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마을 자동차두레 시행 4주차 이야기


대기오염.교통 혼잡.교통사고.주차난.에너지난 등 자동차 사용에 따른 피해는 엄청나다. 게다가 골목길까지 자동차가 점령하면서 보행자가 안전하게 걸어 다닐 권리마저 사라진 상태다. 과연 대안은 없을까? 오래 전부터 생태공동체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성미산 마을이 10월 7일 마을 단위로는 국내서 처음 시작한 '자동차 두레(카 셰어링)'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다. 다섯 가구가 참여한 이 실험을 오마이뉴스가 소개한다. <편집자주>



[imgleft|071129_001.jpg|373|▲ 성미산마을 자동차두레 참가자들이 카셰어링에 대해 교육받는 모습  ⓒ 사람과마을 김은주|15|0]서울 마포구 성산2동에 있는 65m짜리 성미산. 90년대 동네 주민들이 이 야트막한 산을 지키기 위해 뭉친 뒤, 이 마을은 '성미산마을'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그렇게 뭉친 주민들은 공동 육아, 조합형 카센터, 음식쓰레기 재활용 등 공동체 실험을 시작했고, 올해 10월에는 자동차 두레(자동차 함께 쓰기, 영어로 카 셰어링)를 시작했다. 어느덧 한 달째다.

지난 10월 31일 그 간의 활동을 점검하고, 불편하거나 어려웠던 점을 의논하기 위해 자동차 두레 회원인 다섯 가구가 참가한 가운데,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 회의실에서 중간평가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는 세차, 정비, 이용습관 등 실제 사용에 관한 얘기부터 서울시의 정책참여에 관한 내용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다. 실제 현장에서 경험한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고민이자 신선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자리였다.

자동차 두레 이렇게 쉬운 거였어?

지난 10월 7일 성미산마을 자동차두레는 안전운행과 성공을 기원하는 고사로 첫출발을 알렸다. 이날은 성미산마을에 있는 공동육아를 비롯한 많은 교육기관과 지역 단체가 함께 여는 가을운동회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격려와 관심 속에 출발한 자동차 두레는 5가구와 마포두레생협을 주요 회원으로 지금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시행 한 달째 회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한 회원의 말을 빌리자면 분위기는 이렇다.

"자동차두레 이렇게 쉬운 거였어?"

내 차가 아니라 공동 차를 사용하는 것인 만큼 차를 예약하는 일, 차를 가지러 가거나 가지고 오는 일 등 평상시와 다른 생활이었지만, 주민들은 생각했던 것만큼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자동차두레의 실무를 맡고 있는 마을단체 '사람과 마을' 홈페이지에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여 예약이나 하고 싶은 말을 남기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진행했는데, 아직까지는 특별한 문제를 담은 글이 올라온 적이 없다.

굳이 어려웠던 점을 들라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라 예약시스템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는 점과 자동차 내부 청소나 차계부 쓰기처럼 자신의 차라면 알뜰히 챙기지 않았을 부분까지 신경이 쓰였다는 것 정도랄까. 하지만 예약은 복잡한 시스템이 아니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익숙해졌고, 차량 청소도 쓰고 난 차를 쓱~ 둘러보고, 휴지를 몇 개 가지고 내리는 정도였다.

잠시의 수고는 깨끗이 정돈된 차를 받는 기쁨과 스스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즐거움으로 되돌아 왔단다. 차 안에서는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는 것도 시도해 보기로 했으니 이대로라면, 관리차원에서 한 달에 한 번 내부세차를 하는 것만으로도 청소는 충분할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차계부는 처음부터 차에 두고 사용할 때마다 쓰기로 했다. 차계부를 쓰는 일은 사용료와 관계되는 것인데, 거리에 따라 연료비 등 사용료를 사후 정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조금 번거로운 일이긴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주행했는지도 알 수 있고, 완벽하진 않지만 정산 때 연료 사용도 알 수 있으니, 자동차 사용에 관한 점검뿐 아니라 계획을 세울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경제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너무 착해서 실패하면 어쩌지?

자동차두레를 한참 준비할 때, 사람들은 예약 우선순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있는 집이 우선이어야 한다, 경조사를 우선으로 하자, 인원이 많은 신청자에게 우선 배치하자 등등 우선순위에 대한 안을 마련해 보기도 했다. 참가자들 가운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예외 상황을 먼저 고려하여 규약을 만든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한참 동안 논의한 끝에 참가자들은 배려를 위한 규약이 자동차두레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였다.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면 예약을 먼저 했더라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우선 순위자를 고려해야 하거나, 나의 상황이 우선순위에 포함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우선 예약한 사람이 우선순위에 밀려 차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고,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자동차두레를 이용하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컸다. 참가자들의 마음이 불편하여 참가율이 떨어지면 결국 자동차두레는 마을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용순서에 대한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규제나 시스템은 단순할수록 적용범위가 넓고 유연해진다는 생각이었다. 자동차두레는 예약하는 순서대로 이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정했다. 사정이 급한 사람은 미리 예약한 사람과 개별로 조정하기로 하였다. 그 정도의 조율은 지금 규모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과 함께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결정이었다.

그런데 한 달여간 진행을 해보니 뜻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자동차두레 회장이 한 번도 차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자동차두레의 목적이 차를 적게 타자는 것이긴 하지만, 한 번도 타지 않은 것을 그냥 받아들일 순 없었다. 그는 직장 때문에 마포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차를 써야 하는 상황이 많다고 했다. 혹시 자신이 다른 곳에 차를 가지고 가버리면 다른 참가자들의 이용에 불편을 주게 될까봐 차를 예약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자동차두레에 참여하고 있지만, 다른 회원들을 배려해서 정작 본인은 차를 빌려 쓰지 못했던 것이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너무 착해서 탈이라고 하나.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지 마~" 자동차두레에서 여러 실무을 해온 그가 이처럼 자신의 편리를 돌보지 않는다면, 자동차두레는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 그럴 수는 없는 일. 사람들은 이렇게 약속을 했다.

"내가 필요한 경우 남 눈치 보는 것 때문에 사용을 꺼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으므로 자유롭게 쓰도록 하자."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더 많은 실험을 하고 싶어요.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에 부딪히고, 생활 속 불편함을 다 겪은 후, 이를 우리 힘으로 해결해 가면서 배우고 싶어요. 그래야 자동차두레가 우리의 생활이 될 테니까요."


두레차, 그저 바라만 봐도 좋아!


자동차두레 참가자들은 이 한 달 동안 알게 된 것이 많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하나는 "차를 이렇게 쓰지 않고 세워둔 날이 많았구나"라고 느낀 것. 자기 소유의 차가 그냥 세워져 있을 때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자동차두레에서 예약을 하고 차를 사용하게 되니까 월 단위로 차를 얼마나 쓰는지 스스로 모니터링이 되더라는 것이다.

거리에 상관없이 그냥 집 앞에 세워져 있는 차를 탄 습관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단다. 워낙 자전거를 잘 타던 사람들이기는 하나,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비율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한다. 실제 출퇴근을 걸어서 하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차를 타지 않아도 동네를 지나다 자동차두레 차가 세워져 있는 것만 봐도 흐뭇해진다고 한다. 이쯤이면 자동차두레는 생활의 편리와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즐거움까지 주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성미산마을 자동차두레가 편리함과 나눔을 조화시키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마을을 즐겁게 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를 즐겁게 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