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시대] 4. 거꾸로 가는 교통 정책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08. 10. 6. 11:40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한국의 교통은 거꾸로 가고 있다. 기후변화와 고유가라는 국제 여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발 고비용-저효율의 교통체계를 고집하고 있다. 다름 아닌 도로-자동차 중심의 교통 정책과 구조다. 유가가 150달러 전후를 육박하여 나라 전체가 충격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가장 에너지 소비가 높은 도로와 자동차 위주 중심의  교통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0년간 정부는  교통정책에서 도로 위주의 투자를 하고 철도 투자는 소홀히 하였다. 그 결과 교통, 수송, 물류 등의 이동성 전반에서 고유가와 기후변화에는 결정적으로 취약한 국가 경쟁력을 노출시키고 있다

[imgright|20081006-001.jpg|250|▲ 영동고속도로 주문지-속초 구간의 공사 현장을 하늘에서 본 전경, 수도권에서 영동권으로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이미 서울-원주-강릉-주문지까지 이어져 있으며, 2010년에는 주문진-양양-속초까지 이어진다.|15|5]지난 6월 환경부는 춘천-양양간고속도로 건설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해 주었다. 아울러 산림청에서도 이 사업의 산림형질변경 협의를 해 준 것이다. 과거 5년과  미래 5년을 놓고 볼때 단일 도로건설사업으로는  한국에서 으뜸가는 대형고속도로 건설사업의 개발에 관한 환경합의를 해 준 것이다. 아울러 백두대간 인근의 주요 산지와 계곡을 파헤치는 산림개발에 관한 허가도 해 준 것이다.

이 사업은 계획단계부터 수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특히 2007년 5월에는 국토해양부 국가기간교통망 개편 공청회에서 조차 철도보다 사업타당성이 떨어지는 첫 번째 사업으로 꼽혔던 사업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고유가나 기후변화 등의 국제여견은 아랑곳 하지 않고 건설을 착수한 것이다. 현재 수도권에서 영동권으로 이어지는 고속 도로 망은 이미 2개소 나 있다. 서울-강릉-주문진으로 이어지는 영동고속도로와 서울-홍천-인제-속초로 이어지는 44번-46번 국도다.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4차선의 고규격품질의 국도도 이미 사용 중인 것이다.  영동고속도로는 강릉-주문진에서 멈추지 않고 연장 공사를 통해서 2010년에는 양양-속초까지 확대된다. 아울러 44-46번 국도는 미시령 아래에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어서 이미 고속도로 이상의 속도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미시령은 터널사업을 강원도가 민자사업으로  했다. 그래서 통행량이 적어지면 터널사업자에게 강원도민의 혈세로 지불해야 한다. 2005년 개통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적자다. 그만큼 통행량이 당초 사업 초기 보다 적다는 것이다. 즉 수도권과 강원 영동권의 교통량이 지금도 이미 영동고속도로와 4차선 44번국도-미시령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또 하나 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제 2의 동서고속도로로 불리우는 춘천-양양고속도로는 사업비만 해도 3조원이 넘는 대형사업이다. 이렇게 대규모 예산을 이미 도로는 충분하게 구축된 노선에 다시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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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수도권과 강원 영동권이 연결되는 철도망은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과 강릉 간에는 철도노선은 있다. 서울-원주-영월-태백-삼척-동해-강릉으로 이어지는 노선이다. 사람들에게는 정동진을 비롯하여 동해안의 바다를 보러가는 노선으로는 익숙하다. 하지만 일상의 교통으로 이 열차를 이용할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3시간도 걸리지 않는 구간을 철도로 7시간 가까이 걸려서 이용할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강릉은 한쪽 구석은 시베리아대륙철도는 고사하고 금강선으로 가는 동해선과도 연결을 못하고 철로선이 도로에 의해 끊어져 있다.  

한국은 세계적인 도로공화국이다.  한국처럼 도로 건설이 화려한 나라도 없다.  고속도로와 국도의 연장은 이미 OECD국가 중 6위에 달한다. 지난 5년간(2001~2005) 교통시설 투자현황을 보면 총 66조 7,594억원 중 도로는 59%, 철도는 22% 정도였다. 2008년 교통시설 투자도 여전히 도로부문이 50%에 이르고, 철도는 그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2007년 한해에만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광역도로 등 481개의 도로 건설에 투자한 예산은 7조에 이른다.

[imgcenter|20081006-003.jpg|590|▲ 강릉역에서 끊어진 철도, 수도권과 영동권은 낙후된 철도망 뿐이고, 대륙철도의 꿈인 동해선철도는 금강산은 고사하고 강릉에서 끊어져 있다. 하지만 영동권에 도로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0|0]
반면 철도는 수십년 동안 제자리다 05년 말 철도연장은 총 3,392km로 1980년에 비해 약 260km 증가하는데 그쳐 지난 20여 년간 철도시설 확충은 정체상태다.  여객 수송 분담률은 2004년 기준으로 도로가 82%이며 철도는 15% 수준이다.

유럽은 우리와 정반대다. 유럽연합 차원의 전체 교통망 계획(Trans - European Transport Network)의 살펴보면 진행 중인 30개의 중요 교통 프로젝트 중, 22개가  철도에 관한 것이다.  도로와 철도 비율이 5대 5나 4대 6에 이를 정도로 철도투자가 더 크게잡혀 있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 등은 도로통행료 등의 수입원의 일부나 상당부분을  철도투자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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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수단의 선택에서 철도와 도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철도가 모든 면에서 우월하기 때문이다.  공공성, 경제성, 에너지, 환경 등 모든 면에서 철도가 우월하다. 그런데도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도로의 악순환에서 헤메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철도는 도로에 비해 환경영향의 모든 측면에서 우위성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가 철도보다 대기오염비용은 3.1배, 온실가스비용은 3.6배, 소음비용은 2.1배, 토지이용은 1.0배, 교통사고비용은 646배 높게 산출됐다.

더구나 철도와 도로의 사회적비용(대기오염, 온실가스, 소음, 토지이용, 교통사고, 혼잡비용 등)을 비교해보면 도로가 철도의 40배 이상에 이른다 . 영업용자동차의 교통사고는 철도에 비해 750배나 됐고, 자가용승용차는 철도에 비해 무려 1500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의 파고는 한국 경제 전반에 핵폭탄으로 다가오고 있다. 싫든 좋든 산업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기후변화가 거의 확실시되는 2013년이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 대책에서 가장 먼저 손을 보아야 한다고 모두가 이야기하는 수송분야를 살펴보면  에너지 소비 중 수송부문이 20.8%를 차지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7%를 차지하고 있다. 철도는 도로에 비해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이 현저히 적다.

[imgcenter|20081006-006.jpg|580|▲ 서울 구로차량기지에 대기중인 전철의 모습, 한국은 여전히 철도가 투자에서 도로보다 후순위에 밀려 있다.|0|5]
『지속가능 교통정책』에 따르면 1명을 1km 수송하는데 철도가 100Kcal가 필요하다면, 영업용자동차는 2.5배인 251Kcal가 필요하고, 자가용 승용차는 5.5배인 546Kcal가 필요하다. 즉, 전철이나 철도가 승용차에 비해 최고 3~5배 이상 에너지 효율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온실가스 배출비율(’05)로 본다면 도로(84.5)가 철도(0.9)의 80배에 이른다.

한국에서 여전히 도로와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버리지 못하고 국제사회의 흐름과도 반대로 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도로로 먹고사는 왜곡된 구조가 너무 크고 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건설과 자동차 등의 업계의 이익과 여기에 기대어 있는 관련 전문가 그룹 등이 한몸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