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시대] 2. 공공성을 향한 기관차 프랑스 철도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08. 9. 22. 16:53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공공성을 향한 기관차 프랑스 철도

파리에서 마르세이유까지



프랑스철도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떼제베(TGV)때문이다. KTX(한국고속철도)사업을 하면서 프랑스의 TGV를 도입했다. 프랑스 철도는 유럽의 중심도시인 파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뻗어있다. 국가기간교통망으로 확실히 정착한 것은 물론이고 EU의 교통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와 인접한 영국, 이태리, 스페인,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국가들과 철도가 연결되어 사람과 물자가 이동한다. 프랑스의 경부선이라 할 파리-리옹-아비뇽-엑상프로방스-마르세이뉴을 열차로 살펴보면서 국가기간교통망에서 철도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새로운 미래시대를 준비하고 있는지 실상을 살펴보았다.  

[imgcenter|20080922-01.jpg|580|▲ 파리 도심에서 근교를 오가는 급행열차의 모습, 프랑스국철은 대도시부터 산골마을까지 프랑스 전역을 철도로 연결하여 명실상부한 프랑스 교통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0|5]
해외에서 프랑스로 들어가려면 주로 비행기를 이용하여  파리에 들어가서 여정을 시작한다. 다만 인근 유럽 사람들은  비자 없이 국경을 오가는 철도를 이용한다. 물론 도로도 이용하지만 장거라는 운전의 부담과 경제적 부담 등으로 철도가 일반적이다.

파리에서 프랑스 각지로 뻗어가는 길은 모두 6개의 거점역에서 시작된다.  이 역들에서 출발하고 도착하는 기차는 프랑스 전역은 물론 유럽으로 각지로 뻗어 간다. 독일과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동’역을 비롯하여 스페인과 남서쪽 지역으로 가는 ‘몽빠르나스’역 그리고 프랑스 제 2의 도시인 리옹과 제 3의 도시인 마르세이유로 가는 ‘리옹’역 등이 있으며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나 스페인 산악지역으로 연결되는 ‘오스테를리츠’역과  영국과 네덜란드으로 연결된 ‘북(노드)’역이 있다. 마지막으로 파리의 북쪽지역과 노르망디로 연결된 ‘생라자르’역이 있다. 이렇게 6개의 역이 파리에서 시작하고 유럽 전체로 나아가는 것은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프랑스철도가 국가교통망을 넘어 유럽연합의 으뜸 교통망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생생한 현장이다. 유럽의 ‘길과 발’에서 중심의 한축을 프랑스철도가 담당하고 있으며, 그 맨 앞에서 적토마처럼 쉼 없이 달려가고 있는 것이 TGV다.  

프랑스의 거점역이나 파리의 주요 역은 어디나 할 것이 개방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합실과 승차하는 플랫폼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단일한 공간속에 배치되어 있다. 그것은 독일에서 비슷하다. 일 년 내내 사람들이 붐벼 혼잡하고 무질서한 것처럼 느껴지는 리옹역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2시간 남짓 가면 프랑스 남부지방을 대표하는 프로방스 지역으로 이어진다.

[imgcenter|20080922-02.jpg|580|▲ 파리 리옹역의 모습, 프랑스에서 도시와 도시간의 이동은 철도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장거리 이동에는 타 교통수단에 비해 철도가 확고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0|5]
이 지역에는 아비뇽과 엑상프로방스를 거쳐 마르세이유에 도착한다.  프로방스는 한국에서도 몇 권의 단행본으로도 소개된 곳으로 유럽인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오랑주, 아비뇽, 아를 등의 도시에는 고대 로마유적들이 즐비하며 특히 엑상프로방스는 프랑스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 손꼽힌다. 이들 도시들은 마르세이유를 중심으로 하여 TGV와 다양한 지방철도들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프로방스 지방뿐만 아니라 프랑스전역의 도시들도 거점역에 TGV가 들어가고, 여기에 중소도시와 시골 마을까지 특급, 급행, 보통열차등이 연결되어 있다. 하루에 100명 이하의 노선도 있다고 한다.  

프랑스 철도는 지난 97년 전국의 모든 지방 정부와 프랑스국철 (SNCF:Societe nationale des chemins de fer francais)과  ‘지방철도지원협약’을 체결하였다. 지방철도의 적자노선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실질적인 내용인 이 협약은 지방노선의 운행 횟수나 서비스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낙후된 지방철도를 현대화하고 속도를 높여 TGV와의 연결을 원활히 하며, 전체 철도망의 속도를 높이고 네트워크를 확대하는데 기여하였다. 덕분에 승객이 적어 재정적으로 적자가 나는 노선도 적절한 열차 횟수를 유지하며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18세기 말부터 건설된 노후된 철로의 현대화도 이 협약에 의해 지원되고 있다.

이는 1983년에 법으로 제정된 ‘프랑스 국민 이동권’의 실천이자 담보로 알려진다. 이 법은 전국 어느 곳에 살더라도 프랑스 국민이면 언제라도 대도시로 일하러 나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 제정되었다. 이런 배경에는 프랑스는 정부가 철도에 보조금을 지불하는 것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동의가 있다. 보조금을 지불해서라도 기차는 다녀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은  철도의 공공적 가치를 사회가 합의하고 국가가 뒷받침한 결과다. 프랑스 철도가 TGV로만 설명될 수 없는 핵심이 바로 이 대목이다. 공공성에 기반한 이런 정책 때문에 프랑스를 교통선진국 즉 지속가능한 사회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SNCF의 홍보부 관계자 (Jean-paul Boulet)는 “우리도 경영에 대한 고민은 깊다. 철도 노선을 운행하는 열차의 횟수는 승객량에 따라 결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에 10여명 정도의 승객 밖에 없는 곳도 이라도 쉽게 노선을 폐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철도는 공공 시설물이기 때문이다. 이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국가의 지원과 보조는 당연한 것이다.” 라고 말했다.

[imgcenter|20080922-04.jpg|580|▲ 파리 노드역 출발을 기다라는 고속열차의 모습, 프랑스에서는 고속버스가 없다. 대부분의  육상운송에서 대중교통은 철도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0|5]
공업도시이자 이민자가 많은 마르세이유는 바다에 접해 항구까지 끼고 있어 그야말로 다양한 문화가 펼쳐진다. 이런 분위기는 마르세이유 중앙역에 내리자마자 바로 접할 수 있다.  더욱이 한국에도 유명한 칸느와 니스 등의 유명한 휴양도시들도 마르세이유에서 이어진 철길을 따라서 1시간이 안에 다 연결된다.  

프랑스국철은 인터넷으로 할인상품으로 파리에서 마르세이유까지 20유로(약 33,000원)라는 기차표를 팔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는 도로사용료만 50유로가 넘는다고 한다. TGV가 속도의 강점에 가격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잘 팔리는 노선에서는 더욱 많은 여객과 화물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고유가 시대에 경쟁력있는 경영전략인 셈이다. 프랑스국철은 2004년 말 기준으로 실제 영업중인 철도노선이 2만8천918km이며, 하루 1만3천600회의 열차가 운영되고 있다. 2004년에만 총 여객수송인원은 9억4천400만명이나 되었다. 화물수송량은 1억2천70만톤을 수송하였다.

프랑스철도는 속도를 넘어 미래지향의 서비스에 노력하고 있다. 경영을 넘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공공성의 가치에 고민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다양한 서비스를 모색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을 위한 연구투자다. 이 사업은 인간이 도구를 통해서 실현한 가장 빠른 육상교통수단과 가장 느린 교통수단의 공존을 모색하는 일이다. 프랑스국철은 이 사업을 그냥 ‘쇼’로 하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노력을 들이고 있다.    

설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TGV 대서양노선의 객차 디자인의 경우, 세계적인 유명 의상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라크로아(Christian Lacroix)가 했다. 이 때 객차의 한 부분에 자전거를 보관하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 두었다. 그 밖에 유코레일(Eucorail)이 설계한 기존 노선의 객차에도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있다. 지방 열차의 객차에도 자전거 보관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객차에 자전거 수송 공간을 설치하여 환승시의 배려는 물론 기후변화의 실천이라는 구체적인 환경노력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