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민영화를 반대한다'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03. 2. 26. 15:31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은 그린 피스·세계야생기금과 더불어 세계 3대 환경단체로 꼽힌다. 리카르도 나바로 의장은 1999년부터 68개국에 지부를 두고 100만명이 넘는 회원을 자랑하는 이 거대 환경단체를 맡아 기후 변화·산림·습지·생물 다양성 등 세계화 시대의 환경 문제를 알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엘살바도르 출신인 그는 1980년대에 국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1995년 환경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골드먼 상’과 같은 해 유엔개발계획(UNDP)으로부터 ‘글로벌 500인 상’을 받았다. 환경 위기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국제 공조를 호소하기 위해 지난 1월 말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참석한 그를 만나 ‘오늘, 우리의 환경 과제’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물 민영화를 반대한다' [지구의벗 리카르도 나바로 의장 인터뷰 ]

[img:nabaro-2.jpg,align=left,width=224,height=172,vspace=5,hspace=10,border=1]환경단체인 지구의벗이 반세계화 운동을 선도하는 세계사회포럼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라크 전쟁 반대에 동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우리는 기후변화와 산림파괴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세계화를 외치는 기업과 정부가 경제적인 이윤 창출에만 집착하면서 지역주민의 삶과 환경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다. 한국은 새만금 간척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지구의벗은 전쟁, 거대 개발사업, 무차별적인 자원 수탈을 걱정하고 있는데,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바로 우리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이다.

세계사회포럼에 대한 생각은?
세계경제포럼은 오로지 어떻게 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할 뿐, 환경과 민중의 삶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반면 세계사회포럼에는 시민과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다만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세계사회포럼이 세계사회환경포럼(World Social Ecological Forum)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환경 이슈가 사회 이슈만큼이나 중요한데 소홀히 다뤄지는 면이 없지 않다. 오늘날 세계에는 전쟁으로 인한 난민보다 홍수, 토네이도, 지구온난화, 가뭄과 같은 환경재앙으로 인한 난민들이 더 많다. 2001년 9.11 테러로 3천명이 죽었다. 같은 날 오염된 공기, 물, 음식 때문에 1만7천명의 사람이 죽었다. 나의 조국 엘살바도르만 해도 대기, 수질, 식품오염으로 사망한 인구가 내전으로 사망한 인구보다 무려 4배가 더 많았다.

한국의 새만금 이야기를 언급했는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추진 한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2001년 새만금 간척사업현장을 방문했다. 거대한 방조제는 아름다운 갯벌과 철새 떼에 어울리지 않는다. 새만금이 경제논리로 좌우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알래스카와 호주를 오고가는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이 쉬어가는 새만금을 지키는 일은 한국 환경단체만의 몫이 아니다. 지구의벗도 함께하고 있으며, 새만금 갯벌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3월 말 일본에서 세계물포럼이 열린다. 물 민영화에 대한 입장은?
기업이 물 자원을 소유하는 것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의 ‘비벤디’와 ‘수에즈’라는 두 기업은 전 세계 1억 명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 물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생명을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해보라. 이것이 얼마나 엄청난 권력인지를. 볼리비아는 98년도에 물을 민영화한 후 계속 상승한 물 값 때문에 한달에 100달러를 버는 사람들이 20달러를 물 값으로 지불해야 했다. 따라서 물의 민영화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20세기 분쟁의 중심에 석유가 있었다면 지금 세기는 물이다. 예를 들면 요르단강이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 갈등의 원인으로 떠올랐다. 이스라엘이 그들의 영토를 탐하는데 이유는 거기에 물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 경제활동이 환경과 어떤 연관이 있다고 생각 하는가?
기업이 바라는 것은 짧은 기간에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제 무역이 무슨 신처럼 되어버렸다. 무역을 숭배하기 위해 자원 착취와 환경파괴, 인간파괴가 다 용인된다. WTO의 목적 중 하나가 무역에 거슬리는 모든 장벽을 허무는 것인데 결국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권마저도 허물고 있다. 그 결과 환경이, 사람들이, 우리 지구가 고통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업도 한계에 부딪히게 될 텐데, 그들의 눈에는 이것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지구의 벗은 공정하고 생태적인 무역을 통해 보다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에 대한 입장은?
미국의 이라크전은 석유를 위한 전쟁이다. 부시정부가 베네주엘라를 국제 언론들과 함께 흔드는 이유도 석유 때문이다. 왜 미국 정부가 미주자유무역지대를 만들려고 하는가? 브라질, 콜럼비아, 멕시코는 지구상에서 가장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물의 원천지이기도 하다. 미국의 거대 의약, 화학, 식품 회사에 있어 생물다양성은 곧 돈이다. 이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자유시장인 것이다. 우리는 지역주민들이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인들에게 전할 메시지는?
한국인들과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핵 보유를 둘러싼 갈등이 군사적 해결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이유진 녹색연합 국제연대활동가 leeyj@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