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고성 이당리 건설폐기물 재활용공장 분쟁현장


“농장한다고 해서 땅 팔았지. 그런 거 만들 거라는 걸 알았으면 어디 팔았겠는가. 그 땅이 어떤 땅인데”
분쟁이나 민원이 발생한 시골 어디에서나 한결같이 듣는 이야기다.
도시에서는 이제 땅이 그저 투기 수단일 뿐이지만, 아직도 시골 어르신들에게 땅은 조상때부터 물려온 역사거나, 그 땅을 일궈 가족들을 건사할 수 있었던 고마운 재산이라 이런저런 이유로 팔더라도 그 땅이 훼손되거나 망가지는 일에 쓰인다는 걸 알면 팔고 싶어하지 않으신다. 그런 이유를 잘 아는 이들은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나무를 심을거다, 농장을 한다 하며 거짓말을 해서 땅을 사 들인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땅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반대하는 일에, 환경을 파괴하고 땅을 죽이는 일에 쓰인다고 하면, 억장이 무너지고 분한 마음에 없던 병이 날 지경이다.

경남 고성군 고성읍 이당리 면전 마을회관에서 만난 어르신들도 그랬다. 마을 바로 앞에 건설폐기물 재활용공장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았을 때엔 이미 땅의 일부분을 사슴농장 한다는 말만 믿고 사업자에게 판 뒤였다. 군청에서 허가까지 난 뒤에도 정작 마을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이미 사업자 코테코(주)가 2001년부터 인근 지역에 건설폐기물처리장을 만들기 위해 몇차례 추진해오다 주민들의 반대로 소송까지 오간 뒤 포기선언을 했던 터라, 주민들은 건설폐기물처리시설 사업은 이미 다 지난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인근 마을의 일로만 알았던 건설폐기물 재활용공장이 바로 당신들의 마을 앞에 들어서게 된다는 것을 공사부지의 나무들이 베어나가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을 속이고, 한마디의 양해나 상의도 없이, 하루 아침에 인근 지역에선 마을 사람들의 반대로 물러났던 공장이 마을에 들어선다는 사실에 지금껏 그저 농사짓고 누구와 큰소리낼 일 없이 살아오셨던 주민들은 속고 무시당했다는 분한 마음에 가슴을 쳤다. 나무가 베어나가는 그 현장에 텐트를 치고 공사를 막기 시작했고 벌써 9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건설폐기물 재활용공장은 각종 건설공장에서 발생한 건설폐기물들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파쇄처리하는 곳이다. 끊임없이 차량이 들고 나고, 공정과정엔 소음과 미세먼지, 돌가루, 오폐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시설이다. 공장에서 날리는 먼지들이 농작물의 기공을 막아 생육환경이 나빠지고 공장이 들어서는 부지 바로 옆으로 흐르는 작은 냇가는 마을 주민들의 식수와 농수가 되는 하천으로 이어져 지하수 오염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 뉴시스
인근 지역의 채석공장주변의 사람들이 진폐증으로 고생하는 것을 본 주민들은 공장에서 날릴 돌가루, 건축폐기물에 필연적으로 섞여 있을 석면 등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공사장 바로 앞은 늦가을이면 고성으로 날아드는 독수리들의 월동지이기도 하다. 공사장 앞쪽의 논에서 먹이를 먹고 공사장 뒤편의 철마산에서 휴식을 취하는 독수리떼는 2~200마리가량 된다. 강원도 철원 등에나 찾아오는줄 알았던 독수리가 남쪽까지 내려온 까닭은, 먹이경쟁에서 밀려난 약한 개체들이 쉴 곳을 찾아 남으로 남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고성 지역의 산과 논이 독수리에게 새로운 휴식처가 되어주었다. 주민들은 겨울마다 돼지고기 같으 먹이까지 줘가며 독수리의 월동을 도왔다. 몇해전부턴 독수리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기 까지 하며, 공룡발자국으만 알려진 고성이 새로운 독수리 월동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곳에 소음과 진동, 먼지를 발생하는 공장이 들어선다면, 이곳에서 다시 독수리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민들과 사업자측의 갈등이 심각해지자 국민권익위원회는 고성군에게 코테코(주)가 건설하려는 공장에 대해 환경성검토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고 고성군이 이를 받아들여 얼마전 그 결과가 나왔다. 환경성검토에선 공장 건설로 동식물상에도 영향이 발생되며 특히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종인 독수리의 도래지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또한 현재까지 매우 좋은 대기와 하천수질, 지하수질, 소음진동현황 등이 공사가 실시되고 공장이 운영되면 확실히 나빠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를 막기 위해선 모든 공정과정을 차폐하고 폐수처리시설 설치와 폐수처리수를 전량 재사용해서 하천으로 방류하지 않는 등의 강도 높은 오염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성검토가 보여준 결과는 강도 높은 환경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주민들에게 환경피해가 나타나고 독수리의 월동지까지 위협받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막연히 주민들이 느껴왔던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이 증명까지 되었으니, 주민들은 더더욱 이 공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환경성검토에 대해 사업자와 고성군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올 겨울 다시 고성 들판에 날아든 독수리떼를 볼 수 있을까? 주민들은 안심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지하수를 마시고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사업자는 환경성검토에서 제시된 모든 환경저감대책을 세울 것을 약속하든지,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할지를 선택해야 할 때이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정책팀장)

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