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노동당사 인근에 위치한 철원평야는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월동지라고 한다. 민통선과 DMZ로 사람들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고 너른 평야에서 먹이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철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여건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철원은 궁예 도성 터가 있는 지역이다. 비무장지대 안에 있어 문화재 발굴조사가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철원의 생태적인 특징뿐 아니라 철원에 궁예의 도성 터가 있고, 옛날에는 시가지이기도 했던 지역이라는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 민통선의 작은 이야기를 듣는다. 생창리 마을은 아직 민간인통제구역이다. 우리는 통제구역의 또 다른 삶을 접한다. Ⓒ녹색연합



▲ 해방 후 북한이 정권강화와 주민통제를 목적으로 세운 건물인 노동당사. 총탄 자국과 계단에 전차자국이고스란히 남아있다. Ⓒ녹색연합


노동당사를 둘러본 뒤에는 백마고지로 향했다. 백마고지로 가는 길에도 도로 바로 옆이 지뢰지역인 곳이 있었다. 철원 곳곳에 전쟁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착해서 6.25참전 기념탑과 추모비, 기념관 등이 세워져 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백마고지 안내판에는 전쟁 중에 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60여 년 전, 피로 물들었던 그곳에 지금은 2군데의 GP가 보였고 옆으로 추가령 구조곡이나 평강고원이 멀리 펼쳐져 있었다. 전날에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흐리지 않고 멀리까지 잘 보여서 너른 평야와 산새가 한 눈에 들어왔다. 백마고지가 훤히 보이는 정상 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DMZ의 실체를 공유했다. 온대림에서 인간의 간섭 없이 벨트 형태로 남아있는 지역은 DMZ가 유일하다. 또한 식생은 빈약할지 모르나 급격한 천이 과정 중에 있고 야생동물들의 서식처로서는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라는 사실을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이와 함께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의 생태적인 가치가 지켜지기 위해서 보전계획이 제대로 세워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DMZ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국제적 생태계 보고'라 하며 DMZ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한편, 민통선 안에 무분별한 개발 사업 또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평화협정 체제로 이행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DMZ와 민통선이 어떻게 자리 매김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만만치 않음을 확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DMZ와 민통선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필수적이다. 이번 DMZ현장 교육에 참여한 자원 활동가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안게 되었다. 현장교육에서 보고 느낀 것을 잊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여러 가지 고민들 속에서 어우러지도록 앞으로도 DMZ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 사진6 같은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DMZ의 평화를 꿈꾸고 자연의 영원을 꿈꾼다. 그 시작이 지금이었으면 한다 . Ⓒ녹색연합


철원을 뒤로 하고 임진강을 마지막으로 살펴보았다. 자유로에서 보이는 임진강 일대였다. 이곳은 북한 접경지대가 보이는 곳이었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서 흐르는 한강하구는 이동 철새들의 서식지라고 했다. 육지생태계와는 다르게 발달한 한강하구는 다양한 초본류와 곤충류 등 역동적인 생태적 구성을 지닌 곳이라고 한다. '자유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자유롭게 강 건너도 갈 수 없는 역설적인 길 위에서 DMZ현장교육은 마무리되었다. 이번 DMZ 현장교육은 1박 2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원 활동가들이 DMZ와 민통선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 / 이지혜 (녹색사회국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