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무건리 훈련장에서 군산 미공군기지까지

 활동이야기/군환경       2008. 9. 26. 13:08  l   Posted by 비회원



파주 무건리 훈련장에서 군산 미공군기지까지
- 오키나와 미군기지 환경피해 공동조사단 방한 일정에 함께 하며 -



작년부터 한국과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환경 피해 공동조사단이 꾸려졌다. 국내를 넘어서 국제사회에 환경피해 실태를 알리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올해 초에는 작년 환경 피해 조사를 바탕으로 국제 심포지엄도 개최되었다.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7일까지 10박 11일의 일정으로 오키나와 미군기지환경피해공동조사단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파주 무건리 훈련장, 매향리 사격장, 태백산 필승 사격장, 평택 미군기지, 군산 미군기지 등, 우리나라의 미군기지 환경 문제의 현주소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주요 현장들에서 보다 구체적인 조사를 실시하기 위해서다.


평택 대추리의 망령이 파주 무건리로

살아 있다면 스무 살이 되었을 효순이와 미순이, 두 여중생의 마지막 장소가 바로 무건리였다. 무건리 훈련장에서 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미군 장갑차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정부는 훈련장 부지를 지금의 두 배로 확장한다는 발표하였다. 주민들의 생활환경에 소음과 진동, 먼지 등으로 악영향을 미쳤던 훈련장을 폐쇄하거나 축소하지는 못 할망정 오히려 154가구, 약 600여명의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겠다는 것이다. 무건리 일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물푸레나무와 황조롱이, 원앙 등이 서식하고 있고 수백마리의 백로 서식지로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로써 무건리 훈련장 확장 부지에 들어간 주변지역은 제 2의 대추리 사태가 전운이 감돌고 있다.

[img|20080926_001.jpg|580|▲ 무건리 훈련장 - 효순이 미선이 추모비 앞에선 오키나와 조사단 |0|4]
오키나와 방문단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인천공항에서 가장 먼저 무건리를 향해 달려갔다. 무건리로 가는 길, 전차포 사격이 한창이었다. 2차선 도로를 거의 모두 차지하고 두려울 정도로 시끄러운 기계의 굉음을 울리며 전차포와 탱크가 지나간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 속에서 방문단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다.

저녁에는 촛불 문화제에 참석했다. 고향을 떠나기 싫어하는 주민들 곁에서 희망의 불꽃을 함께 들어 준 것이다. 모두 한마음이 되어 기도하는 모습이다. 군사기지 확장으로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끝나지 않은 고통의 폭격장, 매향리

매향리 국제 폭격장 폐쇄 주민대책위 전만규 위원장은 갯벌을 지나 농섬으로 가는 길에서 불발탄을 조심스럽게 돌로 가렸다. 아직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발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주민들은 불발탄이 발견되면 돌을 쌓아 주의 표시를 한다고 했다.

[img|20080926_002_1.jpg|580|▲ 매향리 갯벌에서 발견된 불발탄 위에 돌을 쌓아 놓는 전만규 위원장 |0|4]
매향리 사격장은 2005년에 폐쇄 되었다. 미군 폭격으로 인해 소음과 오폭 사고의 위험 속에서 살아 온 주민들에겐 최고의 희소식이었다. 길고 긴 주민들의 싸움으로 행복한 결말의 종을 울린 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실시되었던 폭격 훈련의 상처는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바다 한가운데에 짙은 녹음이 우거진 섬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농섬은 원래 크기의 30%만 남았다. 그 섬 주변 갯벌 속에는 감히 상상 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폭탄들이 깊이 파묻혀 있다고 했다. 갯벌에 널려 있는 불발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이다.

[img|20080926_002.jpg|580|▲ 매향리 사격장 농섬 앞에서 |0|4]
오키나와 방문단은 땅에 박혀 있는 폭탄과 기총사격의 표적이 되었다는 자동차와 컨테이너 박스를 보며 모두들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img|20080926_003.jpg|387|▲ 끝나지 않은 상처의 한 조각 |0|4]

절망의 땅에서 다시 움트는 희망의 기운, 평택 미군기지

다른 나라 군 기지의 확장을 위해 자국민의 고향과 삶의 터전을 잔혹하게 짓밟은 비운의 땅. 국가라는 것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억압과 착취의 권력기관 뿐 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보여준 치옥의 대명사, 평택 대추리.

[img|20080926_004.jpg|580|▲ 오산 미 공군기지 소음 피해와 기지 확장에 대한 설명을 듣는 조사단 |0|4]
오산 미 공군기지의 소음은 여전했다. 황구지리 마을과 불과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활주로가 있다. 귀가 찢어질 듯한 폭음 속에서 수십 년 동안 힘들게 삶을 엮어 온 주민들이지만 미군은 어떠한 대책도, 보상도, 대답도 없다. 이곳도 확장을 명분으로 농업을 금지 했다. 하지만 생계가 막막한 주민들은 몰래 그 땅에 농사를 짓기도 한다.

[img|20080926_005.jpg|580|▲ 탄약으로 인한 환경 피해의 심각성을 이야기 하고 있는 평화운동가 이시우 |0|4]
오산 미 공군기지는 열화우라늄탄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평화 운동가이자 사진작가인 이시우씨는 오키나와 방문단을 위해 직접 탄약 저장 시설의 심각한 위험성을 설명했다.
“미국 국방성 자료에 의하면 300만발 가까운 열화우라늄탄이 한국에 있는데 그중 50만발이 오산 미 공군기지에 있다. 그 중 2만 5천발 정도가 분실되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탄약이 국내에서는 얼마나 안일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드러났다. 특히 습기가 많은 탄약고 안에 열화우라늄탄을 보관하다보면 부식되어 물과 만나 불화수소라는 독성 기체를 내 뿜어 대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내에 보관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img|20080926_006_1.jpg|580|▲ 확장공사 중인 평택 미군기지 |0|4]
대추리 일대는 성토작업이 한창이다. 기지 확장을 위해 필요한 흙은 15톤 트럭 260만대 분량. 원만한 야산 수십 개는 없애야 한다. 방문단은 그 공사 현장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오키나와에서도 현재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해 수많은 주민들이 밤낮으로 싸우고 있다.
‘확장을 못 막으면 그리도 푸른 들녘도 저렇게 황량하게 변해 군사기지가 되는구나...’
가슴 속 슬픈 어둠이 긴 한숨이 되어 나온다.

[img|20080926_006.jpg|580|▲ 확장 공사 중인 평택 미군기지를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는 조사단 |0|4]
오후에는 평화 한마당이 열렸다. 평택의 여러 시민단체들이 하나가 되어 준비한 행사이다. 미군기지로 인해 평화라는 단어가 무색하기 짝이 없던 평택이었다. 하지만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서로에게 건네는 미소에 모두들 행복한 희망을 꿈꾸는 듯 했다.

[img|20080926_007.jpg|580|▲ 평택 평화한마당을 기념하기 위해 오키나와에서 손수 준비해온 플랜카드를 들고 |0|4]
방문단은 오키나와에서 손수 준비한 플랜카드를 들고 평화 한마당의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행사의 첫 문을 열었다. 평화를 주제로 한 사진을 보고, 영화도 보고, 포럼에도 참석하고, 국악에 맞춰 춤도 추고...

방문단은 행사가 끝나고 평택에서 평화를 일구는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회를 하면서 알 수 없는 뜨거움이 교차된다고 했다. 절망의 그늘에서 희망의 새싹을 움트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 집하장 - 군산 미군기지

[img|20080926_008.jpg|580|▲ 전투기가 지나가는 새만금 부지 앞의 군산 미공군 기지에서|0|4]
하제마을을 중간 쯤 자리 잡은 이층짜리 모정을 오르면 군산 미 공군기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방문단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는 모습이다. 미군기지와 전투기, 탄약시설과 활주로는 일본 전체 미군기지 중 75%가 있는 오키나와에 사는 이들에게는 이미 일상이 되어 버린 풍경이기 때문이다.

[img|20080926_009_1.jpg|580|▲ 새만금 부지에 새로 설치한 미군 철조망 |0|4]
요즘 군산 미 공군 기지는 더 시끄러워졌다. 전투기 폭음 때문만이 아니다. 새만금 부지에 폭발물 처리를 위한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미군들이 철조망 공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그 부지가 이미 70년대 미군이 공여 받은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국방성 문서와 비교해 본 결과, 미군이 철조망을 설치한 지역은 국방부가 발표한 지역과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폭발물 처리장은 중금속류와 화학류로 인한 토양, 수질오염이 심각하게 유발되는 곳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국 내에서 사용하는 사격장과 폭발물 처리장에 대한 철저한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오염이 발견 되면 즉시 정화 작업을 실시하는 법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해외 주둔 기지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중 잣대인 것이다.

[img|20080926_009.jpg|580|▲ 새만금 공사 현장에서 |0|4]
우리의 푸른 땅을 지키기 위해서 한국 정부 스스로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철저한 환경조사를 진행하고 대책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에게는 아직도 너무나 큰 나라인가 보다. 안보라는 이름 아래에서 미군보다 더 미군의 오염 행위를 보호하고 있으니 말이다.

[img|20080926_011.jpg|580|▲ 2008년 군산 평화 대행진 |0|4]
오키나와로 돌아가기 전날, 군산에서 평화 대행진이 열렸다. 300여명쯤 되는 전국 각지의 평화 운동가, 노동자, 예술인 등이 모여 미군기지 주변을 걷고, 다 같이 모여 큰 축제를 벌였다. 오키나와 방문단의 재일동포 2세인 유영자님은 ‘전쟁 없는 세계, 미래를 위하여’라는 글귀를 준비한 날개에 적은 뒤에 등에 매달고 걸었다.

[img|20080926_010.jpg|580|▲ 군산 평화 대행진에 참여한 오키나와 조사단 재일동포 2세 유영자 |0|4]
미군 주둔이 우리에게 남겨 준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이들은 너무나 쉽게 말한다. 남한의 안보와 한반도의 평화라고. 안보는 안전과 보장의 줄임말이다. 하지만 미군기지 주변에 살아가는 주민들에게는 미군 주둔과 안보는 너무나 먼 이야기이다. 오늘도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img|20080926_012.jpg|580|▲ 문정현 신부와 함께 군산 평화 대행진이 끝나고|0|4]
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