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녹색의 희망을 노래하겠습니다!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08. 1. 3. 22:47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지난해 12월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생태계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명들에게 참으로 가슴 아픈 시간들이었습니다. <삼성과 허베이스피리트>에 의해 일어난 ‘서해 기름유출 사고의 대재앙’에 태안반도를 비롯한 서해안이 단시간에 죽음의 바다로 변해 버렸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유일의 해안국립공원지역은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오염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녹색운동가로서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또 지역에서 방제의 손길을 함께 나누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마음은 저 뿐만 아니라 녹색연합 회원 모두가, 아니 이 땅의 모든 시민들이 한결같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위기 때마다 빛나는 위대한 시민정신을 보면서 죽음의 땅에서 한줄기 녹색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녹색연합 회원을 포함한 수십만의 자원봉사 방제활동에 의해 기름범벅이 된 바다와 해안이 조금씩이나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참여가 없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방제작업에 함께 해주신 녹색연합 회원님들과 시민여러분께 온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2007년은 서해 기름유출사고 이외에도 녹색운동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참으로 지난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1년 내내 경부운하 건설문제가 뭇 생명들의 가슴을 조이게 하였고, 다수의 국립공원을 포함하여 전 국토의 3분의 1을 개발특별법으로 묶는 연안특별법이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통과하였습니다. 그런가하면 부동산 광풍에 수도권 시민들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많은 녹지를 개발의 밑밥으로 바쳐야 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대통령 선거기간 내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로지 개발과 경제성장 논리만이 판을 쳤습니다. 그 속에서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생태계에 대한 고려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2007년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었습니다.

이제 200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도 우리를 둘러싼 정치지형과 사회상황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 속에서 녹색의 가치를 추구하는 우리들에 대한 도전의 파고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통령 당선자 진영은 많은 국민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부운하를 기정사실화하여 밀어붙이고 있고 경제성장을 빌미로 한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정책은 기 기세를 더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태안지역에서 보여주었던 위대한 시민정신은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확신시켜 주었습니다. 지금은 비록 부침의 시간이 오래 계속되고 있지만 머지않아 역사의 수레바퀴는 올바른 길을 잡아갈 것입니다. 파괴와 죽임의 시대를 걷고 복원과 살림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그 길이 아무리 험난할지라도 녹색의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헤쳐 나갈 것입니다.

제가 아무런 두려움 없이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저희와 같이하고 있는 녹색연합 회원님들과 생명을 아끼는 시민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서해의 죽음의 기름띠 속에서 생명의 기운, 녹색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위대한 시민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참담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지난 한해를 보내야 했지만 회원님과 시민들께 드리는 새해 인사를 드리면서 힘차게 떠오르는 눈부신 태양과 같은 힘찬 녹색이 기운을 느낍니다.

회원여러분! 그리고 시민여러분!
지난 한해동안 보여주신 녹색의 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더불어 저희에게 맡겨진 생명살림의 소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오늘과 같은 상황에 이른데 대해 죄송한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 새해에는 시민들과 함께 힘차게 녹색의 희망을 노래하겠습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생명의 기운을 싹틔우겠습니다. 변함없는 애정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지으십시오.




새해 업무를 시작하며...              
녹색연합 사무처장 최승국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