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던가

 활동이야기/골프장대응       2011. 1. 26. 17:10  l   Posted by 비회원

▲  홍천군수면담 : 군내 골프장 문제로 홍천군 주민 70여 명이 홍천군수와의 면담에 참석했다.  (출처 : 강원일보)
내가 야구를 좋아하게 된 건 2000년 한국시리즈 4차전부터였다. 두산과 현대의 경기였는데 3차전까지 현대가 3:0으로 이기고 있었고 4차전 역시 9회 두산의 마지막 공격까지 현대가 근소한 차이로 리드하고 있었다. 타석에 심정수가 들어섰다. 난 당시까지 야구는 스포츠뉴스를 통해 집약된 내용만을 봐왔기에 9회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꽝. 심정수가 만루홈런을 쳤고 두산은 9회 역전승을 거두었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너무 격언 같아서 격언 같지도 않았던 격언이 격언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1월 21일 홍천군 월운리, 동막리, 구만리, 두미리, 괘석리, 갈마곡리 등 6개 지역 주민 70여 명도 9회말 역전홈런을 치기 위해 홍천군청에 모였다. 지역 내 골프장 문제에 대해 홍천군수와 면담을 하기 위해서였다.

홍천군에는 현재 2개의 골프장이 운영 중이며(비발디파크-18홀, 대명비발디파크-9홀), 4개의 골프장이 공사 중이고, 7개의 골프장이 추진 중이다. 모두 완료되면 군(郡) 하나에 무려 13개의 골프장이 들어서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참 놀랄 노인데 이에 더하여 홍천군에서 추진 중인 골프장 사업장에서 하나같이 골프장 조성을 위한 조사가 부실하게 되었음이 드러났다.

▲ 홍천구만리 주민들의 항의
골프장을 짓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예정부지에 멸종위기동·식물이 있는지, 산림의 보전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하여 조사를 해야 하는데, 사업자가 조사한 내용에는 빠뜨리거나 왜곡된 내용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를테면 홍천 동막리의 경우 보호수 및 노거수 현황이 축소 기록되었으며 모감주나무, 처녀치마와 같은 멸종위기식물 및 보호야생식물이 기록되지 않았다. 두미리는 유기농산물 집단생산지이자 중앙정부와 홍천군이 유기농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측의 검토서에서는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군수와의 면담 자리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골프장 사업의 행정절차를 중단하고 사업자와 주민 측 전문가가 동수로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홍천군청 측 담당자의 미적거리며 사업자 측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나가자 분위기는 격앙됐고, 결국 3시간 동안의 난장토론 끝에 주민 대표 7명(녹색연합 활동가 1명 포함)과 홍천군수가 독대를 하기로 결정했다.

홍천군수와의 독대 후 다시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다음과 같은 합의안이 마련됐다.
  1. 홍천읍 갈마곡(하이츠파크GC)와 동막지구(세안레져)골프장은 현지조사를 실시한다.

  2. 조사자 구성은 주민과 홍천군에서 각각 3명씩 참여하며, 조사방법은 표준지의 10% 이상을 샘플조사하고 일정은 별도 협의 결정한다.

  3. 북방 구만지구 골프장은 제기된 민원을 바탕으로 현장 방문 일정을 별도 협의한다.
공동조사는 아니지만 이번 합의안은 홍천군이 주민과 함께 현장을 함께 둘러보고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직접 확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민들은 홍천군에서 현장을 둘러보면 문제점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확신을 갖고 있다. 홍천군수의 현장방문 이후에는 홍천군에 더 나아간 계획이 제안될 것이다. 이제 주자가 1루로 나갔다. 우리는 만루홈런을 위한 작전을 짜고 있다.

글 : 김명기 (녹색연합 평화행동국)

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