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습지 ③

대체서식지 함정에 빠진, 시화호 형도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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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기적이 일어났다. 이름 없이 방치되던 습지가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동물 서식지로 거듭난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경기도 안산과 화성에 위치한 시화호 형도습지다. 올해 5월 녹색연합은 현장조사를 통해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큰고니, 삵, 맹꽁이 등 멸종위기야생동물 7종과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을 확인했다. 경기도 화성 일대의 송산그린시티 개발계획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서와 사전환경성검토보완서 등의 문헌 검토도 병행했다. 그런데 시화호 형도습지의 운명이 기구하다. 형도습지, 그 곳에 송산그린시티 사업계획의 일환으로 골프장이 들어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죽다 살아난 습지지만, 정부의 불법에 의해 다시 죽임을 당하는 안타까운 시화호 형도습지에 관한 이야기다.


시화호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에서 시작된 12.7km 시화방조제는 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를 왕복 4차선 도로로 연결하고 선감도, 불도, 탄도, 마산수로를 지나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을 가로막는다. 1987년 3월 ‘시화지구개발 외곽시설 공사’의 첫 삽을 떴고, 그로부터 약 20년 가량 흘렀다. 새만금 간척사업 환경분쟁의 기화재가 바로 시화호 오염 사건이었다. 그 시간 동안 시화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시화호 내 우음도는 시화호 간척사업으로 갯벌이 육상화되면서 ‘육지의 섬’이 되었다. 수자원공사는 주민들의 평의를 위해 흙길을 놓았지만, 그 평화롭던 시화호 우음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당시 정부와 농업기반공사 등은 시화호 수질개선을 장담했다. 국민 세금 270억 원을 끌어들여 인공습지 수질개선에 각종 연구와 용역을 발주했다. 그러나 시화호 수질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해수유통을 선택했다. 국정운영의 실패를 책임질 기관도 사람도 없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환경부를 직무유기로 고발한다

[imgleft|20081031_003.jpg|320| |0|0]곧 시화호 형도 앞 30만평의 습지는 매립돼 골프장으로 활용될 운명이다. 송산그린시티 사업계획에 따라 사업시행사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이곳에 골프장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최근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30만평 규모의 형도 앞 습지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들이 다수 서식하거나 도래하는 곳으로, 이 습지에는 전 세계에 600여 마리 정도 남아있는 황새(천연기념물 199호)를 비롯하여,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205, 205-2호),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326호) 등 희귀철새들과 멸종위기야생동물인 삵, 맹꽁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천연기념물인 수달 역시 지역주민들에 의해 관찰되었다. 그럼에도 한국수자원공사는 송산그린시티 사전환경성검토서에 멸종위기종 서식 관련 내용을 축소 누락했고, 이 지역 주요 종(種) 출현 위치도에는 어떤 야생동물도 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알면서도 눈 감아 준 환경부의 태도다.
현행 자연환경보전법 제34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의하면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등 자연환경이 양호한 지역은 원형보전을 원칙으로 한다. 야생동식물보호법 제2조 제2호의 규정에 의하면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 내의 골프장 건설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송산그린시티 자연생태환경 연구용역에 참여했던 연구진들은 이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한 연구수행 책임자는 한국수자원공사에 형도습지의 보호방안이 수립되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물거품이었다. 환경부 역시 한국수자원공사의 사전환경성검토서 내용에 누락된 멸종위기종이 다수 있음을 발견하고도 검토서 협의를 시작했다. 여기서 환경부가 취해야 할 태도는 관련법에 따라 명백히 형도습지 내 골프장 조성을 불허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나서서 현행법을 어겼다. 녹색연합에서 환경부에 따져 물어보니 “어차피 훼손되기에 보존가치가 없다”는 이상한 해명만 돌아왔다. 도대체 국토해양부와 차별되는 환경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사전환경성검토는 요식적인 개발절차일 뿐

환경부의 무사안일한 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전환경성검토서 보완과정에서 환경부가 취한 태도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환경부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요구한 1차 보완 조치 사항 중 주요 내용은 “과연 기존처럼 철새들이 신설 서식지로 다시 찾아올 수 있는지”를 검증하라는 것이다. 즉 형도습지를 대신할 ‘대체서식지’가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는 1차 보완을 요청한 2007년 10월보다 이전인 2007년 7월 전에 작성된 ‘시화호 생태구축방안’과 윤무부 교수의 자문보고서를 제출했다. 환경부의 보완요청에 한국수자원공사는 어떤 조사도 새롭게 진행하지 않고 과거 자료를 그대로 회신했다. 이후 환경부는 ‘철새서식지 보전’에 대한 2차 보완 요청을 했지만, 역시 같은 자료를 제출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보완조치 결과를 받아들였다. 환경부의 입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사실 무엇이 ‘어쩔 수 없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책무가 환경부의 기본적인 업무 자세가 아닌가.


기존 서식지 OUT, 대체서식지 OK

[imgright|20081031_004.jpg|320| |0|0]그렇다면 형도습지를 대체할 서식지의 정체는 무엇인가? 한국수자원공사의 의견은 기존의 멸종위기종 주요 서식지인 시화호 남측매립지는 원안대로 개발하고, 형도 북단 갯벌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형도는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단다. 그러나 형도의 경우, 이미 골재채취로 인해 섬의 절반 이상이 뭉텅 잘려 나간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수자원공사가 골프장과 대체서식지 사업추진을 위해 골재채취 업체를 대상으로 사업이행 중지를 명령했으나, 해당 업체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골재채취업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2012년 골재채취가 끝나는 시점까지 형도의 생태공원 조성사업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만약 형도에 생태공원이 들어서면 한국수자원공사 측이 제시한 대체서식지 추진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물새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가 제시한 ‘대체서식지’ 조성은 전혀 실현가능성이 없다. 한국 사회에서 기존 물새 서식지를 옮기는 대체서식지는 시도해 본 적도, 실현된 적도 없다. 이론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국제적으로도 기존 물새서식지를 옮겨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번 람사르 총회의 주요한 의제 중 하나는 ‘논습지’다. 기존 물새서식지로 중요한 ‘습지’의 범위를 넘어 어류 산란지나 산호 군락, 논습지와 같은 인공습지 등을 주요한 ‘람사르 습지’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번 경남 창원 람사르 총회에서 국제 습지 전문가들은 물새서식지로서 ‘논습지’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논습지가 결코 대체서식지 개념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즉 논습지를 인정하는 것은 타당한 과정이지만, 기존 물새서식지를 훼손하면서 그 보상과 같은 대체서식지로 논습지를 확대하는 짓은 벌이지 말자는 의견이다. ‘친환경’을 가장한 개발을 경계하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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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지 채운 저어새가 발견되다

지난 5월, 시화호 형도습지에 가락지를 채운 저어새가 발견되었다. 가락지 부착은 생태학자들이 물새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물새의 다리 부분에 발견일시와 장소 등을 표시하는 작업이다. 저어새는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된 멸종위기종이며 천년만년 보살펴야 할 천연기념물이다. 이번에 발견된 저어새는 2006년 8월 16일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강화 비도섬에서 가락지를 채웠던 것으로 중국 표창에서 월동을 하고 다시 형도 앞 습지에 날아와 먹이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시화호 형도습지의 서식 및 취식환경이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을 수용할 만큼 안정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환경부는 이번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환경성검토 강화, 습지총량제 도입 등 습지보전을 강화를 위한 근거 법을 마련하겠다고 국정브리핑을 통해 대 국민 앞에 밝혔다. 하지만 뒤에서는 습지파괴를 조장하는 대체서식지 논리에 동의해주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환경부의 형식적이며 생색내기에 불과한 습지보전 정책으로 또 하나의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가 보호목록에서 사라질 위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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