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 내내 늦가을 햇살이 몸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었다. 움츠린 어깨를 활짝 펴주는 햇살처럼 인간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자연의 친구들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다. 천성산 도롱뇽도 그런 친구 중 하나이다. 천성산 도롱뇽의 벗인 지율스님은 천성산에 깃들어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을 살리고자 오늘로 32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img:cheonsung_1person_02.jpg,align=left,width=225,height=300,vspace=5,hspace=10,border=1]올해 봄, 천성산을 살리고자 38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던 지율 스님이 2003년의 끝자락에서 똑같은 이유로 3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천성산의 뭇 생명을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의 생명이야 놓아버리겠다는 지율스님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려온다. 한해 거의 5분의1에 해당하는 70일 여일간의 단식과 40일간의 삼천배, 그리고 부산역에서 천성산까지 이어진 삼보일배. 한해를 송두리째 천성산을 지키는데 온몸을 바친 지율스님도 놀랍지만, 그의 절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이리도 외면하는 사회에 대해서는 더욱 할말을 잃고 만다.


내원사의 선방스님을 이토록 극단으로 내모는 정점에 노무현대통령과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당시 두 차례나 천성산을 관통하는 고속철도 노선을 백지화할 것을 약속했었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약속했었다. 또한 문재인 수석은 지난 3월 8일, 지율스님을 찾아와 “청와대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안검토위원회를 보장할 테니 그 자리에서 건교부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자”라며 공정한 중재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38일간 계속되던 지율스님의 단식 농성이 중단된 후, 참여정부는 모든 약속을 저버리고 결국은 총리실을 통해 기존 안을 고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였다.


[img:cheonsung_person.jpg,align=right,width=225,height=300,vspace=5,hspace=10,border=1]‘내가 죽고 천성산이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지율 스님의 신념 앞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천성산을 위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때’일 것 같다는 지율 스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받아 녹색연합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을 시작하였다. 민정수석실이 위치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별관의 높은 건물에 비해 그 앞의 1인 시위 모습은 초라하다. 하지만, 지율스님이 ‘생명을 건 32일간의 단식’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말 못하는 이들’을 지켜주겠다고 한 자신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진실한 마음이었음을 기억한다. 녹색연합은 꿈꾼다. 그 진실한 마음이 세상을 움직여 천성산의 모든 생명들과 지율스님을 비롯한 내원사 비구니스님들이 ‘천성’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날들을 기대해 본다.



글 : 녹색연합 조직국 윤기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