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호랑이가 발견되었다? 한국 호랑이의 운명은!

 활동이야기/백두대간       2010. 2. 11. 10:34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한국범 복원의 길 : 한국호랑이와 한국표범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토론회를 마치고


한반도에 범(호랑이)이 살고 있을까? 범띠 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이다. 사실 한반도 남측에서 호랑이 흔적을 보았다는 제보는 요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과연 한반도에 호랑이가 살고 있을까? 그들이 살만한 조건이 될까?

[imgcenter|20100211_01.jpg|600|▲ 토론회 “한국범 복원의 길” 발제자의 모습 |0|0]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한반도에 많지는 않지만 범(호랑이와 표범을 통합하여 범이라 불러왔기에 호랑이란 표현보다 범이 적당하다)이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은 휴전선 이남이 아니라 백두산 주변의 북한 땅이다. 또한 이들의 서식조건을 분석한다면 한반도 북측 지역 또한 독자적으로 범이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범 보전과 복원이 대책이 시급하다.

[imgright|20100211_02.jpg|220|▲ 이항 서울대학교 수의학교 교수 |0|0]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남한지역의 경우는 어떨까?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 전에 범이 살 수 있는 조건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범, 특히 한국호랑이라 불리는 아무르 범의 경우 활동반경이 매우 넓다. “범이 살아가려면 가로×세로 각 20km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최소 400km²이상의 활동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의미한 생존 개체인 50마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1만km²이상이나 되는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는 서식공간이 필요한데 이는 서울과 경기지역 모두를 합친 규모라고 보면 된다.(최현명, 와일드라이프 컨설팅 대표)”

남한지역에 이만한 공간이 존재할까? 사람들은 지리산이나 민통선 지역을 떠올리겠지만 지리산의 경우 수많은 도로로 서식공간이 파편화되어 범은커녕 반달가슴곰조차 복원하기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통선 지역의 경우 좌우 공간은 충분하나 남북의 면적은 턱없이 좁다. 그나마 민통선조차 군사시설과 불법개간 등으로 제대로 보전된 지역이 별로 없다.

결국 한반도 남측에선 범이 살만한 공간이 없다. 이 말은 남한 지역에 호랑이나 표범의 생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이야기이다. 범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본 정체불명의 흔적을 범의 것으로 믿고 싶거나 그렇게 주장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럼 있지도 않은 범 이야기는 왜 꺼내놓은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핵심이 있다. 어제 녹색연합과 한국범보존기금이 마련한 ‘한국호랑이 보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와 관련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었다.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지만 범은 한국인에게는 매우 특별한 동물이다. 호환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한편으로는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범은 한국문화의 상징이자 한민족의 기상을 대표한다. 또한 한반도 자연유산의 상징이며 동북아 생태축 건강성의 시금석이다.(이항 서울대 교수)”

이러한 범이 한국은 물론 지구상에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범(한국호랑이)라고 불리는 ‘아무르 범’은 현재 극동 러시아와 중국의 일부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500마리 정도가 전부이다. 아무르 표범의 경우도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기 초기까지 호랑이보다 그 수가 많았으나 남한에서는 멸종된 지 오래이며 지구상에서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이렇게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범이 멸종위기를 맞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 파괴와 더불어 인간의 간섭이다. 산업화, 도시화와 더불어 범이 살 수 있던 서식처는 파괴되었고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울창한 산림지역은 파편화되어 생태계가 단절되어 버려 서식지간 이동이 불가능해져 버렸다. 한편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는 동안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손에 의해 범들이 무참히 죽임을 당하였다.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은 해수박멸 정책으로 호랑이와 표범을 수 백 마리나 사살한 결과 결국 멸종사태를 맞게 되었고 중국도 비슷한 정책으로 본토에 살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호랑이와 표범이 사라졌다. 다행히 러시아에서 1940년대부터 보호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아무르 범의 멸절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이제 한국범을 살리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 일부 지자체에서 호랑이 복원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복원이 불가능하고 해프닝에 그칠 뿐이다. 정말 한국호랑이(범)을 한반도에서 다시 볼 수 있으려면 그들이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즉 복원에 앞서 생태계 회복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러시아와 중국 등 범이 살고 있는 지역 생태계가 고립된 부분을 연결시키는 활동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들과 한반도 생태축의 핵심인 백두대간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해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극소수의 개체가 중국과 왕래하고 있는 북한의 백두산 인근에서부터 범이 독자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한다. 이곳에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보다 많은 개체를 들여와 한반도에서 한국범을 본격 복원하는 노력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박수용 피디의 발표내용으로 필자도 이에 동의하여 정리한 내용임).

[imgcenter|20100211_05.jpg|600|▲ 러시아에 안정적인 개체군을 유지하고 있는 호랑이가 한반도에 내려오기 위해서는 러시아에서 중국, 그리고 백두대간이 하나의 생태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최태영박사, 박수용 PD의 발표 자료 중에서 |0|0]
이렇게 서식지 연결과 더불어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범과 인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멀리 카스피해로부터 한반도까지 왕성하게 번성하였던 한국범이 멸종위기를 맞은 것은 인간의 간섭에서였다. 범과 공생하려는 사람들의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한반도에서 범을 복원한다는 것은 동물원에서나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어제 토론회에서 대부분의 발제자와 토론자가 지적한 것도 이러한 내용이다. 범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인간의 삶, 그리고 문화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또한 호랑이 뿐 아니라 야생동물을 바라보는 우리들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한국호랑이라서 보호하자는 좁은 생각을 벗어나 지구 생태계에서 호랑이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해 [imgleft|20100211_07.jpg|300|▲ 발제를 듣고 있는 청중 |0|0]전 지구 차원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단 한 차례도 호랑이가 살지 않았던 미국이나 많은 유럽 국가들이 호랑이 보전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범의 해에 시작된 한국범(호랑이) 보존과 복원 논의가 한차례의 토론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 한국범이 포효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노력을 함께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이용의 대상으로만 여겨서 무한히 파괴해 왔던 자연생태계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도 함께 이루어지길 바란다. 인간과 호랑이가 공존하는 세상,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세상,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진짜 녹색세상’이다.

* 이 글은 어제 토론회에서 발제와 토론을 맡은 이항, 김동진, 최현명, 임정은, 모의원, 최태영, 박수용, 조홍섭, 이혜민, 조장혁, 양두하, 원창만 님의 발표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감사를 드립니다.

글 :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