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도롱뇽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03. 10. 15. 10:47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고속철도 관통반대 천성산비상대책위원회는 10월 15일(수) 오전9시 부산지방법원에서 도롱뇽 소송을 개시, 원고 도롱뇽을 대리하여 ‘도롱뇽의 친구들’의 이름으로 <공사착공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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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11일 천성산에서 촬영한 꼬리치레 도롱뇽

▣ 도롱뇽 소송 취지
천성산의 문제는 더 이상 고속철도 관통이라는 환경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잘못된 개발모델과 근시안적인 경제 논리로 파괴되고 있는 우리 산하의 아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므로 천성산은 이미 사라져 간 많은 생명들을 품어 안고 ‘도롱뇽의 친구들’이라는 일반인에 의해 희망을 만들어가는 환경성지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천성산비상대책회의는 천성산 일대에 서식하는 법적 보호 양서류 1호인 꼬리치레도롱뇽의 이름으로 환경부와 정부를 상대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소송을 제기 한다.
특히 부실한 환경영향평가가 개발에 대한 면죄부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병폐를 누락된 법종보호종들과 생명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하므로서 생물종에 대한 권리를 회복하고, 환경부와 환경보전을 위한 법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이땅의 미래의 거울이 되고저한다.
  
▣ 도롱뇽 소송이 갖는 의미
인간 중심의 파괴적인 개발 정책은 자연환경과 생명들을 파멸의 위기로 몰아넣고 전지구적인 환경문제로 확장시켜 이제는 인류의 생존마저 위태롭게 만들었다. <생명에게 사랑과 희망을>이라는 구호아래 우리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지구적 관점에서 평화롭게 공존해야 하며 영성과 공동생명체에 대한 희망을 갖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문화가 가졌었던 생명에 대한 아름다운 미덕을 되찾아야하며 자연스럽게 생명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

[img:chunsung_004.jpg,align=left,width=300,height=225,vspace=5,hspace=10,border=1]인간은 오랫동안 자연과의 공생관계에서 문화와 문명을 이루어 왔다.
떨어진 꽃도 함부로 밟지 못하는 것이 오랜 우리의 전통이었으며 뜨거운 물을 하수구에 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생활도덕이었다. 고시레와 까치밥 역시 우리의 생활 속에 배어 있는 생명에 대한 존엄사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개발지상주의는 환경파괴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가 갖고 있던 생명에 대한 존중과 아름다운 미학들마저 함께 사라지게 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미물이라고 부르는 생명을 통해 현재의 개발과 자연파괴를 재조명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환경보전의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환경부와 전문가, 개발업체의 야합으로 국가미래를 망치는 환경파괴 주범이 되고 있는 상황을 인간이 아닌 생명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역으로 짚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역지사지의 교훈을 되살려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생명 공동체를 회복하고 우리의 생명존중 미덕을 되살려 보고자 한다.

▣도롱뇽을 소송인으로 선택한 이유
[img:chunsung_006.jpg,align=left,width=300,height=225,vspace=5,hspace=10,border=1]우리의 헌법에는 쾌적한 환경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법령을 제정하여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법이 있고, 개발로 인해 특정야생보호동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특정야생동식물 보호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중인 천성산 고속철도 구간의 환경영향 평가서에는 30종 이상 되는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동식물이 단 한 종도 기록되어 있지 않으며 천성산에 군락과 군집을 이루는 수많은 동식물종이 누락되어 있다.
도롱뇽은 천성산에 산재하여 있는 22개의 늪과 12계곡에 가장 많은 개체수를 가지고 있는 종이며 또한 멸종위기 종으로 보호되고 있는 꼬리치레도롱뇽은 천성산이 대규모 서식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서 상에는 도롱뇽과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에 대한 기록은 전무하다.또한 양서류는 생존방식의 민감성 때문에 환경오염에 가장 취약하여 10년 전에 비해 절반이상이 멸종되어 간 대표적인 생물종이자 환경지표종이다. 그러므로 우리 도롱뇽은 천성산의 많은 생명들을 대신하여 용기를 내어  인간의 법정에 서려고 한다.


문의 : 녹색연합 서재철국장(019-478-3607, 747-8500)
         희귀종인 꼬리치레도롱뇽 사진이 준비되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