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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철교의 붕괴에 이어 대규모 재해가 또한번 발생했습니다. 상주보 하류부분 제방이 참혹하게 무너져버린 것입니다. 해당 제방은 4대강 사업을 하며 새로 보강했고, 조경공사까지 끝난 상태로 거의 완공에 가까웠습니다. 이번 내린 비로 새로 보강한 부분은 물론 기존의 제방부분까지 무너뜨려버렸습니다.
낙동강 일대에 내린 비는 비교적 많지 않은 비였습니다. 예천과 영주 등 낙동강 중상류지역에는 장맛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300mm에 육박하는 비가 내렸지만 그 외 지역은 200mm 안팎으로 놀랄만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하천 전문가인 박재현 교수는 이번 비는 10년 빈도 정도의 비로 '평상'수준의 비라고 말합니다.
실제 현장에 가 본 저로써도, 강변에 오랫동안 살아본 저로써도(하도.. 강에 살아봤냐?!고 그러니...) 강물이 '그렇게' 많은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평상시 보다 좀 더 깊은 상태였습니다. 보 수문을 닫았을 때 차게되는 관리수위만큼도 안되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엄청난 재해를 안겨주었던 태풍 루사나 매미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비였습니다. 돌려 말하면, 낙동강 교량 대부분이 상판 바로 아래까지 물이 가득 찼을 때도 멀쩡했던 제방입니다.
2011년1월 촬영한 상주보 제방
2011년 6월 26일 촬영한 같은 곳의 붕괴된 제방
제방은 수백미터에 걸쳐서 무너져 내렸다
건너편에서 먼저 바라보았습니다. 완만하던 제방은 수직으로 깎여져 있었고 보는 중에도 계속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 중 일부는 철골구조물이 강쪽으로 꺾여져 있었습니다. 도로가 유실된 듯 보였습니다. 올해 초에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았습니다. 제방은 훨씬 안쪽으로 물러나 있는 것이 확실했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수백미터는 붕괴된 듯 했습니다. 지난 5월에 왔을 때보다 훨씬 더 심하게 무너져 있었죠. '설마' 했던 상황이 그대로 벌어져 있었습니다. 붕괴된 곳으로 건너가고 싶었지만 이미 공사장 입구에서 거절당한 뒤 온 것이라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민주당 김진애 의원께서 현장에 간다고 하여 함께 하였습니다.
2011년 4월 촬영한 제방, 거의 완공돼 있었다
일부는 도로까지 유실되고, 제방을 지지하던 철골구조물까지 붕괴되었다
강 쪽으로 수십미터를 뻗어있던 제방은 온데간데 없다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친환경'으로 한다며 완만하고 길게 만들어두었던 제방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과거 사진을 들추어 보아도 쉽게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망가져 있었습니다. 공사 관계자가 '가까이 가지말라'고 말하지 않아도 가까이 가고싶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제방 바닥에는 곳곳에 금이 가 있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비가 조금 더 왔으면 제방은 남김없이 무너지고 안쪽 농경지도 유실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수장에서 나온 배수관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수위는 고정보(관리수위)보다 아래에 있다
군데 군데 금이 가 있어 금방이라도 무너질 기세다
새로 보강한 제방뿐만 아니라 기존 제방까지 완전히 무너뜨렸다
도로가 유실된 곳에 가까이 갔습니다. 안쪽에는 농경지의 침수를 대비해 설치한 배수장이 있었고, 배수장에서 빠져나오는 배수관이 공중에 덜렁덜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제방을 떠받치고 있던 철골구조(시트파일)는 힘없이 꺾여 있었습니다. 그 속의 흙과 모래는 대부분 유실되고 비어 있었습니다.
이 구조물이 언제 설치되었냐는 질문에 현장관계자는 '상주보를 건설하며 박은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90년대에 설치한 제방이 무너진 것이죠. 이는 추가 시공한 구조물이 무너진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새로 건설한 제방은 아직 안정화가 되지 않아서 쉽게 무너질 수도 있지만, 과거에 만든 제방은 수십년을 거치며 굉장히 안정화 된 상태입니다. 그런 제방이 무너진 것은 그만큼 강물의 영향이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입니다.
김진애 의원에게 현장관계자가 피해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진애 의원은 상황설명을 듣기 위해 현장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감리단과 부산지방국토청, 시공사 관계자들의 현장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400m 가량 제방이 유실되었고, 기존 제방까지 무너졌다. 신속한 복구를 위해 노력하겠다.' 라고 우리가 파악한 내용들을 거짓없이 브리핑 했습니다. 그 뒤 '하지만 아직까지 공사가 진행되는 중이었고, 보 바로 아래의 호안공(제방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연쇄적으로 무너진 것이다.' 라고 무너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우리측에서는 지난 4월 이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내밀며 '거의 완공에 가까웠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 사진 속에는 조경까지 끝낸 제방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습니다. 이에 하천토목공학 전문가인 박창근 교수는 '조경공사마저도 끝냈다면 이 제방은 완공 된 것이다. 완공도 되기 전에 조경공사를 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경공사는 공정의 가장 마지막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박창근 교수, 박재현 교수가 구조적인 문제를 삼았습니다. 설계에서부터 수리모형시험까지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기 때문에 제방붕괴는 필연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수리모형시험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공이 들어갔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현장에서 만났던 시공사나 감리단의 책임보다는 제대로 된 절차도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부쳤던 정부의 책임이었던 것입니다. 설계가 잘못된 것도 3개월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 채근한 때문이고 수리모형시험조차도 하지 못한채 시공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4대강 공사 자체가 잘못되긴 했지만, 이후에 나타나는 이런 재해는 순전히 억지로 밀어부쳤던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4대강 사업을 당장 중단하고, '진짜 살리기'로 되돌리는 일입니다. 상주보 아래 제방은 이대로 둔다면 계속 무너질 것이 뻔합니다. 보강작업을 끊임없이 계속해야 하는 것이죠. 대형댐처럼 좌우 제방 수십미터를 콘크리트 축대로 바꾸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지난 5월에 제방이 무너졌던 이포보도 그랬고, 더 많은 비가 온다면 대부분의 보의 시설물이 이와같이 무너질 것입니다.
이번 비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많은 곳은 300mm, 적은 곳은 100mm 도 채 안되는 양을 뿌리고 지나갔습니다. 태풍 메아리는 서남해안 지역에는 큰 피해를 입혔지만 다행히 남한강, 낙동강이 지나가는 내륙지역에는 큰 피해를 입히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만약 메아리가 내륙 깊숙히까지 들어왔다면 어마어마한 피해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기상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상기후 집중호우 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몇년 전부터 열대기후성 날씨들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본격적으로 '호우기'가 시작되는 7월부터는 더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왜관철교와 상주보 앞 제방이 아니라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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