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날치기 예산, 엄마가 뿔났다!!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10. 12. 15. 16:25  l   Posted by 비회원


오래되지도 않았다. MB의 요란한 저출산대책이 발표된 건 1년 전도 아닌 불과 몇 개월 전인 9월달이었다. 육아휴직급여도 소득에 따라 늘리고, 보육료전액지원 대상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분만취약지역에 산부인과 설치도 지원하고 국공립보육시설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고. 이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훨씬 많았지만 어쨌든 한정된 예산 속에서 꾸준히 아이를 낳고 안심하게 키울 수 있는 대책들이 세워지면서 뭔가 조금씩은 나아지겠지, 하는 아주 작은 기대를 그나마 조금쯤은 했더랬다.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 심정이 그렇지 않았을까?
그런데, 말이다. 이 정부는 엄마들의 그런 아주 작은 기대조차도 확 밟아버린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 때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목소리 높였던 엄마들을 잊어버린 걸까? 엄마들은 살림살고 애 키우느라 정신이 없으니 정치에 관심도 없고, 투표도 하지 않고, 예산이 어떻게 되든 신경도 안 쓸꺼라는 생각을 한걸까?

2011년 정부가 내놓고 한나라당이 날치기 시킨 국가 예산을 본 소감은 딱 한마디로 정리된다. ‘엄마가 뿔났다’
국회의원들에겐 지역구 표밭을 관리하기 위한 지역 예산이 무엇보다 중요할 테니, 정부예산에서 지역의 각종 선심성 예산은 증액했으면 했지, 절대로 삭감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이번 날치기 정국에선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의원들은 그 혼란의 와중에도 박희태 의원은 정부 원안대비 282억 증액, 이주영 의원은 555억, 형님예산이라는 오명을 쓴 이상득 의원은 1449억원을 증액하는 놀라운 실력을 발휘했다. 의원들은 자기 표밭을 챙기고, 정부는 4대강에 9조 예산을 쏟아 부으니, 결국 타격을 받는 예산은 국민들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돌아갈 또는 긴급하게 지원이 필요한 소외계층에 관한 예산들이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예산이었다.

낳기만 하면 함께 키워준다 했던 이명박의 공약은 거짓말이었다
당장 아이를 낳자마자 시작되는 예방접종. 예방접종 비용은 필수예방접종만 해도 40여 만원정도 된다. 여기에 선택예방접종까지 맞게 되면 150만원 선까지 훌쩍 넘게 된다. 물론 보건소에 가면 필수예방접종은 무료로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나 보건소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선 가까운 동네 소아과를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아과에서도 필수예방접종에 한해선 접종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제도를 만들어 확대하기로 했는데, 정부는 2010년 203억이었던 예산을 2011년에는 14

▲ 12월 8일,  9조 6천억 원의 내년도 4대강 예산과 ‘친수구역활용에 관한 특별법’이 한나라당의 기습상정과 날치기로 통과되기전 여의도 국회 부근에서 시위를하고 있다
4억원으로 줄여 59억원을 삭감했다.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가 399억원 증액을 요청했으나 예산안이 날치기 처리되면서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아이를 낳자마자 대기를 신청해도 등원하기 까지 수년이 걸리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늘 정부가 많이 짓겠다 했지만, 이번에도 예산은 증액되지 않았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워주겠다던 이명박의 선거공약이 헛소리에 불과했음을 이제 엄마들은 아이를 낳자마자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예방접종은 그나마 보건소라는 차선책도 있지만, 결식아동 급식지원 283억원 전액 삭감같은 예산을 보면, 예산을 만든 공무원들이나 이를 통과시킨 의원들에게 양심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지자체에서 확보해야 할 예산이고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보조해왔던 예산이라는 것이 정부의 변명인데, 그렇다면 지자체가 내년에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보할 재정상황이 되었는지에 대한 근거가 먼저 필요했다. 그러나 아무런 절차도 없이 일방적인 예산의 삭감은 지방재정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지고, 어디선가는 밥굶은 아이들이 생기게 된다. G20 국가, OECD 국가에서 여전히 ‘결식아동’이 언급되어야 하는 부끄러운 현실, 그나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조차도 없애버리는 이들은 도대체 그 예산으로 누구의 배를 불리려 하는 걸까?

최근 몇 년동안 잊을만 하면 터졌던 초등학생 유괴, 성폭행, 성추행 등의 사건들. 이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세우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나 가해자처벌를 강화하는 방식의 해결책은 사후약방문이며, 예방대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상식은 이 정부에선 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초등학생 안심알리미 서비스 25억원이 모조리 삭감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사업이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라도 있던 걸까? 그러나 이 사업에 대한 종합보고는 2011년 1월로 예정되어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다른 대책이 세워지기라도 했다면 다행이지만, 2011년 정부의 예산안에서 그런 항목은 찾아볼 수 없다. 방과후에도 아이들을 돌봐주는 방과후 종일 돌봄교실 설치 지원 예산도 400억원이 전액 삭감되었다. 사교육을 좋아하지 않는 부모조차도 방과후 아이를 돌볼 수 없어서 여러 학원으로 아이를 뺑뺑이 돌리고 있는 현실을 정부는 알고나 있는 걸까?

이외에도 아동과 청소년과 관련되어 내년도에 삭감되었거나 줄어든 예산은 만5세아 무상보육료,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 지원, 가정위탁아동 상해보장,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운영, 국가예방접종실시 등 약 1천4백20억원에 달한다.

낳으면 같이 키워주기는 커녕, 여성들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찾아가는 산부인과 제도나 가임기 여성 건강증진 예산 같은 것도 삭감되었으며 증가하고 있는 한부모 자녀들의 자립을 지원해주는 예산도 반이상 줄어들었다.  

세금 낸 보람을 빼앗는 정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어려운 이웃이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납세자가 가장 피부로 느끼는 소박한 보람이다. 저소득층,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 장애인 등 국민이 낸 세금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국민들이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저소득층 청년,대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3,940억원 삭감, 장애 수당 1,003억원 삭감, 장애인 사회활동지원 196억원 삭감,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32억원 삭감, 저소득층 양곡할인 111억원 삭감 같은 항목들을 보고 있자면, 내가 낸 세금이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걸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현안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2009년부터 요구해온 예산 5,176억원도 2011년 예산엔 미반영되었다. 비정규직문제를 기업에게만 맡겨놓아선 결코 해답을 찾을 수 없음에도, 한나라당의 날치기 의원들은 이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뿔이 나는 건 이렇게 사라진 예산들이 몽땅 강에 퍼부어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코묻은 돈까지 뺏는 듯한 모양새로 여기저기 줄이거나 없애서 만든 예산으로 한다는 것이 강을 가두고 파헤치는 사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세금을 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납세거부운동이라도 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꼬리를 문다.


<참고> 날치기로 인한 수혜대상별 피해 내역(‘10년 예산대비 삭감액)
  1. 아동․청소년: 18개사업 △1,420억원 삭감

  2. 청년․대학생:  8개 사업 총 △3,940억원 삭감

  3. 어르신: 9개사업 총 △120억원 삭감

  4. 여성 및 저출산 극복: 12개 사업 총 △80억원 삭감

  5. 장애인: 8개 사업 총 △1,270억원 삭감

  6. 저소득층 및 사회취약계층: 30개사업 총△210억원 삭감

  7. 중소기업 및 영세․소상공인: 4개사업 총△5,260억원 삭감

  8. 농․어민 : 31개사업 총△8,580억원 삭감
- 2010년 12월 14일 민주당 보도자료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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