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남북협력의 희생양, 한강하구” 위기의 습지 ⑤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08. 11. 3. 13:17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위기의 습지 ⑤

개발과 남북협력의 희생양, 한강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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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해 남한강을 본류로 북한강과 합쳐 이루어진다. 남한강은 백두대간 한 줄기인 강원도 태백시 금대산 북쪽 계곡에서, 북한강은 강원도 금강산에서 각각 발원하여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에서 합류한다. 이내 한강은 서울을 지나 경기도 파주의 곡릉천과 임진강을 합친 다음 김포와 강화도를 타고 서해로 흐르는 497.5km의 큰 물줄기를 마감한다.

서울에서 자유로를 따라 행주대교를 지나 20여분 달리다보면 통일전망대로 접어든다. 왼쪽의 한강하구와 오른쪽의 임진강하구가 만나는 지점은 남북 접경지역으로 비무장지대다. 통일전망대 교하소초는 한강 대북방송 기지로 바로 맞은 편이 북한 땅이다. 김포대교, 장항․이산포IC, 파주출판단지, 오두산 통일전망대, 통일대교 안쪽으로 철책선이 한강을 따라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이곳의 한강하구, 임진강하구는 지난 55년 간 군사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되면서, 많은 녹지 공간과 건강한 ‘기수’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남은 4년 안에 한강하구는 끝장 날 위기에 처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피복도’ 비교

[imgleft|20081103_02.jpg|320| |0|0]환경부에서 제작한 한강하구의 1980년대와 1990년대 피복도를 비교해보자.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기 전인 1980년대 피복도는 대부분 초록색으로 임진강하구와 한강하구가 전부 농경지였고, 철책선 안은 넓은 염습지가 조성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강하구 피복도는 급격히 붉은색으로 물들어 간다. 오두산을 지나 임진각까지 자유로가 개통된 이후, 고양시와 파주시의 개발과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교통량이 일시에 증가하였다. 김포시의 강변도로가 누산리, 전유리까지 건설되었다. 파주에는 농경지 대신 출판단지가, 곡릉천 하류에는 ‘문화재관리법’을 어긴 불법 하수종말처리장 공사가 시작되었다. 한강하구 주변 농경지는 비닐하우스로 개량되어 철새들의 먹이원이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통일대교 인근 임진강의 천연기념물 어름치는 골채채취로 서식지를 빼앗겼다.


김포시 요구에 굴복한 반쪽짜리 습지보호지역

환경부는 2006년 한강하구 일부 지역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김포 신곡수중보에서 강화군 송해면 숭뢰리까지 면적 60.7㎢, 1,835만평 규모에 해당한다. 이 곳에는 멸종위기종 I급 저어새 번식지인 김포 유도, 멸종위기종 II급 큰기러기 서식지인 김포 시암리습지, 멸종위기종 II급 개리 서식지인 고양과 파주 산남습지, 멸종위기종 II급 재두루미 도래지인 고양 장항습지가 포함되었다. 그러나 환경부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환경부가 스스로 지목한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조차 힘든 명목상의 행위였을 뿐이다. 왜냐하면 김포시의 지역개발 요구에 굴복해 보호지역 원안에서 김포지역 수변부를 삭제해버렸고, 또한 한강하구 멸종위기종의 생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환경부가 명시한 보호지역은 대부분 재두루미가 잠자리로 의존하는 곳이다. 재두루미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먹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재두루미 먹이터인 김포지역 농경지를 지역의 개발압력에서 지켜내기 위한 어떠한 보완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환경부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재두루미에게 ‘잠만 자고 먹지는 말라’는 꼴이었다. 향후 닥칠 사건들을 살펴보면 한강하구 멸종위기종이 살아갈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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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한강하구 개발 로드맵

2000년 이후, 한강하구 양안의 개발은 글로 정리하기 버거울 정도다. 2002년 김포시 걸포동과 고양시 송포동을 잇는 1.8km 일산대교가 착공, 올해 5월 완공됐다. 그 결과 습비보호지역 중 고양 장항습지는 생태적으로 고립되었고, 개발의 바람을 타고 고양과 김포 쪽에서 동시에 한강 철책제거 요청이 있었다. 2006년 김포시 우회도로가 놓이면서 김포평야 홍도평 재두루미 먹이터가 양분되었다. 같은 해 김포시 장기․운양동, 양촌면 일대는 ‘한강신도시’가 2012년 완공 목표로 착공했으며, 올림픽도로와 ‘한강신도시’ 사이의 ‘김포고속화도로’의 실시설계가 승인되었다. 김포시 고촌면 향산리 일대는 영상산업단지인 ‘씨네 폴리스’ 사업으로 내년부터 토지 보상이 시작될 계획이다. 김포시 ‘고촌신곡지구 단위개발’, ‘풍무지구 단위개발’이 사전검토 중이다. 김포대교의 신곡 수중보는 한강하구를 동서로 잇는 ‘제2외곽순환도로’ 아래로 이전이 유력해졌다. 김포시가 신청한 한강하구 골재채취는 매년 진행 중이다. 2007년 인천시, 강화군, 중부발전, 대우건설은 강화도~석모도~교동도~서검도를 연결하는 ‘강화조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남북협력 사업을 위한 사회기반시설 구축도 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올해 김포~개성 간 고속도로와 철도 노선을 검토해 김포시에 보고했고, 인천광역시는 인천항~강화도~개성, 해주를 연결하는 도로를 용역 중이다. 몇 해 전 경의선 철도의 도라산역 구간은 재두루미 잠자리인 사천강 습지를 훼손했다.


‘한국의 맨해튼’, 한강하구 ‘나들섬’ 공약

[imgright|20081103_04.jpg|320| |0|0]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서해로 유입되는 인천 강화군 교동도 동북쪽 한강하구 퇴적지 일대에 남과 북이 공동으로 협력하는 ‘나들섬’ 공약을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달, ‘100대 국정핵심과제’를 선정했다. 여기서 남북경제협력의 핵심 공약은 바로 한강하구의 ‘나들섬’ 사업이다. ‘나들섬’은 900만평, 여의도 10배 규모로 ‘사람과 정보, 물자와 자본’이 남과 북으로 자유롭게 오가는 일종의 ‘자유무역지대’다. ‘나들섬’이 들어서기 위해 인근 연안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사용할 항만이 조성되고, 수로교통의 통제와 관리시설도 구축된다. 물론 나들섬~강화도~인천공항을 직결하는 도로도 확보된다. 현 정부는 ‘북한의 개방’과 ‘통일로 가는 광장’의 명목으로 한강하구 생태계 핵심지역에 ‘한반도의 맨해튼’을 구상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강하구 나들섬 지역의 ‘퇴적현황’과 ‘생태현황’에 관한 자료는 아직 한국사회에 한 번도 밝혀진 적이 없다. 이 곳은 55년 비무장지대로 어느 누구 현장 조사를 진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태나 퇴적 전문가들은 ‘나들섬’ 개발이 갑작스럽게 해수유통의 흐름을 바꾸고, 갯벌의 퇴적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지난 55년 간 구축된 안정적인 생태네트워크가 일순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한 가지 기대해 볼 구석은 ‘생태계의 재앙’이 될 위 상황이 북한의 충분한 동의가 있을 때만 실현 가능하다는 점이다.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일 뿐, 믿지는 말자’는 우스게 소리를 차라리 믿고 싶을 정도다.


한강하구의 공간적 범위를 넓히자

남북 정전협정에 따르면, 한강하구의 경계는 김포대교에서 임진강하구를 포함해 강화도의 말도에 이르는 지역이다. 이중 임진강하구에서 말도까지의 한강하구는 남북 공용의 특수지역인 ‘중립지역’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전협정에 따른 한강하구 구분은 극히 작위적이고 군사적인 지역 구분일 뿐이다. 환경부에서 제공한 한강하구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한강하구의 생태적인 범위를 대략 유추해 볼 수 있다. 남한강과 북한강에 모여 한강하구에 흘러든 모래와 뻘은 강화남단의 드넓은 갯벌을 형성하는 주 원인이다. 강화 남단의 신도~시도~모도와 장봉도의 갯벌도 대부분 한강에서 유입된 것들이다. 나아가 인천광역시 옹진군의 일부인 덕적군도의 모래톱도 한강에 원인이 있다. 덕적군도 이작도 앞 ‘자연생태계보전지역’인 수중모래섬 ‘풀등’도 한강의 토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강하구의 생태적 범위는 군사적 범위를 넘어 강화남단~장봉도~덕적군도까지 확장된다. 즉 한강하구의 각종 개발압력과 나들섬, 강화조력발전소 등 인공구조물 설치는 필연적으로 강화남단과 덕적군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한강하구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면적의 하구갯벌이 남아있는 곳이며, 한국의 습지 중 물새들의 개체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낙동호(湖), 영산호, 금강호 등 하구언둑으로 막힌 호수 형태와 달리 자연하구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각 지자체마다 앞 다투어 한강하구의 각종 개발사업을 수립하고 있지만, 한강하구에 대한 종합보전대책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환경부가 지정한 반쪽짜리 습지보호지역 정도다. 지금이라도 한강하구의 공간적 범위를 덕적군도까지 넓히는 사고의 전환을 실천해보자. 각종 개발개획이 미칠 한강하구 전체의 생태적 영향을 고려해보자. 한강하구의 종합적인 생태가치를 밝혀내는 일에 고양, 파주, 김포, 인천의 지자체들이 함께 동참해보자. 소동파의 싯구처럼, ‘천상의 옥찬(玉饌)’이란 황복이 산란을 위해 힘차게 한강을 거슬러 오르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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