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은 어디로 갔을까?
멸종위기종 산양의 서식지는 사방이 탁 트여 바람을 맞으며 주위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다만 발아래가 절벽이고, 발 딛고 선 곳이 암능인 산중에서도 경사가 급하고 험한 산이라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을 뿐이다. 게다가 성격까지 예민해 직접 산양을 본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그래서 산양의 서식여부는 배설물과 발자국으로 확인할 수 있다.
  
[img|090512_2.JPG|600|▲ 가장 멀리 보이는 능선이 영남의 생태축인 낙동정맥.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험준한 지형은 야생동물에겐 편안한 보금자리가 된다.|0|1]

삼척 풍곡리 덕풍마을에서 응봉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서 갓 이틀이 지났을 산양의 따끈한 배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면의 반대쪽인 응봉산 정상에서 고포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에서는 산양의 최근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바위를 뒤로하고 탁 트인 절벽이 곳곳에 있어 한눈에 봐도 산양이 살기 딱 좋은 곳인데도 주변에는 색이 바라고 건들면 부스러지는, 배설한 지 한참이나 된 배설물뿐이었다. 2002년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울진· 삼척지역에서 산양 서식실태 조사를 위해 이곳을 여러 차례 찾았을 때는 따끈한 산양의 똥이 지천이었는데, 그때 이곳에 살고 있던 산양은 어디로 간 것일까?

[img|090512_1.JPG|600|▲ 강원도 삼척에서 경북 울진으로 도 경계를 넘어 응봉산(고지 998.5m)으로 오르는 옛길.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이 길에선 산양 똥무더기가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0|1]

[img|090512_3.JPG|600|▲ 길 가운데서 발견된 산양 똥무더기. 산양은 일정한 장소를 떠나지 않고 한번 선택한 지역에서 평생을 사는 습성이 있다.|0|1]

[imgleft|090512_4.JPG|200|▲ 깎아지른 절벽. 바위타기 명수인 산양은 바위와 바위 절벽의 꼭대기를 따라 이동한다|0|1]국내 최대의 산양 서식지인 울진, 삼척지역에서도 응봉산, 울진 소광리, 두천리 일대는 산양 서식지의 정점을 이룬다. 산세가 험준하고 골이 깊어 사람의 손길이 쉬이 미치지 않아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에게 최적의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그래서 응봉산에 바로 연접해 있는 왕피천 일대는 2005년 국내 최대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최근 생태계의 심각한 경고등이 두 번이나 울렸다. 국내 최대의 산양 서식지인 이곳에서 불과 며칠 사이에 산양 사체가 두 마리나 발견된 것이다.

정확히 5월 10일, 응봉산의 한 자락을 이루는 구수곡 계곡 용소폭포 등산로 주변에서 죽은 산양이 발견됐다. 녹색연합이 2001년 이후 울진 삼척지역에서 발견한 8번째 산양 사체였다. 부패 상태로 볼 때 사망한지 4-5일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외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자연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 것이었다. 산양 정도 크기의 야생동물이 자연사해서 발견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때문에 자연사라고 하더라도 어린 산양이 죽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주변지역이 산양이 제명대로 살기에는 생태적으로 불안정한 공간이라는 것 이다.

보존지역에서 죽은 산양
사체가 발견된 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올무에 걸려 죽은 산양의 모습이었다. 그것도 국내으뜸의 생태계보호구역의 핵심지역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지난 5월 초 녹색순례 사전 조사팀이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의 핵심보전지역 중 하나인 영양군 수비면 일대에서 확인했다. 발견 당시 사체의 부패가 거의 다 진행되어 산양의 뼈가 두드러지게 보였고, 사체 주변의 털이 부슬부슬하고 긴 겨울털인 점을 미루어 보아 지난겨울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올무에 걸렸을 당시 발버둥을 쳤는지 올무 주변의 나무가 깊게 패여 있었다.

[img|090512_5.JPG|600|▲ 응봉산 자락 구수곡계곡을 답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산양의 사체,  죽은 지 일주일이 채 안 되어 보인다. 산양은 국가에서 법으로 보호하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다. |0|1]
[img|090512_6.JPG|600|▲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핵심지역인 중림골에서 밀렵군이 쳐 놓은 올무에 걸려 죽은 또 다른 산양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밀렵 뿐 아니라 송전탑, 광산, 도로, 임도 등의 개발산업은 산양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0|1]

생태경관보전지역은 환경부가 전적으로 관리하는 국가자연보호구역이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우리나라의 보호지역에서도 가장 강력한 보호제도가 적용된다. 당연히 어떠한 밀렵과 수렵 및 채취행위도 금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밀렵꾼이 쳐놓은 올무에 걸려 죽었다. 더욱이 그 사체가 죽은 지 6개월 만에 녹색연합 활동가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는 지난 6개월간 이 지역에 들어온 사람이 밀렵꾼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국내 최대의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일어난 산양의 처참한 죽음은 환경부의 생태경관보전지역 및 멸종위기종 관리의 안일한 태도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라는 산양 보호의 법적 근거는 온갖 국책 사업과 개발사업 앞에서 힘을 잃는다. 국내 최대의 산양서식지라는 울진, 삼척, 봉화지역에는 200m 가까이 되는 송전탑이 온갖 공사소음과 산림훼손을 동반하며 건설되었다. 산양 서식지인 통고산을 잘라내고 건설된 36번 도로, 울진지역 전역에 걸쳐져 있는 거미줄과 같은 임도, 태백에서 삼척으로 접근하는 도로의 건설 등은 산양의 서식지를 파편화한다.

토막나는 산양의 서식지, 제 자리 걸음인 보호대책
날이 갈수록 산양의 서식지는 토막나고 있는데 산양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날이 가도 제자리걸음이다. 산양이 7마리나 죽은 채 발견되어도 제대로 된 조사나 보호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겨우 울진·삼척의 일부 지역을 수렵가능지역에서 제외한 것이 전부다.
이런 상황임에도 환경부는 2007년부터 월악산국립공원 일원을 중심으로 수십억 원을 들여 산양 증식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환경부는 보전과 관리가 절실한 곳은 외면하면서 산양 증식복원을 통해 산양의 개체수를 안정화시키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동물은 자연생태계의 상징이자 대변인이다. 이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태계가 어떤 방식으로든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사람들조차 살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이다.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의 체계적 관리와 보전은 정부의 의지와 함께 본격적인 손길을 필요로 한다.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의 체계적인 관리와 보전은 정부의 의지와 함께 본격적인 손길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의지가 국내 최대의 산양 서식지를 보호하게 할 것이다.

- 글 :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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