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마을 속 주민들은 조용히 울고 있었다

 활동이야기/군환경       2011. 3. 10. 10:43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시크릿타운(secret town)
천천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어가시는 할머니와 밭에서 곧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마을 사람들, 마을 앞에는 작은 개천이 흐르고 강아지들은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짖어대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듭니다. 봄이 오면 연둣빛 새싹이 하나둘씩 돋아나고 곧 모내기가 시작 되겠죠. 이렇게 평화롭게 보이는 마을에는 비밀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마을이지만 사람들이 살기 싫어하는 이 곳. 이 마을의 비밀은 안개가 끼지 않은 맑은 날 마을에 가보면 알 수 있습니다.

▲ 횡성먹거리단지위를 날아가는 전투기
제가 마을에 찾아 갔던 날 아침은 안개가 많이 있어서 비밀에 대해서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점심을 먹기 시작 할 때 쯤 멀리서 들려오는 “탕! 탕! 탕!” 공포탄 소리에 놀라기 시작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이제 시작인건가?” 라는 생각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밖에서 기다린지 20여분이 지나자 “쿠왕~콰콰콰콰콰콰콰콰콰~”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비밀의 문은 열렸습니다.

TV를 보고 있어도 TV소리를 듣지 못하는 피해지역 주민들
횡성군 모평리 주민들은 횡성비행장이 생긴 1975년부터 36년 동안 군 소음에 시달려 왔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전투기들은 비행훈련을 합니다. 낮이고 밤이고 상관없이 훈련을 하다 보니 지역 분들에겐 이젠 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 분들은 모두 목소리가 큽니다. 항상 소음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목소리를 크게 말하는 게 습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녁에 9시뉴스를 보고 싶어도 야간 훈련을 할 때는 화면만 멍하니 보고 계신답니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해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현재 횡성비행장의 착륙경로는 횡성여고와 횡성먹거리단지 위로 정해져 있습니다. 전투기와 비행기들이 착륙 할 때마다 횡성여고와 횡성먹거리 단지 위를 지나다닙니다. 그래서 소음이 심할 때는 수업을 잠시 중단하고 많은 학생들이 소음으로 인해서 학습권을 침해 받는 상황입니다. 횡성먹거리 단지에 위치한 식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사를 할 때 전투기가 저공비행이라도 하면 그 소음 때문에 밥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입니다. 마을에는 작은 집을 짓고 살기에 좋은 곳이 많습니다. 타지 사람들은 집터를 보고 생각보다 싼 가격에 맘에 들어 합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비밀을 말해 줍니다. 비행기 소리가 제일 시끄럽게 들리는 곳이라서 싼 거라고 말입니다.
                                                  
이런 마을은 현재 전국적으로 1501곳이 더 있습니다. (군용비행장49곳, 군용사격장1453곳) 전국에 있는 피해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피해에 대해 인정받기 위해 군소음특별법이 만들어 지길 바랬습니다. 1990년대 초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여년간 미루어 졌습니다. 지난 2009년 12월 7일 정부는 군소음특별법을 발의 하였습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이제 모든 것은 다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법안은 피해주민들을 위한 법안이 아니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법안에는 소음기준을 민간항공기 소음대책 기준인 85웨클에도 못 미치는 85웨클 적용 시켰습니다. 85웨클에 해당되지 않는 피해주민들은 황당했습니다.

▲ 전국군소음피해주민네트워크 간담회 모습
자신들을 피해지역 주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국에 있는 피해지역 주민들은 녹색연합과 함께 전국군소음피해주민 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리다
지난 1월 17일 한나라당은 군소음특별법을 민생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공지하였습니다. 군 소음 피해 주민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2월 11일 전국군소음피해주민 네트워크를 통해 각 지역의 현재상황에 대해서 정보를 나누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서 의견을 모았습니다.

현재 정부가 발의한 법안 85웨클기준으로 통과된다면 군소음특별법 같은 건 없어도 된다고 뜻을 모았고 각 지역 위원장들은 지역에 내려가 현수막을 내걸고 각 지역신문에 자신들의 입장을 나타내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로 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피해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뜻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 3월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 하는 모습
그래서 지난 3월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군소음특별법 임시국회 통과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여야국회의원 5명과 전국군소음피해주민 네트워크, 녹색연합, 대구경북 녹색연합은 군 소음 피해주민을 외면한 군소음특별법을 반대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정확한 전수조사를 통해서 군 소음 피해지역을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군소음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말입니다.

이제 시작이다
3월 8일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군소음특별법은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될 일이 없어진 거죠. 기자회견 이후 각 지역의 거센 반발을 보고 정부와 국방부는 잠시 주춤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님을. 정부와 국방부는 중재안이나 다른 방법을 찾아서 다시 제시 하겠죠. 저희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되었다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제대로 된 군소음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싸우고 기다릴 것입니다.    

글 : 김혜진 (녹색연합 평화행동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