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의 비에케스 폭격훈련 중단을 환영하며 매향리를 생각한다

 활동이야기/군환경       2003. 1. 15. 15:41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카리브해에 자리잡은 인구 380만 명의 작은 섬나라 푸에르토리코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1월 10일 미 해군이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2003년 5월, 60년 이상 신무기 실험과 폭격 훈련장으로 쓰이던 푸에르토리코 비에케스섬에서 이뤄졌던 폭격훈련을 중단할 것을 표명했다. 또한 미 해군은 미 본토의 플로리다와 노스 캐롤라이나에 위치한 폭격훈련장과 "Virtual Sea"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시스템이 비에케스 폭격장을 대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 해군은 섬의 환경복원과 주민들의 건강문제 해결에 나서야

[img:20030115_us1.jpg,align=left,width=344,height=227,vspace=5,hspace=10,border=1]녹색연합은 비에케스섬 폭격훈련 중단과 폭격장 이전을 환영하며, 삶터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온 비에케스섬 주민들의 그간의 노고에 한없는 찬사와 경의를 표한다. 비에케스섬 폭격장 폐쇄 소식을 들으며 우리나라의 ‘매향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매향리 미공군 국제폭격장 주민대책위원회’ 전만규 위원장은 비에케스섬 폭격훈련 중단 소식을 듣고 “비에케스 주민들의 힘과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이 소식은 매향리 주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으로 주민들과 함께 매향리 폭격이 중단되도록 열심히 싸워나갈 것이다. 그리고 반세기이상 폭격으로 파괴된 아름다운 농섬, 납성분으로 오염된 바다와 논과 밭을 복원해 줄 것을 한·미 당국에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중금속에 오염된 바다 어장과 토질복원을 위해 싸움에 나설 것이다”라며 “비에케스 섬 폭격훈련 중단에 대해 대단히 환영하며, 비에케스섬의 기쁜 소식이 매향리에도 날아드는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5년간 비에케스섬의 폭격반대 비폭력 저항운동을 지원해온 미국 친우봉사회(Fellowship of Reconciliation)는 성명의 통해 폭격은 중단되었지만 섬의 환경문제와 주민들의 건강에 대한 위기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미 해군이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호소하였다. 매향리와 같이 국제폭격장인 비에케스섬은 아름다운 숲과 산호초, 그리고 생물다양성을 자랑하던 곳이었으나 폭격으로 생긴 지름 50~6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분화구, 터지지 않은 폭탄과 로켓, 그리고 탱크와 헬리콥터 같은 낡은 군사폐기물이 흉물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훈련에 쓰인 무기의 정밀조사 결과 이너트 밤, 네이팜탄, 황색고엽제(Agent Orange)를 비롯, 걸프전 이후 방사능오염 후유증 문제로 논란을 빚어온 열화우라늄탄의 사용흔적까지 발견되어 주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img:20030115_us2.jpg,align=right,width=231,height=311,vspace=5,hspace=10,border=1]지난 60년간 계속된 폭격은 주민들 건강에도 심각한 이상을 가져왔다. 1990년대부터 암으로 사망하는 비에케스 주민수가 급격히 늘어났는데, 푸에르토리코 의과대학 연구에 의하면 1985년에서 1989년까지 비에케스 섬에서 암으로 사망한 비율은 본토보다 27%나 높게 나타났다. 1999년 푸에르토리코 대학의 콜린 조지 박사는 비에케스 섬 주민 29명을 대상으로 머리카락 속에 함유된 중금속 검사를 하였는데, 조사 대상자 중 34%가 수은중독, 55%가 납중독, 69%가 비소중독, 69%가 카드뮴중독, 90%가 알루미늄중독 등 검사자 대부분이 중금속에 오염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친우봉사회와 비에케스 주민들은 폭격 반대운동에서 환경오염 복구를 요구하는 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며 오는 2월 폭격활동으로 발병한 암 발생과 오염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환경운동가와 전문가를 비에케스에 파견할 예정이다. 녹색연합은 비에케스에서 친우봉사회가 벌이는 환경복원 활동을 지켜보며 연대할 수 있는 부분을 모색할 예정이다. 녹색연합은 독극물 사건이 벌어졌던 지난 2000년 친우봉사회의 초청으로 비에케스를 방문한 후 미군기지 환경문제에 대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연대활동을 해왔다.  

녹색연합은 지난 60여년간 비에케스섬에 저질러온 폭격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복원과 더 이상 사람들이 암으로 인해 죽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미 해군이 벌인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비에케스와 같은 국제폭격장인 매향리의 농섬에 대한 폭격훈련 중단과 폭격장 완전 폐쇄를 요구한다. 매향리 또한 폭격으로 인한 살인적인 소음으로 인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으며 농섬과 인근 바다, 토양이 중금속에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

비에케스섬의 미 해군의 철수는 수천명의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이 벌인 시민불복종을 포함한 조직된 시민들의 비폭력 저항이 넓게 퍼져난 것에 따른 결과이다. 비에케스섬의 복원과 매향리에 폭연이 사라지고 매화꽃 향기 가득 퍼지는 날을 꿈꾸며 녹색연합은 세계의 평화단체들과 함께 앞으로의 비에케스섬의 복원문제를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며 또한 매향리 폭격훈련 중단과 폭격장 폐쇄의 날까지 연대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