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봄이었습니다. 녹색연합 사무실을 처음으로 찾아가서 면접을 보고 드디어 활동가가 되었지요.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설렘을 갖기도 전에 먼저 ‘녹색순례’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 첫 출근이 바로 녹색순례였거든요. 아직도 그 두근거림을 기억합니다. 제 몸 만한 배낭을 메고 첫 차를 타고 찾아간 서울역. 그곳에서 만난 저와 같은 차림의 녹색활동가들. 왠지 모를 들뜬 기분이 저 뿐만은 아닌 듯 했습니다. 그렇게 2007년 제주도 녹색순례에서 7박 8일 동안 길을 걷고, 길에서 낮잠을 자고, 길에서 밥을 먹었던 첫 순례의 만남은 녹색활동가로서 사는 삶을 돌아볼 때마다 되돌아가보는 고향으로 남아있습니다.

2011년 녹색순례는 첫 순례의 기억만큼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보통 녹색순례의 주제와 장소는 그 전 해 활동가 겨울 수련회에서 정해집니다. 그동안은 녹색운동의 현안을 중심으로 새만금, 미군기지, 지리산, 천성산, DMZ 등이 녹색순례의 답사지가 되었었지요. 이번에는 ‘활동가들의 충전과 휴식’을 위해 남도로 순례지를 정했습니다.

충전과 휴식. 활동가뿐만 아니라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살다보면 어느새 짜여놓은 일정표가 있는 느낌이 들지 않던가요? 나도 모르게 나의 생활은 정해진 규칙대로,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움직여지고 있다는 느낌. 좀 더 잘 살기 위해서 내가 만들어놓은 시간표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그 시간표에 의해 내 삶이 구속당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잠시라도 그 시간표에서 벗어나 하던 일을 내려놓고 지금 내가 걸어가는 길을 돌아보는 시간, 녹색활동가들은 행복하게도 그 시간을 녹색순례를 통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만나게 됩니다. 

땅끝전망대에서 2011 녹색순례를 마치다

하지만 녹색순례는 그냥 “쉬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쉼표를 그립니다. 칡, 머루, 다래 넝쿨이 우거진 월출산 누릿재의 옛길에서, 졸졸거리는 작은 계속과 소나무 참나무, 편백나무가 어우러진 고성사로 난 숲길에서, 자연이 품고 있는 그 오묘한 감동을 느끼는 자연과의 교감이 있는 쉼표이지요. 그 교감만큼 자연으로 돌아가는 음식을 먹으며 육식을 줄이고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생활원칙은 일상에서의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또 다른 의미의 쉼표입니다. 또한 영암에서 강진, 청산도, 해남까지 120km의 길을 내 짐을 지고 걸으며 하늘을 나누듯 밥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함께 길을 걷는 동료에 대한 배려가 담긴 쉼표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즐거운 쉼표는 녹색순례의 여정동안 묵었던 마을회관에서의 매일 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기한 듯 쳐다보면서 인사를 받아주시고, 불편한 것은 없는지 물어보시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 결국 녹색순례를 통한 충전과 휴식은 내가 받은 것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채워지는 온기가 있는 쉼표인 것 같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녹색순례의 여운을 떠올립니다. 설렘은 사라졌지만 온기는 남아있네요. 오늘 당신의 길, 잘 돌아보셨나요? 대답이 쉽게 안 나온다면, 녹색순례를 떠나세요. 한 달에 하루라도 자연과 교감하며 자신을 돌아보며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녹색순례가 차가운 일상을 온기로 채워 줄 겁니다. 바쁘게 걸어온 길. 우리, 잠시 쉬었다 갈까요?

글 : 박효경(2011 녹색순례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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