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eet |
숙암계곡에서 본 중봉 활강 슬로프 예정지와 숙암마을.
지난 여름 우리나라를 열광과 환희의 도가니탕으로 만든 그 말,
"평창"
(사실 평창보다는 '푱촹'이지요. 호호)
아. 평창.
올해 여름은 평창, 정확히는 정선군에 있는 가리왕산을 그렇게도 갔었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활강(Alpine) 경기장' 예정지가 가리왕산이었기 때문이지요.
초반에는 "에이~ 왜 진작 말 안하고 평창으로 결정되니까 이제와 문제제기냐!"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녹색연합이나 다른 환경단체가 나서서, 연좌농성이나 기자회견을 안했을 뿐, 유치위원회에는 계속 가리왕산 제고할 필요 있다고 의견을 전달하고 있었답니다.
가리왕산,
유명하지도 않은 이 산이 왜 올해 여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을까요?
여름의 가리왕산입니다. 한 낮에 갔는데도 어둑어둑하지요? 나무가 빽빽해서 그렇답니다.
가리왕산은 '갈왕'이 난을 피해 숨었던 산이라 하여 '갈왕산' 혹은 '가리왕산'이라고 불려온 산입니다.
조선시대(추정) 부터 왕실에 올리는 산삼이 있던 곳으로 '강릉정선부삼산봉표'가 있습니다.
전국에서 삼산봉표가 있는 것은 가리왕산이 유일합니다. 이 봉표는 '일반인 출입금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국가 왕실 삼밭이니 들어오지 말라. 이거죠. 후후)
덕분에 일반인의 간섭이 없고 자연 그대로 보전될 수 있어서 다양한 수종과 다양한 수령이 공존하는 천연림으로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가리왕산의 신갈나무 숲은 환경부 기준 녹지자연도 9등급의 절대보전지역이고 다양한 희귀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는 곳입니다.
산림 전문가들은 '국립공원 외 가장 관리가 잘 되어있는 숲으로, 극상림으로 가는 천이단계에 놓은 산 중 가장 면적이 넓은 유일한 지역'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가리왕산이 왜! 도대체 왜! 활강 경기장 예정지가 된 걸까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계획서에 있던 활강경기장이 된 가리왕산의 모습입니다. 여름에 나무가 빽빽 할때 저렇게 슬로프만 휑하다면 마음도 휑해질 것 같아요.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가 활강 경기장을 가리왕산으로 정하고 동계올림픽유치활동을 하던 중,
2008년 가리왕산 일대 2,432ha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개발이 일체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활강경기장은 현행법상 절대적으로 설치가 불가능하게 되었는데도 보호구역 지정 시에도 유치위원회에서는 별 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예전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처럼 '특별법'을 이용하여 쉽게 처리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1997년 무주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특별법' 문제가 가장 이슈였습니다.
당시 환경단체가 참여하고 있음에도, 국가에서 보전, 관리하는 국립공원까지 '개발'할 수 있는
사실상 "슈퍼패스"인 특별법이 통과되고 덕유산 국립공원 정상이 스키장으로 변하게 되었죠.
지금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때와 다름이 없습니다.
환경 훼손 문제를 계속 제기하면, 최소화 하겠다-수목이식하겠다 등등으로 답변하고,
흑자 날테니 스키장 건설 조금 더 크게하겠다, 관광 활성화 될거다 등등을 주장합니다.
논란, 우려의 내용은 다름이 없지만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다시 가리왕산으로 돌아와서,
가리왕산이 보호구역으로 됐음에도 '특별법'을 믿고 계속 강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종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 지원 특별법'에는
세계에서 유일한 벨트형 보호구역인 백두대간 보호구역까지도 개발 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있었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으로, 녹색연합-최종원의원실이 논의하여 보호구역을 개발하고 산림법에 특혜를 주는 조항은 삭제하기로 논의 하였습니다.
보호구역을 개발한다는데 '최소화하고, 희귀수목 없는 곳을 개발하겠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보호구역 안의 수목은 모두 보호수목입니다. 그리고 보호구역을 개발하는데 '최소화 해서 개발하겠다'는 것은
보호구역 자체를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생각됩니다.
개발 못하게 하려고 보호구역 지정했는데 말이죠.
녹색연합은 가리왕산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녹색연합이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가리왕산 논란과 새로운 대안"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보도자료 보러가기)
알고보니, 가리왕산 아니어도 전국에 표고차가 800m가 되는 산이 있었고, 경기 기준에 적절해보이는 곳을 발견한 것이지요.
그래서 왜 이런 곳을 발견 못했나하고 알고보니 글쎄~ 글쎄~
경기장 선정 당시 전문가와 함께 조사하지 않았고, 경기장 후보지 마저도 영동고속도로 내 1시간 거리의 7개 정도의 산만 본거라고 하네요.
강원도에서 개최하는데 (정확히는 평창이지만요) 강원도 내에 위치한 산조차 검토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시 공약으로 내건 30분 클러스터(숙소-경기장 이동시간 30분)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30분 공약을 지키기 위해 몇 백 년이나 지켜져 온 숲을 그냥 한 순간에 포기해야한다니. 이것 참 당황스럽습니다.
더불어 FIS(국제스키연맹)가 "무주는 국제 활강경기에 부적합"이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이조차도 거짓으로. "무주는 '현재 상태로는' 국제 활강경기에 부적합"이 원래 문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버나드 루시(FIS 알파인 경기 위원장)는 무주는 현재로는 불가능하지만, 시작점-도착점을 조정하면 표고차를 800m 이상으로 만들 수 있고, 경사도 등은 공사로 조절이 가능할 것 이라고 구체적인 보완 지침도 내려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전문가가 '가리왕산으로 해라'라고 했다는 식의 편파적인 보도를 진행했네요.
(국제 활강경기 기준 : 표고차(시작점~도착점까지 높이의 차) 800m 이상, 시작점~도착점까지 거리 3km 이상)
대체지로 제안하는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구례리의 1450봉우리. 하단에 폐광지 복원의 흔적이 남아있네요.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구례리는 폐광지역으로, 주변에 1,450m 높이의 봉우리가 있습니다.
이곳은 폐광복원으로 이미 1차 복원이 된 곳이나 아직도 버얼건 폐갱내수가 흐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갱내수는 갱구에서 나오는 물로 금속광산은 탁한 흰색 물이, 석탄광산은 철 성분으로 인해 벌건 물이 나옵니다.)
표고차도 800m가 되고, 거리도 3km가 넘는 곳입니다.
복원은 했으나 현재 폐광지역이 한두군데도 아니다보니 후속 관리가 잘 되고있지 않습니다.
만약 경기장으로 변한다면, 최소한 이용과 더불어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다가 인근에는 하이원스키장이 있어 숙박시설을 추가로 건설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 조사한다면 가능한 지역이 더 나오지 않을까 예상 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의 주장이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강원도는 "활강경기장은 국내에서 가리왕산이 유일하게 조건을 충족시킨다"라고 계속 주장합니다.
그래서 계속 가리왕산으로 하자라는 의견입니다.
(이전 논의 했을 때 가리왕산 이외 대체부지는 검토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대체부지조차 검토가 안된다니요!)
강원도 동계올림픽 지원단은 "먼저 가리왕산 먼저 조사해서, 문제점 확인하자"라는 입장이고,
녹색연합은 "가리왕산을 특정하는 조사단에는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계속 의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로 답답하긴 마찬가지이겠지요.
유치공약과, 환경문제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미국 덴버는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음에도 환경문제로 주민투표를 통해 개최권을 반납하고,
노르웨이 릴레함메르는 철새보호구역 파괴 위험으로 경기장을 옮기고, 경관 훼손을 이유로 세계 최초로 동굴에 아이스 하키 경기장을 설치했습니다.
일본 나가노는 활강경기장 시작점이 국립공원과 겹치기 때문에 시작점을 조정하겠다고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첨예하게 대립하여 접점을 찾았고, 일부 겹치는 부분은 '언덕'을 만들어 국립공원 지역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도록 조정했습니다.
평창보다 4년 앞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러시아 소치는 현재 환경문제로 국제적인 질타를 받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역인 코카서스 산맥(Caucasus mountains, 카프카스 산맥으로도 번역되네요)에 건설 예정이었던 경기장 2군데를 이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소치는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곳입니다. 건설현장만 200여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개최 해야하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건설 속도가 빨라 환경에 주는 피해도 굉장히 크다고 합니다.
소치 이후 개최하는 것이니 만큼 환경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요?
가리왕산 임도에서 바라본 중봉 능선입니다. 나무가 전부 빽빽해서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숲 안에서 바깥 바라보기도 힘들 정도예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은
"지속 가능성", "기존 경기장의 재사용", "동계올림픽 인프라구축", "30분", "환경", "이전 국제경기 및 챔피언십을 개최한 이력이 있음" 입니다.
IOC도 개최지의 환경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있고,
"환경"은 이미 올림픽 정신에 들어가 있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충분히 IOC와 논의하여 경기장 부지 이전도 가능합니다.
(릴레함메르, 나가노, 소치의 선례가 남아있지요)
그리고 이렇게 가리왕산 활강 경기장 건설 문제가 사회적인 논란이 된 이유 중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올림픽과 환경의 가치 중 환경의 가치를 조금 더 생각하고,
가리왕산이 개발되는 것에 아쉬워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건설자재, 건설공법을 '친환경'으로 했다고해서 "환경 올림픽"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친환경 건설공법도 중요하지만요)
왜 간판만 친환경으로 달려고 할까요?
릴레함메르는 분해되는 비닐 사용, 가능한한 가건물을 사용하여 '2주' 동계올림픽 이후 경기장으로 인한 훼손-보수유지비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였고 현재까지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이 '환경 올림픽'의 정석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많은 경기장을 재사용하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몇 백년동안 지켜진 가리왕산을 훼손하는 것은 너무나도 큰 환경적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평창의 맑은 이미지 만큼,
환경적인 동계올림픽이 개최되길
그리고 가리왕산은 개발되지 않고, 다시 몇 백년을 이어 몇 천년동안 유지되는 숲이 되길 바랍니다.
* 보시면 좋아요!
KBS 시사10 "천년의 숲 가리왕산" : KBS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VOD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보러가기)
가리왕산의 모습, 생태는 어떤지 영상을 볼 수 있고, 이전 동계올림픽 개최지들의 환경문제를 다루는 웰빙다큐입니다.
* 가리왕산 논란과 새로운 대안, 이렇게 보도 되었습니다!
KBS : http://news.kbs.co.kr/society/2011/12/26/2409703.html
YTN : http://www.ytn.co.kr/_ln/0103_201112260513153663
MBN : http://mbn.mk.co.kr/pages/news/newsView.php?category=mbn00009&news_seq_no=1139059
(위 3개의 방송에서는 강원도 영월군의 대안부지 영상도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11723.html
한겨레 사설 :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511725.html
경향신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2252003331&code=940701
동아일보 : http://news.donga.com/3/all/20111225/42866239/1
국민일보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5684219&cp=nv
내일신문 : http://www.naeil.com/News/politics/ViewNews.asp?nnum=641814&sid=E&tid=0
한국일보 :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12/h2011122520421621950.htm
이데일리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DA42&newsid=01144726596482456&DCD=&OutLnkChk=Y
오마이뉴스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75501
연합뉴스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5436356
라디오는 MBC라디오 '세계는, 우리는", 그리고 SBS라디오 "김소원의 시사전망대"에서도 다루어졌습니다.
가리왕산이 어서 활강경기장 예정지에서 벗어나 천연 그대로 남게되어
나중에 가족과 함께 가리왕산 품에 놀러가고 싶은 자연생태국 활동가 이자희가 작성했습니다.
가리왕산 지키기에 애정보내주세요!
'활동이야기 > 백두대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대안 모색 (1) | 2012.04.04 |
---|---|
대청봉보다 더 높고 더 고독한 곳 (0) | 2012.02.03 |
북한산에서 울려퍼진 크리스마스 캐롤, 쫄면안돼~ (1) | 2011.12.16 |
고집 센 선한 사람, 박그림 선생님을 만나다 (0) | 2011.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