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목록 1.0으로 암을 예방하자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10. 3. 2. 08:03  l   Posted by 비회원


허걱! ‘발암물질’이라구?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아이의 보드라운 엉덩이를 두드려주던 파우더에 발암물질인 탈크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기사나 유치원에서 쓰는 살충제가 실은 발암물질 제품이었다, 속눈썹 연장제에 발암물질이, 아이들의 장난감에 발암물질이 등등...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도대체, 발암물질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거야? 라는 생각 절로 하게 된다. 발암물질목록을 만들고, 제조와 유통과정을 잘 관리하기만 해도 적어도 1급 발암물질 정도는 규제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는거야 하고 분통 터뜨린 기억 다들 있을 것다.
그런데, 아시는지. 우리나라엔 발암물질 리스트라는 게 아예 없다. 아니 없었다. 오늘 발암물질네트워크에서 발암물질목록 1.0을 공개하기 전까진. 발암물질 리스트가 없으니까 물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제대로 이뤄질 리 당연히 없다.

외국의 발암물질 리스트
[imgright|20100301_01.jpg|420| |0|0]보통 언론이나 학계 등에서 말하는 발암물질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어떤 리스트를 갖고 이야기하기보다는 국제암연구소 (IARC :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미국정부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 : American Conference of Governmental Industrial Hygienists), 유렵연합(EU), 미국 국립독성프로그램(NTP : National Toxicology Program), 미국환경보호청(EPA) 등의 외국 기구들에서 만든 리스트를 활용한다.
IARC는 WHO 산하기구로 419종의 발암물질을 5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ACGIH는 작업환경 중 근로자의 건강을 위해 화학물질의 노출기준을 정하여 권고하고 이때 선정되는 물질에 대한 발암성을 평가하여 371종을 5가지 분류로 나누고 있다. EU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15가지로 분류하고 발암성 분류는 1,178종에 대한 세 가지 분류를 하고 있는 등 기관마다 각자의 목적과 기준에 따라 발암물질을 규정하고 등급을 나누고 리스트를 만들고 발암물질 관리에 관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일단 우리나라에선 ‘발암물질 목록’으로 이름을 붙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은 없다. 평가시스템도 없는 상태에서 노동부에선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 환경부에선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근거해 발암물질에 대해 정의하고 관리하는데, 발암물질에 대한 정의와 분류체계도 두 부처가 같지 않고 동일한 법체계내에서도 발암물질 규정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면 산업안전보건법에선 관리대상 물질에서는 카드뮴을 발암물질로 규정하는데, 노출기준에선 발암성으로 분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외국 기관들에서 발암물질로 규정하는 물질의 수가 많게는 천여종에서 보통 400여 종인데 반해 우리나라에선 노동부가 규정한 발암물질은 56종에 불과하다. 두 부처에서 규정하는 발암물질을 모두 목록화 해서 살펴봐도 90종에 불과해, 발암물질로 규정한 물질 수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암물질에 대한 규정도 불분명하고, 발암물질 숫자도 적고, 관리체계도 나눠져 있다보니, 당연히 발암물질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리가 없다. 노동 현장에서 발암물질에 계속 노출되어 암이 발생되었음에도 실제 암으로 산재판정을 받기 어렵고, 소비자들은 발암물질이 포함된 제품들을 사용하게 되고,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생활환경에서 살아가게 된다.  

발암물질 495종을 담은『발암물질목록 1.0』발표
이런 문제점 때문에 노동, 환경, 보건 단체들이 모여 발암물질 감시네트워크를 만들고 2월 25일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발암물질목록 1.0>을 만들었다.
이 목록은 외국의 발암물질 목록을 검토하고 연구결과들을 참고하여 발암물질 총 495종을 등급을 1,2,3 등급으로 나누었으며 각 물질을 취급하는 관련직업, 암이 발생하는 부위, 또 IARC나 EU같은 곳에선 이 물질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imgcenter|20100301_03.jpg|669||0|0]
해외에서도 민간차원에서 발암물질 목록을 작성한 사례가 있다. 유럽의 시민환경단체들은 유럽에 REACH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적극적으로 시장에 유통될 수 있는 허가대상 물질 목록을 작성에 개입하기로 하고 즉각 대체물질인 SIN list(Substitute It Now List)를 만들어서 금지시켜야 할 화학물질의 순위를 정하고 기업, 소비자, 정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공동의 미래를 위한 유럽여성 모임에선 장난감 속의 SIN list 물질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다. [imgleft|20100301_02.jpg|187||0|0]유럽의 노동조합에선 TU List(Trade Union Priority list)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발표된 발암물질목록은 이제 작업환경, 생활환경, 생산품 등 사회 전반에서 발암물질을 추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 기업에서는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제품원료나 부품을 납품하는 전 과정을 관리해 발암물질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민과 노동자는 일터와 생활 속에서 발암물질을 찾고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무엇보다 정부는 이 목록을 인정하고 발암물질 감시와 억제 정책을 펴야 한다.

암,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329.6명이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2006년에만 전체 사망자 수의 27%(65,909명)가 암으로 사망하였다. 사망원인 1위가 남녀 공동으로 암이 된 것도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암이 너무나 흔한 병이 되어버린 것에는 유전과 생활습관 등의 원인도 있지만 너무나 많은, 다양한 발암물질에 우리가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이유다. 건설현장의 석면을 마시면 폐암이, 임신한 여성이 농약을 취급하면 아이들이 소아암에 걸릴 확률이 높고 노동자들은 벤젠을 통해 혈액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화장품 속의 발암물질은 유방암과도 관련되어 있고 군부대 주변의 토양오염과 식수오염은 암다발지역을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이런 발암물질을 제대로 관리한다면 충분히 암은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일에 이제 발암물질 목록 1.0이 쓰이게 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0년 2월 4일을 2010 World Cancer Day로 지정하고 암도 예방할 수 있다 캠페인, 특히 직업적 노출로 인한 암 발생은 발암요인에 대한 관리 통해 사전 예방 가능하다는 캠페인을 펼쳤다. 암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노력이 바로 발암물질에 대한 적극적인 통제라는 것을 생각할 때다.

* 발암물질 목록 1.0 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일과 건강 홈페이지(www.safedu.org)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 : 민주노총 한국노총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 이 글은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 발암물질목록발표 토론회에서 발제된 ‘우리나라 발암물질 관리의 문제점과 대책’(대구가톨릭대학교 최상준), ‘발암물질목록 작성의 의미와 활용방안 제안’(노동환경건강연구소 곽현석)의 내용을 부분 편집, 정리한 글입니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정책팀장)

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