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드디어 보 완공?! 배를 띄우다

 활동이야기/4대강현장       2011. 4. 21. 10:41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4대강 사업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올 여름 완공이 정부의 목표랍니다. 그런데 소리소문없이 공사가 완료된 곳이 있습니다. 완성된 명품 보 주변으로 유람선이 떠 다닙니다.  눈으로 확인해볼까요?


▲ 보로 막힌 물과 유람선(?) 섬강과 남한강의 합류부에 설치된 하상보호공이 흐르는 물을 가로막고 있다. 그 위에 한 척의 배가 떠 있다
 
여기는 남한강과 지류인 섬강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섬강은 강원도 횡성군 태기산에서 발원하여 경기도 여주군의 경계지점인 원주시 흥호리에서 남한강과 만나는 지류입니다. “한강살리기사업” 6공구가 끝나는 부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 한창 공사중이던 곳이 어느덧 이런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섬강은 공식적인 4대강 사업의 보 건설 구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래 구미보 청사진과 비교해 보면, 4대강 사업의 미니어쳐를 보는 것 같습니다.


▲ 정부 측에서 만든 구미보 조감도 ⓒ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섬강의 사진 속에서 보처럼 물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하상보호공입니다. 낙차로 인한 강바닥의 침식을 막기 위해 본류와 지류가 만나는 지점에 설치하는 것입니다. 마치 보와 같이 물을 가두고 1/4정도만 물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정체되어 있는 물 위로 누가 띄어놓았는지 알 수 없는 배 한 척이 떠 있습니다. 운하의 모습이 이런걸까요?
 
하상보호공을 한 번 가까이 들여다 보았습니다. 굵은 끈으로 만든 망태에 굵직굵직한 돌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작년 여름, 남한강의 또다른 지류인 금당천에서 비와 함께 유실되었던 바로 그 공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군요. 홍수기 때면 물이 불어나 하상보호공 위로 엄청난 힘이 가해질텐데, 이 돌망태들이 얼마나 견뎌낼지 의문스럽네요. 게다가 철사도 아닌 끈.. 아마도 최첨단 섬유기술로 만들어낸 망태겠지요? 

하상보호공에 막힌 물은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물에 잠긴 돌망태의 색깔도 초록색으로 변하고 있네요. 물이 정체된 사이 녹조현상이 발생한 것이지요. 유속이 느린 하천이나 호소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인 녹조류가 늘어나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녹조가 많이 생기면 수중으로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고 산소 유입도 어려워집니다. 그러면 물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와 수중생물들이 죽어갑니다. 보호공 위에는 말라죽은 물고기 한 마리가 있습니다. 어쩌다 그 위까지 올라왔을까요? 녹조류 낀 물보다 차라리 햇볕 아래 양지 바른 곳을 택한 걸까요?


▲ 하상보호공 위에서 발견된 죽은 물고기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합수부에서 상류로 1km정도 올라가면 섬강교가 있습니다. 작년 5월 섬강교 아래로 흐르는 여울은 멸종위기종인 꾸구리, 돌상어 들이 발견되었던 곳입니다. 1년이 지난 시점, 교각 아래 여기저기에 웅덩이가 생겼고, 심한 녹조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합수부에 물이 가로막히자 1km가 떨어진 지점에서도 녹조류들이 발생한 것이지요. 물이 흐르지 못하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올해도 꾸구리와 돌상어를 찾아볼 수 있을까요?


▲ 섬강교 아래 녹조류가 발생한 모습



▲ 작년 5월에 섬강교 아래에서 발견된 꾸구리와 돌상어. 멸종위기종 2급의 어류이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교각 아래 돌들과 쇠철망이 흩어져있네요. 작년 사진과 비교해보니 다리의 침식을 막기 위해 만들어져 있던 교각보호공들이 1년 사이에 망가져 나뒹굴고 있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의 힘은 무섭습니다. 비가 오면 불어난 섬강의 물이 인간의 구조물을 무너뜨린 것이지요. 철망으로 된 돌망태도 이 정도인데, 과연 합수부의 하상보호공은 무사할까요.


▲ 2010년 5월과 2011년 4월 섬강교 아래 비교사진. 다리의 침식을 막기위한 교각보호공이 망가져 나뒹굴고 있다
 
2011년 4월 현재, 4대강 사업은 전체 공정률 62%, 보 공정률 88%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섬강에서 우리는 4대강의 미래를 봅니다. 섬강은 그 전조에 불과할지 모릅니다.무너져 내린 강바닥과 교각. 곳곳에 가득한 녹조류와 죽어가는 물고기. 그 초록빛 강물 위를 떠 다니는 유람선. 올 여름 우리가 만나게 될지도 모를 4대강의 모습입니다.

글 : 황인철 팀장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