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벗어나 자연 속으로

 회원이야기/회원참여       2011. 6. 20. 11:15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어느 날 엄마는 나에게 ‘녹색순례’를 권하셨다. 처음 들었을 때는 ‘당연히’ 시큰둥했다. 내 나이가 지금 열여덟 살인데, 이 아줌마가 나한테 왜 이런 걷기 프로그램을 권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학교에서 평화기행을 비무장지대로 가게 되었고 그 때도 한참을 걸어야 했었다. 사흘 정도를 깊게 생각해 보았다. 녹색순례를 가면 나에게 어떤 이로움이 있을까? 또 불리한 점이 있다면 뭐지? 그리고 결정했다, 녹색순례를 가기로!

왜일까, 사실은 별 이유가 없었다. 결론은 그저 학교가 가기 싫었기 때문이었고, 학교가 가기 싫은 이유는 너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내 자신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학교를 벗어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엄마의 추천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내가 원해서 녹색순례에 참가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진장 무안했다. 이건 뭐, 아는 사람도 하나 없고 심지어 또래 친구도 없었다. 10대는 초등학교 6학년인 도을이와 나뿐이었고, 도을이와 나도 5살이나 차이가 났다! 참가한 분들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원래의 나는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는 편이 아니며 먼저 말을 건 적도 별로 없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뒤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기분이 묘했다.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 안에서부터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점심을 먹을 때 까지 계속해서 몇 번 씩이나 나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 학교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대화를 하던 일행 중 ‘엽집’이라는 별명을 가진 분과 그날의 절반 이상을 함께 했다. 걸으며 계속 대화를 나누었는데 엄청 편했다. 모두가 하던 일을 놓고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을 걷고 있기 때문인 걸까, 사람들은 나에게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나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실로 오랜만에 ‘아 계속 함께 있고 싶다.’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지겨움’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지 못했다. 숙소에 도착해서도 이야기는 계속 되었고 우리는 농담도 주고받았다.

걷는 동안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아니, 힘들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생각을 할 새도 없이 즐거웠다. 2박3일 동안 순례를 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걷고 많은 것을 느꼈다. 너무 많아서 여기 적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순례가 나에게 정말 재미있었고 편안했다는 것이다. 절대로 잊지 못할 기억과 사람과 풍경을 온 몸으로 느꼈고, 또 마음속에 간직했다. 나에게 후에 또 다시 이 분들과 함께 할 기회가 온다면 망설이지 않고 짐을 꾸릴 것이다.

이창훈 회원은 푸른숲학교 11학년(18살) 학생이다. 학교 밴드의 보컬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날이 따뜻해지면서 열리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가하느라 무척이나! 바쁘단다.

글 : 이창훈(녹색연합 회원 - 2011녹색순례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