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시대] 1. 열도는 철도다.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08. 9. 16. 16:03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3126 KM 일본 철도 종단 유랑기

섬나라 일본은 열도라 부른다. 하지만 일본은 교통에서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한지 오래다. 일본의 대표하는 4개의 섬은 모두 철도로 연결되어 있다. 도로는 혼슈와  홋카이도가 아직 연결되어 있지 않다. 국가기간교통망을 철도를 중심에 놓고 도로를 결합한 철도국가 일본의 철도현장을 종단하였다. 일본 본토 최남단역에서 최북단역까지 3126km의 철길을 내달렸다. 일본 철도대장정은 본토 최남단 역인 가고시마(鹿兒島)현의 니시오오야마(西大山)역에서 홋카이도(北海道)의 와카나이(稚內)역까지 이어진다. 요금만 약 50만원(51,450円엔)이 넘는다. 쉬지 않고 환승하면  30시간 22분소요이 소요된다. 실제로는 아무리 빨리가도 2박 3일이 걸리는 이 종단철도는 신칸센부터 특급, 급행, 보통열차까지 일본 공공철도의 상징인 JR(일본철도)의 기본 열차를 종류별로 다 이용해야 한다. 최소 7차례의 환승을 해야 가능한 이 철길을 통해 국가교통의 핵심을 철도로 삼고 살아가는 일본사회의 생생한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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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center|20080916-12.jpg|580|▲ 홋카이도 시골철도 노선의 모습, 적자노선이라도 주민들의 발이라는 공공성 때문에 일본 정부는 이런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운영한다.|0|5]
철길로 일본 국토종단대장정을 이어가는 출발은 가코시마 맨 아래의 작은 간이역에서 시작된다. 일본 본토 최남단 역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비해 니시오오야마역은 무척 소박하다. 역무원도 없고 역건물도 제대로 없다. 하루 5차례 오가는 2량짜리 지방의 보통열차가 오간다. 그래도 니시오오야마역에는 플랫포움 가운데에 ‘일본최남단의 역’이라는 표주와 이 곳에서 일본의 주요지역으로 이어지는 철도의 거리를 담은 일본전도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imgleft|20080916-13.jpg|200|▲ 오사카역에서 기차를 기다라는 초등학교 학생들, 일본에서 철도는 생활이자 문화다.|20|5]이 역은 일본의 두메산간이나 시골 해안선 철도노선에서 흔히 마주치는 시골노선 철도이 모습, 간이역의 전형을 보여준다. 일본에는 수많은 간이역이 있다. 1량 이나 2량의 열차에 주민들은 몸도 실고 마음도 실어가며 살아간다. 일본철도의 실체이자 바탕이라 할 수 있다.  

간이역과 지선 철도망은 교통으로부터 소외되어가는 지역주민들의 삶과 이동을 보장해 주고 있다. 자동차가 없거나 운전을 하기 곤란한 어린이나 학생, 노인들의 교통을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고 있는 것이 일본 철도다. 경제성의 잣대로 지역노선과 간이역을 폐지하는 우리 현실에서 되짚어야 할 지점이다.    

니시오오야마 역에서 출발한 시골열차는 이브스키역에서 특급으로 갈아타게 된다. 이 도시는 모래찜질온천으로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관광객에게도  제법 알려진 곳이다. 이브스키의 특급은 가고시마현의 도심에 있는 가고시마중앙역에서 신칸센으로 갈아탄다. 일본은  세계에서 고속열차를 가장 먼저 실현하였다. 국가기간교통망에서 교통량이 충분한 노선을 중심으로 고속철도망과 간선 및 지선철도 망이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운영되고 있다.


[imgcenter|20080916-14.jpg|580|▲ 동일본철도의 운행하는 모습, 대도시부터 두메산간까지 일본 철도는 확고히 국가기간교통망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0|5]
쿠마모토현의 신야스시로(新八代)역에서 다시 특급으로 갈아타면 큐슈의 중심지이자 일본에서 4번째 도시로 꼽히는 후쿠오카의  하카타역에 닿는다. 지역의 중심역에 와 보면 일본이 철도 중심 국가라는 사실은 확실히 체감하게 된다. 하카타 역을 비롯하여 서일본을  대표하는 오사카역, 중부지역의 나고야역 그리고 도쿄역을 거쳐서 동북지방의 센다이역과 홋카이도의 삿포르역까지,  지방의 거점역에는 신칸센부터 특급, 급행, 보통, 완행까지 하루 수백편이 넘는 열차가 나가고 들어온다.  이런 역들은 대부분 20개가 넘는 플랫포움을 모두 이용하여 열차를 운용하고 있다.

[imgcenter|20080916-17.jpg|580|▲ 신주쿠역에서 기차에 내려서 목적지로 이동하는 시민들, 도쿄을 비롯하여 일본의 대도시는 철도가 교통수단으로 확고히 정착해 있다.|0|5]
하카타에서 신칸센을 타고 오사카로 들어가면 도착역은 신오사카역이다. 관서지방을 비롯하여 서일본의 중심도시인 오사카는 거점인 철도 역도 두 곳이다. 신오사카는 신칸센을 비롯하여 특급과 급행, 보통 등을 아우르며, 오사카역은 신칸센 없지만 명실상부한 서일본의 교통의 중심지인 역이다. 특히 도쿄와 함께 일본의 2대 도시로 꼽히는 오사키시의 주요 철도교통망의 심장과도 같은 역이다. 사방팔방으로 뻗어가는 일본 철도의 역동적인 모습이 오사카역에서는 느껴진다. 새벽 5시부터 밤 1시까지 항상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일본은 국가의 주요 기간 교통망부터 지역의 소도시 교통망까지 으뜸 교통수단을 철도로 해결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강국답게 도로 역시 잘 연결된 편이지만 일본 국내의 교통체계는 국가기간교통망부터 산골지역의 기초시군까지 모두 철도가 기본적인 교통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메이지시대의 근대화 때부터 일관되게 철도를 건설했고, 전쟁 이후의 고도성장기에도 철도에 사회적 인식과 합의는 유지되었던 것이다.일본은 장거리 출장이나 여행 혹은 일상생활의 이동에서 철도가 도로보다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오사카에서 신칸센으로 도쿄에 들어간다. 64년 도쿄올림픽과 동시에 개통된 도쿄-오사카 신칸센은 전쟁 이후 고도성장의 상징이자, 일본 교통의 상징이기도 했다. 일본의 경부선인 도카이선은 도쿄-나고야-오사카로 이어지며, 일본의 주요 3대 도시가 다 망라되어 있다. 도쿄역은 일본철도의 정점이자 출발지다. 모든 철도선은 도쿄역을 중심으로 나가면 하행선이고 들어오면 상행선이다.

도쿄에는 도쿄역이외에도 신칸센이 정차하는 우에노역과 시나가와역이 있으며, 신쥬쿠역와 이케부꾸로역 등 도쿄시의 교통 거점이 되는 철도거점역이 2개소 더 있다. 이 곳 역들은 하루에서 수천편이 열차로 오가면서 도쿄의 발이 되고 있다. 일본의 심장 도쿄역에서 바라 본  일본철도는 이동지역을 사통팔달인 다양성과 그것에 기반한 편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기후변화의 시대에 이산화탄소의 감축이라는 국가적 의무의 방편으로 일본은 이미 철도를 통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도쿄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철길은 하치노헤(八戶)역까지 신칸센이 다닌다. 일본 혼슈 최북지역이자 동북지역의 주요 광역지자체인 아오모리(靑森)현에는 하치노헤까지 신칸센이 연결되어 있고 현청 소재지인 아오모리역까지는 특급과 나머지 열차들이 다닌다. 아오모리역은 아오모리현의 교통요지이자 일본 본섬(혼슈)과 홋카이도를 연결하는 철도망의 핵심거점 중의 하나다. 혼슈에서  홋카이도가는 모든 열차의 시작과 종착이 아오모리역에서 이루어진다. 아오모리역을 출발한 열차는 세계적인 해저터널인 세이칸(靑函)터널을 지나서 홋카이도로 연결된다. 이 터널은 53.85km의 해저구간을 관통하는 터널로 철도와 도로를 망라하여 세계최장터널이다.

[imgcenter|20080916-15.jpg|580|▲ 일본 최북단역인 홋카이도의 와카나이역에 세워져 있는 일본 최북단 안내 표주, 3000km 넘는 맨 북쪽 다. 종착점이 도쿄시내 미나미센쥬에서 여러곳으로 뻗어나가는 일본 종단 철도 노선의 철도 노선의 모습|0|5]
[imgright|20080916-16.jpg|200||20|5]홋카이도로 들어간 특급열차는 홋카이도의 남쪽 관문이자 어업도시인 하코다테를 지나서 삿포르로 들어간다. 삿포르역도 다른 지역의 중심역처럼 홋카이도의 모든 철도망의 중심이자 시작과 종착이 되는 역이다. 겨울이 반 가까이 되고 상상을 넘는 폭설이 일상인 홋카이도의 겨울에서  철도는 도로와 비교 안되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곳곳에 드넓은 평원을 자랑하며 일본의 거점이자 곡창지대 역할을 독특히 하는 홋카이도에서 철도는 곳곳에 시골로 연결된 그림같은 노선을 자랑한다. 평원과 습지를 가로질러 가는 1량짜리 열차가 지긋히 철길이 위를 미끄러져간다.

삿포르에서 특급으로 다시 북쪽을 향해 5시간 가량 올라가면 일본 철도 최북단역인 와카나이(稚內) 에 도착한다. 일본 영토 최북단의 도시이자 철도최북단이 와카나이는 위도상으로 블라디보스토크보다 북쪽에 있는 것이다. 러시아 땅인 사할린과는 약 15km 가량 떨어졌다. 어업이 중심인 이 도시까지 철도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역 플랫포움 맨 끝에 철길이 끝나고 그곳에 ‘일본최북단의 역’이라는 표주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특급이 정차하며 어업전진기지인 와카나이시의 규모답게 이곳에는 관광객도 많다. 그래서 최남단역보다 최북단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이 하루 2-30여명가량 된다.  

일본은 시골의 구석에 있는 노선일수록 철도메니아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철도가 일상이자 삶이기 때문에 평소 가보지 못한 수많은 아름다운 노선을 다니는 사람들이다.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종단철도를 통해서 바라 본 일본사회의 철도는 생활이자 사회의  문화였다.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일본철도 답사 방법


일본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철도종단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스스로의 힘으로 여행할 준비나 자세가 되어 있다면 길에서 다양한 경험을 느낄 수가 있다. 일본 철도 종단은  가려면 무엇보다 1주일 이상의 시간은 있어야 그나마 스쳐가면서 각 지역을 어느 정도 느껴볼 수 있다. 이런 요구를 깜찍하게 받혀주는 할인철도권이 있다. JR패스다. 일본철도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전용패스인 이 할인권은 이용기간이 7일이다.  

돈 걱정 없는 뿐 빼고는 이 패스가 일본 철도를 종단하는 방편으로 가장 적당하다. JR패스가 아닌 일반 요금으로는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최소 교통비만 최소 1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일본에선 구할 수 없고 미리 사가야 하는데 인터넷이나 일본여행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최남단에서 최북단으로 가든지 아니면 거꾸로 최북단에서 최남단으로 가던지 기본 방법만 터득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최남단에서 최북단으로 가려면 먼저 후쿠오카로 들어가는 것이 편리하다. 일본 관서지방의 중심인 오사카나 관동지역의 중심인 도쿄로 들어가서 최남단부터 최북단까지 하려면 기차로 다니더라도 7일 안에는 숨이 차다.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에서 후쿠오카로 들어가서 시작하는 것이 제일 효율적이다. 후쿠오카로 들어가서  하카타 역에서 남쪽으로 가고시마역을 거쳐서 오오노미야로 가서 시작하는 것이  편리하다. 오오노미야부터 시작하여 홋카이도의 와카나이까지 가는 노선 중 가장 빠른 노선은 단연 큐슈신칸센을 다시 후쿠오카의 하가타로 가서 오사카-도쿄-센다이-하치노헤-아모모리-삿포르-와카나이로 신칸센과 특급, 급행 등을 이용하여 혼슈를 종단하여 북으로 가는 방법이다.

일본 철단 종단 노선의 기본 거점을 거치지 않고 변형하는 방법도 추천하고 쉽다. 기본 종단 노선이 아닌 다양한 변형노선은 그야말로 ‘지맘대로’다. 마음가는대로 발길가는대로 가면 거기에 고도성장으로 알려진 것과는 또 다른 다양한  일본의 모습이 있다.  

종단이든 지맘대로든 일본철도 여정에서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JR(일본철도)시각표라는 월간지인데 내용은 전부 일본 공영철도망과 여기에 연결되는 대중교통망이 죄다 나와 있다. 이 책을 잘 활용하면 한국에 알려진 일본의 웬만한 관광지는 다 다닐 수 있다.

역무원이 있는 모든 역에 다 비치된 JR시각표를 볼 줄 알면  일본 종단은 물론이고 변형된 어떤 노선의  답사도 반 이상은 해결된 셈이다. 책의 앞부분에 철도노선을 펼쳐놓은 개념도를 보면 노선마다 페이지가 있고, 그 페이지를 찾아서 다시 펼치면 상하행선 시간이 빼곡이 정리되어 있다.

일본 철도종단은 여행자의 시각으로도 유익하 체험과 나름의 기쁨을 줄 것이다. 거기에다 조금만 인식의 눈높이를 보태면, 교통에서 지속한사회를 실현하고 있는 일본사회의 실상이 그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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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center|20080916-20.jpg|540|▲ 일본 본토 맨 아래쪽인 가고시마현의 니시오오야마역의 모습, 일본 본토 최남단역으로 간이역의 풍광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