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강을 죽이지 마라, 4대강 공사를 중단하라

 활동이야기/4대강현장       2010. 4. 5. 16:56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4대강 공사 중단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남한강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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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제비를 날리며 강에게 말을 걸다가
어머니가 나의 뺨에 얼굴을 비비듯이 나 또한 오래도록
강물의 눈빛에 나의 눈빛을 맞추었습니다
강물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맞추었습니다
강물의 귀에 나의 귀를 기울이고
강물의 코에 나의 코를 비비고
강물의 손에 나의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전에도 강물은 꼭 그렇게 어머니처럼 흐르고
이후에도 강물은 꼭 그렇게 어머니처럼 흘러왔지요


“강을 걸으며 우리와 대립하는 그들을 떠올리지 말고 나를 강물에 비쳐보세요. 더 맑아지는, 강물같은 우리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아직 4대강 사업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유일한 남한강 지역인 여강길 브라우 나루터에서 우만리 나루터까지 걷는 1시간의 길에서 사람들은 잠시 ‘4대강’을 잃고 그저 강을 즐기고 나를 즐겼다. 반짝이는 강물을 보고 강에 드리워진 산수유꽃을 보고 파릇파릇 올라오는 쑥과 냉이에 취하고 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그랬다. 온갖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여러 단체의 대표와 활동가들은 강에 선 그 순간만은 모든 것을 잊고 강에 취했다.  시인의 말처럼 강물에 내 귀와 눈과 손을 내밀고 그대로 흐를 것같은 기분.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우리가 강에서 누리고 싶어했던 것은.

아직 4대강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4대강 순례에 나섰던 종교인들이 순례도중 자꾸만 물수제비 뜨기에 신나하느라 걷기가 종종 중단되기도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바로 그런게 아닐까? 강이 우리를 그렇게 어린 아이로, 강변에 물 먹으러 내려온 고라니마냥 그렇게 맑은 모습으로 만들어준다. 그 강엔 자전거도로가 없어도, 꽃동산이 없어도, 유람선이 없어도 이미 충분하다.

그러나 강은 이제 그날의 강물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처럼 아무리 얼굴을 비비려 해도
강의 눈빛은 벌겋게 충혈돼 있고
강의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 있고
강의 귀는 찢어지고, 강의 코는 문드러지고, 강의 손은 뭉개지고
강의 내장마저 다 파헤쳐지고
대체 이 무슨 악몽인지요
한반도 유사 이래 이 무슨 역천의 대재앙인지요


강을 걸으면서 얻은 가슴 벅찬 봄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만나게 된 강의 속살이 파헤쳐진 모습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이호대교 아래서 바라본 공사현장에선 강이 이미 두 조각으로 갈라져 한쪽은 강바닥이 모두 드러났다. “저곳도 원래는 강이었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모두 다 그곳은 강변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탁방지막이 있지만, 이미 오탁방지막 이쪽과 저쪽은 거의 차이가 없이 모두 흙탕물이 가득했다.
예전엔 여주 신륵사에 서서 강을 바라보면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곳은 ‘금모래 은모래’ 유원지라는, 아마 우리나라 유원지 중 가장 어여쁜 이름이었을 곳이지만, 더 이상 반짝이는 금모래 은모래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강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계속 모래를 퍼 나르는 덤프트럭들 뿐이었다. 아예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내고 쉴새 없이 덤프트럭이 오가며 모래사장을 파괴하고 있다. 신륵사 쪽의 강변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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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남한강을 찾은 이들은 2010 유권자희망연대를 통해 참가한 이강실 진보연대 대표, 배옥병 학교급식네트트워크 대표, 남윤인순 여성연합 대표, 남미정 여성환경연대 으뜸지기, 환경정의 박용신 사무처장, 참여연대, 녹색연합, 녹색교통, 생태지평 등의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활동가 외에도 작가회의와 민예총 소속의 예술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윤순진 교수님과 대학원생들 이었다.
참가한 모든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이토록 참혹할지 몰랐다’와 ‘그대로 두어서는 정말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 일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자는 주장들과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세력들을 심판하자는 이야기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시민환경단체들 뿐만 아니라 천주교 종단, 불교계, 기독교계가 4대강 사업 중단을 외치고 있고 학자들이 계속해서 4대강 사업으로 일어나는 폐해들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요지부동의 자세로 4대강 공사 강행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이미 시작된 사업이니 되돌릴 수 없다는 주장을 하기위해서인지 밤낮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준설작업이 한창인 공사구간을 건너편에서 바라보면서 답사에 나선 이들이 모두 외쳤다.
“4대강 삽질 중단하라” “6월 2일, 투표로 4대강 사업 심판하자”
지난 대통령 선거가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이 일의 종지부를 찍을 기회이다. 지방선거에서 이 일을 추진하는 그들을 위축시키는 일, 그들의 행동을 온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대로 두었다간 그들의 정치생명이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로 국민들의 목소리가 모아진다면 하루하루 죽음으로 흐르는 저 강의 생명을 다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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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애써 외면하거나 우리가 곤하게 잠든 사이에도
밤마다 저 강물 위로 별들은 내려왔습니다
지상의 모든 강은 별들이 흐르는 은하수였으니
이제 우리도 날마다 저 강에 나아가
별 하나에 나의 촛불 하나를 켜고
별 하나에 너의 촛불 하나를 켜고
버들치며 풀이며 강변 당산나무에도 촛불을 켜다보면
별들의 강이여, 촛불이 흐르는 우리들의 강물이여!
아아, 빛나면서 되살아 흐르는 지상의 은하수여!
대재앙의 악몽은 말 그대로 악몽일 뿐
그저 아주 잠깐의 꿈일 뿐  
우리도 저 강물처럼 유장하게 미래세대에게로 흘러가야겠지요


<인용시 - 이원규 시인 ‘지상의 은하수여, 촛불의 강이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