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닷가는 물고기가 살 만한가...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07. 2. 2. 17:57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전세계 10억의 인구는 물고기로부터 거의 모든 영양분을 섭취하며, 3500만 인구는 직접적인 어업활동에 종사한다. 어업으로 잡아들이는 물고기의 75%가 개도국을 중심으로 남획되고 있는 바, 이들의 대부분은 소규모 어부들이다. 40년 전에 비해 수산물에 대한 지구적인 수요는 거의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람사 사무국은 2007년 2월 2일 ‘습지의 날’ 슬로건으로 “Fish for Tomorrow?”를 선정했다. 수산물로 풍성한 오늘날의 식탁이 ‘내일과 미래는 어떤 상황에 처할 것인지’를 되묻는 상징적인 질문이다. 전 세계 ‘잡는 어업’의 79%가 어류의 산란과 서식지인 ‘연안습지’에 집중되는 현 수산업의 형태를 ‘전통어법‘과 ’지속가능한 기르는 어업‘으로 극복하자는 제안이다. 결과적으로 연안습지가 없이는 우리 식탁의 미래가 없다는 람사 사무국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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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협약(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에서 규정하는 ‘습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닷가 갯벌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폭넓은 개념이다. 간석지, 염생습지, 암석해안은 물론이고 제주 서귀포 ‘연산호 군락’, 대암산과 천성산의 ‘용늪’과 ‘무제치늪’ 같은 고층습지, 울진의 수중 암초지대 ‘왕돌초’, 하천과 강 하구의 기수역, 동해안의 18개 ‘석호지대’, 인천 옹진군의 수중모래섬 ‘풀등’, 한때 고흥만을 채웠던 ‘잘피군락’, 심지어 인공적으로 조성된 저수지, 염전, 논 조차도 ‘물새 서식지로서’ 혹은 ‘어류 산란.번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다.

[imgcenter|070202_13.jpg|580|▲ 금강하구 갯등|0|5]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연안습지는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가. 과연 우리 바닷가는 물고기가 살 만한가.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한때, 한강을 거슬러 온 돌고래가 여의도를 지나 뚝섬까지 올라갔던 기록이 있다. 물론 한강에 신곡수중보와 잠실수중보가 없던, 여의도가 모래톱이었던 자연하천 시절의 이야기다. 김홍도의 풍속화 『고기잡이』를 보면, 어부들이 대나무살로 엮은 함정어법에 걸린 물고기를 바구니로 퍼 담기에 분주하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조각된 고래 종류만도 참고래, 긴수염고래, 귀신고래, 향유고래, 범고래, 큰부리고래, 돌고래류 등 동해는 과연 ‘경해(鯨海)’, 고래의 바다였다. 제주 서남해안부터 흑산도, 칠산바다, 천수만, 덕적군도, 연평도까지 산란을 위한 경이로운 조기떼의 행렬로 서해안 ‘파시(波市)’는 불야성을 이뤘다. 몽탄 숭어, 풍천 장어, 금강 웅어, 왕피천 연어, 임진강 황복 등 지역을 대표하는 물고기 브랜드가 있었다.

[imgcenter|070202_14.jpg|580|▲ 인천 옹진군 장봉도 밤게|0|5]
1976년부터 시작된 영산강 간척사업으로 영산강 몽탄 지역의 옛 명성은 고스란히 사라졌다. 말하자면, 지속적인 간척과 매립은 어류의 산란과 서식지의 핵심거점인 연안습지를 일순간에 거덜 낸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안습지는 1987년 대비 2005년 현재 20.4%가 상실되었고, 이 중 80% 이상의 매립계획이 서해안에 집중되었다. ’90년 대비 ‘05년도 해면어업 생산량이 경기.인천연안에서 70%, 전남을 포함한 서해가 47%나 감소했고, 최근 5년 새 수산물 수입은 70%나 급증했다. 충남 당진의 석문산업단지, 해남 간척지, 군산장항산업단지는 농지와 공단조성의 본래 목적을 상실했고, 아파트 건설계획과 골프장, 해군기지로 용도 변경했다. 군산장항산업단지의 분양률이 30%를 밑도는 수준에서 군산.김제.부안의 거의 모든 연안은 새만금방조제로 막혔다. 또 다시 금강하구의 장항갯벌 매립이 추진 중이며, 옹진군 해사채취도 재개될 계획이다.

[imgcenter|070202_15.jpg|580|▲ 새만금 부안 계화도 장금포구|0|5]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1985년 이후 지금까지 미착공이거나 2011년까지 계획 중인 매립계획면적은 251.7㎢이며, 건수로는 무려 315건인 것으로 밝혀졌다. 21세기, 습지는 국제적으로 가치 있는 자산이며, 갯벌은 별 쓸모없는 땅이 아니다. 전국의 휴경지도 4만5천ha 정도로 농지조성용 매립은 타당하지 않다. 이쯤이면 ‘간척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하지 않을까.

[imgcenter|070202_16.jpg|380|▲ 전남 신안군 가거도|0|5]
습지가 생태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큰 가치를 가진 자원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과 습지의 조화로운 공존’과 ‘습지의 현명한 이용’은 알도 레오폴드의 지적처럼, “경제적으로 무엇이 유리한가하는 관점 뿐만 아니라 윤리적, 심미적으로 무엇이 옳은가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습지에 기댄 “생명공동체의 안정과 아름다움”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국가 정책은 우선되어야 한다. 인간 우선에서 자연을 배려하는 윤리가 필요하다. 약간의 ‘생태’로 포장하고, 전통적인 습지의 ‘문화종다양성’을 거세한, 경제이익 만을 목표로 추진되는 정책은 정확히 ‘그르다’. 새만금 연안습지의 생태와 문화를 포기하고, 부안 줄포만 일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정책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과연 아름다운가?

[imgcenter|070202_17.jpg|580|▲ 군산 지주식 김양식장|0|5]
2007년 1월 말, 한 일간지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전송했다.
“해양레저 센터, 원숭이.낙타 공원, 골프도 즐기고, 섬과 섬 사이에 케이블카, 볼품없던 섬에 고급빌라가 들어서” 등등.
전국 주요 지역의 섬 개발 추진 사업을 펼치겠다는 해수부와 지자체의 야심찬 계획이다. 인천 용유.무의도, 인천 옹진군 굴업도, 충남 태안군 안면도, 전남 서남해안 ‘갤럭시 아일랜즈’, 부산 나무섬과 울릉도 등의 섬을 중심으로 ‘관광 허브’를 구상하겠다는 발상이다. 한마디로 볼품없는 섬을 개조해 시민들이 이용가능한 해양관광종합리조트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개발사업에 조기나 숭어 대신 ‘원숭이.낙타’와 같은 엉뚱한 생태가 가미되고, 연안습지의 지역문화는 골프, 케이블카, 고급빌라로 대체되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imgcenter|070202_18.jpg|580|▲ 충남 홍원항 전어축제|0|5]
2005년 우간다 캄팔라에서 개최된 ’제9차 람사협약 당사국총회(COP9)‘에서는 만장일치로 2008년 차기 당사국총회 장소로 대한민국 창원시를 결정했다. 전 세계 154개의 당사국이 참가하는 ’습지올림픽‘인 ’COP10‘ 개최는 우리나라의 습지보전 현황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환경부와 해수부, 경상남도는 ’COP10‘ 개최에 대한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한 습지관광 코스를 개발하며, 각종 습지보호지역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imgcenter|070202_12.jpg|580|▲ 당진 왜목마을 낙지잡이|0|5]
람사 사무국의 지적처럼, 대한민국의 람사대응은 단순한 문제, 바로 우리의 식탁에서 시작해야한다. 미래의 식탁에는 사라질 물고기에 대한 고민부터다.
“물고기의 산란과 서식지인 어류생태계 보존과 습지문화의 전승.복원.”
'COP10'을 앞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내세우는 내륙.연안습지 관리방안에 우리의 건강한 수산물 식탁을 고민하는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은 연안습지의 어류 생태계를 포기하고, 어업을 그만 둘 계획인가. 또, 시화호와 새만금 어민들의 오래된 습지문화는 어디로 갔는가. 2007년 습지의 날 기념행사가 벌어지는 오늘, 아쉽게도 서해안 연안습지에서 조기떼는 이미 사라졌다. 후회해도 늦었다.


글 : 녹색습지교육원 윤상훈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