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원이 4대강에 투자된 이유는?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09. 5. 7. 18:01  l   Posted by 비회원


‘사업(事業)’이란 말이 『주역』의 ‘계사상전(繫辭上傳)’에 등장한다. 공자는 하늘의 이치를 그릇에 담아 만물의 생육작용을 조절하고 자연 순환을 거스르지 않는 일을 ‘사업’이라 했다. ‘사업’은 즉, 생명과 어울리는 일은 천하의 백성에게 이로움을 준다. 무슨 돈 버는 일이나 사회적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禹)임금의 ‘치수사업’처럼 성인이 하늘의 뜻을 돕는 것이다. ‘사업’은 인간만큼 자연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숭고한 행동이다.

마침내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의 윤곽을 선 보였다. 여태 말로만 무성하던 MB식 녹색뉴딜 핵심사업의 모양새가 드러났다. 핵심은 물을 가두는 ‘그릇’을 만드는 것이란다. 4대강에 보 16개를 설치하고 퇴적토 5.4억㎥를 준설해 일정 수심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이다. 물 부족도 해소하고, 수질도 개선하고,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거니와 유람선까지 띄워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문화체육관광부)’ ‘친환경적인(환경부)’ ‘금수강村(농림수산식품부)’을 일구겠다는 것이다. 또 언제 닥칠지 모를 기후재앙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국토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 발표한 내용에는 ‘진정한 강 살리기’ 내용이 보란 듯이 빠졌다. 어쩌면 ‘사업 강행’을 전제로, 마스터플랜을 끼워 맞췄을지 모를 일이다.

[imgleft|20090507_005.jpg|280|▲ 사진출처 : 뉴시스 |0|0]그 이유로 첫째, 4대강 정비사업이 여전히 대운하의 판박이라는 점이다. 16개 보 설치지역이 동일하고, 투여되는 예산과 사업기간이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갑문 설치 계획이 없기 때문에 운하사업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영산강과 금강에 대운하와 똑같이 뱃길이 열린다. 낙동강과 한강도 설계변경으로 갑문만 열면 운하로 가능하다. 작년, 민심에 밀려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던 대운하 사업이 못내 아쉬워, 결론은 대운하지만 과정만 강살리기로 포장했을 가능성이다.

4대강 정비사업 마스터플랜은 그간 정부에서 발표한 관련 자료마저 근본부터 부정해 버렸다. 이것이 ‘사업타당성’이란 결론에 맞춰 과정을 조작한 또 다른 이유다. 정부는 다가올 이상가뭄과 물 부족('11년 8억㎥, '16년 10억㎥)에 대비해 총 12.5억㎥, 낙동강에만 10억㎥의 물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6년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2011년 낙동강 수량은 1,100㎥ 남는 것으로, 2016년 이르러 2,100㎥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했다. 마스터플랜 어디에도 낙동강 10억㎥의 물 확보를 위한 근거가 없는 것이다. 물 부족 해소의 4대강 핵심 사업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자료 조작의 가능성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2006년에 예측하지 못한 이상가뭄의 영향을 2009년 새롭게 과학적으로 발견했든지.

최근 4대강 정비사업의 최대 정적은 모순되게도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다. 왜냐하면 4대강 수계의 퇴적물 오염은 거의 없고, 4대강에 보를 설치하면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는 보고서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알려졌거나 당연하지만, 보 설치의 타당성과 퇴적토 준설을 명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과는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환경부는 당혹했을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에는 수질 예산이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는데, 수질개선은 어떻게 할 것인지 도통 앞뒤가 풀리지 않는 것이다. 환경부의 ‘4대강 수질오염 통합방제센터’는 계획했던 사전 오염원 차단보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보고처럼 공사 후 수질악화를 지금부터 염려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의문이 다시 든다. ‘4대강 정비사업’은 왜 하는 것일까? 물 부족 때문에? 4대강에 역사와 문화가 없어서? 제방을 쌓아 자전거길을 놓으려고? 아니면 물을 가두기 위한 일자리 창출 때문에? 그런데 왜 하필 4대강일까?

다시 ‘주역’으로 돌아가 ‘사업’의 의미를 되살려보자. 정부는 4대강에 큰 물그릇을 만들고자 하는데, 이 그릇이 “하늘의 도(道)를 담는 기(器)”로서 국민들에게 보편타당하게 통할지 우려스럽다. 공자는 ‘사업’이란 천하의 백성과 자연 순환에 이로움을 줘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는 거짓 사업이라고 했다. 과연 MB식 4대강 정비사업은 사물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그릇을 만드는 행위일까? 제 아무리 악법도 개정하거나 폐지의 여지가 있는데, 치유와 복구가 불가능한 4대강의 참담한 결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4대강의 자정능력과 같은 환경 탄력성은 이 정부에서 끝날 판이다.

글 : 윤상훈 (녹색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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