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국방부의 중대한 관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 때문이다. 지난 4월 중순 국방부장관의 제주도 방문 이후 일주일이 멀다하고 국방부 수뇌의 방문과 입장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군 당국이 제주도에 대해 이렇게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4.3이후  처음이다.

[imgcenter|070601_016.jpg|580|▲ 지금까지 해군기지 찬성지역으로 알려졌던 강정마을에서 150명 가량이 모여서 국방부의 추진계획에 강한 의문과 불신을 제기했다.|0|5]

5월 31일에도 국방부의 제주도 방문은 이어졌다. 오후 2시 반에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국방부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방부 최광섭 자원관리실장을 비롯 해군본부 김성찬 전력기획참모부장, 공군본부 김용홍 전략기획참모부장 등이 직접 기자회견을 나섰다.  해,공군의 장성들까지 언론에 직접 나서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국방부는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에 숨가쁘게 올인하는 상황이다. 제주의 언론사 대부분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분위기에서 열렸다.

기자들은 국방부와 제주도의 이면합의에 대한 의혹과 공군기지에 건설에 관한 여러 의문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제주도에서는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국방부와 제주도청의 밀약설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미 ‘중요한 결정을 미리 짜놓고 진행하는 것 아니냐’라는 의혹이다. 실제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2주 전에  그런 문건을 공개했고, 국방부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아울러 민노당 노회찬이 제기한 국방중기계획에 따른 ‘공군의 제주도 전투기 대대 추진’도 해군기지 건설로 심각한 제주의 상황을 걷잡을 수 없는 의문의 도가니로 끌고 갔다. 노회찬의원의 발표 전까지 국방부나 공군에서 공군기지 건설은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해군기지 때문에 부담스러웠는지, 아니면 은근히 두루뭉수리 처리하려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째든 공군은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추진하려다 국회에 들킨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공군의 전력분야 고위간부가 직접 나선 것은 제주도의 공군기지 논란이 만만치 않은 의혹으로 번져갈 조짐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공군은 ‘전투부대가 아닌 탐색구조부대’라는 점을 누차에 강조했다. 아울러 ‘전투기와 대형탄약고 등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도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헬기와 수송기 몇 대가 들어오는 것인데도 30만평의 부대라는 대목이 여전히 의구심을 일으켰다. 더욱이 공군측은 공군기지의 건설을 ‘민간공항과 함께 사용하는 제주 제 2공항 건설계획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민항건설의 주체인 건교부와의 협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건교부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지난 5월 25일 건교부는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향후 20년 국가교통의 헌법이라고 밝힌 국가기간교통망수정계획을 밝히면서 ‘항공분야는 신규사업보다는 기존 공항의 시설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질적인 보강으로 가닥을 잡을 것’임을 발표했다. 새로운 공항을 짓기 보다 기존공항의 시설과 인프라 최대한 혁신하여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imgcenter|070601_013.jpg|580|▲ 국방부와 해군, 공군의 장성급들이 참석한 국방부 제주지역 기자회견, 이 자리에서 국방부는 공군기지에 대해서 전투부대가 아닌 탐색구조부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0|5]
흥미로웠던 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군을 비롯한 배석한 국방부의 모든 관계자들이 공군기지에 대한 표현이었다. 한결같이 탐색구조부대로 표현을 요청했고 공군기지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활주로 이외에 30만평의 시설과 장비는 언제든지 전투기부대로 전환도 검토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주변 지역의 공간을 어떻게 추가 수용하고 확장하느냐에 따라서는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공군이 제주도에도 활주로를 가지는 부대가 들어오느냐, 아니냐 인데 한사코 전투부대가 아닌 탐색구조부대로 표현을 고집하는 것이 오히려 궁색해 보인다. 이런 접근이 제주도에서는 오히려 의구심만 확대시키는 분위기다.

국방부와 각군 전력책임자들이 제주도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최근 제주의 분위기 때문이다. 비록 김태완 지사가 여론조사를 통해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방침을 확정했지만 반대 주민들과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김태완 지사 자체가 불법선거운동으로 고법에서 당선무효형  확정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식물 지사나 다름없는 처지에 제주도의 최대 현안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거세게 일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순 김태완 제주도지사의 여론조사를 통한 건설 강행으로 현상적으로는 제주도의  해군기지 건설이 확정된 듯 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조차 반대진영이 조직되어 여론이 꿈틀대기 시작했으며 제주도의회에서도 해군기지 건설에 관련해서 행정감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들이 국방부를 더욱 자주 제주에 방문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을 끄는 점은 강정마을의 분위기다. 국방부와 제주도청이 지목한 해군기지 후보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반대 여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강정마을은 정부나 일부 언론에서 주민들 스스로 해군기지를 유치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5월 30일에 저녁 강정마을회관에서 또 다른 상황이 있음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강정마을 주민들 150명 가량 모여서 분분했던 해군기지에 대한 의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국내외의 군사기지 피해사례에 대한  초청강연회를 겸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확인된 것은 지금까지 해군기지의 유치에 찬성측은 주로 직접적인 보상이 가능한 어촌계 관련주민들이었으며, 보상에 대한 장밋빛기대도 이들로부터 확대재생산 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날 모인 주민들은 보상이나 그 밖의 기지건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imgcenter|070601_012.jpg|580|▲ 제주도의회에서 해외 군사기지 대응  평화활동가들의 생생한 경험과 보고를 하는 기자간담회 현장 |0|5]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 한홍찬위원장은 “국방부와 해군은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보상에 대한 언급부터 기지건설에 관한 정보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제대로 전달된 것을 아무것도 없다. 불신만 가중시키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왜 전국적으로 군부대 신규건설이 저항에 부딪히는지 국방부는 알아야 한다.” 며 군의 태도를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강정마을은 주민들의 합의 하에 다수가 해군기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150명 이상의 주민들이 모여 지금까지 국방부가 언급한 해군기지에 대한 로드맵 자체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공유했다.  특히 해군이 공식적인 보상금에 대한 언급 없이 실무자들이 일부 주민들을 접촉하여 상당한 보상을 구두로 이야기 하고 다닌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불신이 증폭되었다.  아직도 국방부장관이나 해군참모총장의 직인이 찍힌 구체적인 보상대책은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아울러 마을 전체의 대표성을 지닌 단위와의 보상 협의도 없었다. 국방부나 해군이 생각하는 것과 강정마을의 유치찬성진영이나 여기에 주목하는 주민들이 바라는 보상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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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center|070601_015.jpg|386|▲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시 시모지군사기지 반대위원회 치카즈미 토시미치 사무국장이  일본방위청의 대중국전진기지를 막아낸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0|5]
이날 강정마을의 국내외 군사기지 피해사례에는 평택을 비롯하여 해외에서도 방문하여 발표를 하였다.  하와의의 미군기지 피해사례와 오키나와의 일본자위대 기지 등이었다. 강정마을 사례보고와 함께 5월 31일 오전 제주도의회에서 하와이-오키나아 평화 활동가 기자간담회도 열렸다. 하와이에서 온 ‘카일 카지히로’사무국장은  미국 친우봉사회 하와이지부 담당자다.  미군기지에 의해 군사기지의 섬으로 살고 있는 하와이 사례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했다.

일본의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시에서 온 ‘치카즈미 토시미치’ 시모지군사공항 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일본 항공자위대의 기지건설을 막아낸 지자체와 주민들의 사례를 보고했다. 이들은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제주의 군사기지에 분분한 의문들에 대해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주었다. 이날 저녁에 서귀포시 김정문화관에서는 민노당현애자의원이 주관하는 해외군사기지의 사례 강연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하와이에서 온 카일 카지히로 씨는 “평화의 섬 제주도와 군사기지의 섬은 명백히 모순이다. 하와이도 그 엄청난 군사기지가 있었지만 진주만폭격을 당했다. 군사기지는 지역주민들의 삶을 해체한다. 군사기지의 영향에 대해서 제주도 주민들에게도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평화를 군사기지로 구하는 것은 넌센스다. 그것은 군인들의 논리다. 베트남과 이라크에서 우리는 확인했다. 군대의 논리를 제어하지 못하면 평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 온다.  군사기지는 시민들의 삶,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해체한다.”며 대표적 미군기지가 밀집한 하와이의 사례를 이야기 했다.

오키나와현의 미야코지마에서 온 치카즈미 토시미치 사무국장의 사례는 제주에게 직접적인 거울이 되었다. 2년전 일본의 항공자위대가 대중국 전진기지를 미야코지마시의 시모지섬에서 건설하려다가 지역주민들의 저항과 지자체의 노력으로 무산시킨 생생한 사례를 발표했다. 제주도 해군기지의 역할과 기능이 주로  대중국 견제라는 점에서 치카즈미사무국장의 발표는 여러 가지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컸다. 치카즈미 사무국장은 “일본도 대중국 군비경쟁에 나서고 있다. 중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항공자위대의 기지가 우리지역에 들어오기로 했다. 처음 방위청은 상당한 경제적 보상이라는 사탕을 들고 지역의원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직접 지방의원들을 소환하여 4000명 가까이 모인 주민공청회를 조직하여 군사기지의 실체를 확인하고 반대의사를 확고히 했다. 그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항공자위대 유치 반대가 결정되고 방위청의 계획은 무산되었다.”면서 지자체와 도지사 및 시장 등의 역할을 강조했다.  

[imgcenter|070601_014.jpg|580|▲ 하와이에서 온 카일 카지히로 미국친우봉사회 하와이 사무국장이 하와이의 미군기지로 인한 주민피해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    |0|5]
국방부의 기자회견과 시민대책위의 해외사례 초청강연회 등의 5월 마지막 날까지 제주도는 해군기지로 논란이 이어진다. 분명한 것은 국방부는 지역 주민들에게 일관되고 상세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며, 도정을 책임지는 제주도청 역시 이런 내용을 확인하고 타당성을 따져 보지 않은채 군사기지를 유치를 지역 주민들에게 강요하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면 제주도 해군기지 문제는 평택이나 위도에서 경험했던 국책사업으로 인한 지역갈등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항상 국책사업의 필요성만 이야기 했지 정확한 계획과 상세한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지자체는 지역 주민들의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정부를 따라가는 무기력함으로 일관했다. 노무현대통령이 선언한 평화의 섬 제주가, 대통령의 결정으로 갈등의 섬으로 가고 있다.

■ 글 / 사진 :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