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넘게 아무르표범 보호를 위해 힘썼던 표범만원계에서 환경재단의 '그린아시아' 프로그램을 통해 6박7일간 러시아에 다녀왔습니다. 밀렵방지팀을 비롯한 현지 활동가들도 만나고,  케드로바야파드 자연보호구에 들어가서 표범 발자국, 똥 등을 발견했습니다. 표범이 살고 있는 그 땅을 밞으며 백두대간도 잘 지켜내어 표범이 돌아오기를 꿈꾸었습니다. 이 꿈을 함께 나누고 싶어 연재글을 올립니다.

기간 : 2006년 8월 8일(화)~8월 14일(화) 6박7일
정리: 김동현 (녹색연합 회원, 표범만원계 계주)

<연재순서>
① 이땅의 마지막 한국표범을 찾아서
② 러시아 NGO를 만나다 - 피닉스재단, WWF러시아
③ 자연 속으로 흡수된 에코센터
④ 꿈에 그리던 케드로바야파트
⑤ 밀렵방지팀과 호랑이와 표범의 자취를 찾아서
⑥ 호랑이와 표범의 자취를 찾아서

녹색아시아를 위한 만원계  www.greenkorea.org/greenasia/
- 우리 땅만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가 녹색으로 물들기를 꿈꾸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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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를 서둘러 하고 출발 준비를 마치자 전문밀렵방지팀 활동가들이 숙소에 도착했다. 표범만원계는 달마다 곗돈을 모아 4개월에 한번씩 2000달러(200만원)를 전문밀렵방지팀에 송금, 지원하고 있다. 총으로 무장한 밀렵꾼들이 러시아 곳곳에서 표범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방지팀 대원들이 이를 막는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가 지원하는 지원금은 이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각종 장비(무전기, 차량, 총기) 등의 구입과 정비에 사용된다. 5명으로 이루어진 전문밀렵방지팀의 리더 예브게니이와 팀원인 스테파니, 콘스탄틴, 그리고 루까(세퍼드개)가 왔다. 대원 2명은 여름휴가 중이어서 만나지 못했다. 오늘은 사슴농장을 보러간다. 비포장과 포장된 길을 번갈아 달려서 산 입구에 도착했다.

[imgcenter|060925_001.jpg|580|▲ 전문밀렵방지팀의 리더 예브게니이|0|1]

스테파니의 안내로 산을 올라갔다. 높은 산을 올라가는 줄 알았지만 약간 높은 구릉지대였다. 기후변화가 심해서 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짙은 산안개가 앞을 가렸다. 그렇게 걸으면서 본 사슴농장은 몇 개의 산을 끼고 있는 듯했다. 사슴농장을 둘러싸고 있는 팬스는 거의 쓰러져 있고 농장이 폐쇄된 상태지만 여전히 표범이 여기까지 온다고 한다. 예전에 5개였던 사슴농장이 이제 2개로 줄었다고 한다.  현지 사슴농장 관리인들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는 표범이 가끔씩 온다고 한다. 사슴이 있는 곳을 보니 한 20마리 정도가 멀찌감치 떨어져서 우리를 경계하고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슴을 기대했던 우리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큰 사슴농장에 20마리밖에 없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imgcenter|060925_002.jpg|580|▲ 표범 발자국|0|1]
[imgcenter|060925_003.jpg|580|▲ 풀숲에서 발견한 10cm 크기의 호랑이 똥|0|1]

사슴농장을 떠나 전문밀렵방지팀 사무실을 방문했다. 사무실은 전에 전문밀렵방지팀 리더로 있던 분이 제공해준 작은 사무실이었다. 활동상황을 설명 듣고 선물교환을 했다. 사무실 앞에는 차량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타고 온 지프와 트럭, 모터사이클, 겨울에 사용하는 스키가 달린 모터사이클 등을 보여줬다. 창고 같은 곳에 들어가니 수거된 올무들을 보여줬다. 호랑이나 표범을 잡을 때 쓰는 굵은 올무와 작은 동물들을 잡는 올무 등이 있었다. 다른 한 쪽엔 대원들이 쉬는 공간이 있었다. 리더인 예브게니이는 차량이나 장비 등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하면서 고맙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보고 상황을 알고 나니 마음이 뿌듯했다.

다음 날 전문밀렵방지팀과 호랑이와 표범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는데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늦은 출발을 했다. 전문밀렵방지팀의 스테파니를 따라 올라갔다. 얼마 가지 않아 호랑이 발자국을 발견했다. 10cm 크기의 엄청나게 큰 발자국 이었다. 누웠다가 간 자리도 있었는데 풀들이 둥글게 많이 크게 쓰러져 있었다. 조금 더 가서 이번엔 호랑이 배설물을 발견했다. 그리고 표범발자국도 하나 더 발견하고 다른 동물발자국과 배설물들도 많이 발견했다. 이 길이 모든 동물들의 이동 통로인 듯싶다. 오던 길을 돌아서서 한참을 보았다. 호랑이와 표범이 이 길을 걷는 모습을 상상을 해 봤다. 아름답고 우아하며 위풍당당하게 걸어갔을 그들을 상상해 보았다. 한편으로는 슬펐다. 인간들에게 내몰려 멸종의 위기에 빠진 그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그 동물들이 멸종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할 것을 다짐하며 산을 내려왔다.

우리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내려와서 마이클과 전문밀렵방지팀의 예브게니이, 스테파니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마이클은 우리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며 자신도 이렇게 현장에 와서 직접 보게 되어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전문밀렵방지팀 리더인 예브게니이도 우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우리 회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표했다. 우리는 도리어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우리는 아무르표범(한국표범)을 위해 지금까지 해 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예브게니이와 당신들의 친구들은 목숨을 걸고 지키고 있는 동안에 말입니다.  우리는 당연히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에게 감사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도리어 저희가 당신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다름입니다.”

[imgcenter|060925_004.jpg|580|▲ 밀렵방지팀 활동가들, 티그리스재단의 마이클과 연수참가자들이 모두 함께했다.|0|1]

우리는 아쉬운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콘스탄틴이 우리를 자루비노항으로 데려다 줬다. 콘스탄틴은 마지막까지 출국절차를 도와주며 우리들을 진정한 친구로 배웅을 해 주고는 . 다시 만나자고 했다.

우리들의 할 일은 이제 다시 시작되었다. 아무르표범(한국표범)을 지키는 든든한 지원 단체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과 더불어 더욱 더 이들과 연대할 것이며, 더 많은 지원을 하기위하여 우리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 결코 한국표범을 멸종의 위기에서 사라져 가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가 주인이었던 한국표범, 우리 산하에 다시 돌아오는 날을 기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