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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캠페인 첫날. 하늘은 구름에 가려 흐릿하고 햇빛은 희미하게 땅을 비춘다. 들숨 날숨에 맞춰 연기도 들락날락 거린다. 바쁘디 바쁜 사람들 틈에 끼어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탄다. 새로운 장소에서 무언가 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이 뜀박질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천 지하철 계단을 하나씩 밟을 때마다 가슴의 펌프질도 더욱 박차를 가한다.(절대 늦어서 뛰어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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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을 할 신세계백화점 뒤 공터에 도착하여 행사장을 설치하니, 희미하게라도 비추던 햇빛은 건물에 가려 행사장은 그늘에 물들고 매섭게 부는 바람에게 베인다. 사람들도 그늘에 삼켜져 뜨문뜨문 보일 뿐이다. 곰 두 마리가 슬그머니 나타나자 그늘은 사람들을 토해내고 사람들은 곰들에게 하나 둘씩 달라붙는다. 캠페인의 주인공은 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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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사람들은 걸어 다니는 곰을 보고는 화들짝 놀래며 ‘귀엽다’하며 다가가지만, 철창에 갇혀 웅담을 채취당하고 있는 곰을 보고는 화들짝 놀래며 멀찍이 떨어져 빙 둘러갈 뿐이다. 아직 곰은 무서운 동물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만이 철창안의 곰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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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희한하게도 인사동거리와 달리 사람은 거의 없지만 서명의 숫자는 비슷하다. 서울과 인천은 뭔가 다른 건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
시간은 흘러 또랑광대의 공연시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곰들이 손짓하고, 스피커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와 북소리, 태평소, 장구로 아무리 사람을 불러보아도 소리들만 허공에서 춤출 뿐 도무지 반응이 없다. 없어도 뭐 어쩌겠는가, 공연은 해야지. 하지만 포고문을 읽어도, 아리랑을 불러도, 허공에 불에 휩싸인 포고문이 휘날려도, 곰이 아무리 뛰어보아도 우리의 박수소리만이 귓가에 들릴 때, 이처럼 아쉬운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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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경, 서명을 건네는 손과, 폴라로이드 셔터를 누르는 손, 팜플렛을 건네는 손이 얼어서 너무나 힘이 들 때 오히려 사람들은 늘어만 갔다. ‘왜 갑자기 사람이 몰리는 거지?’하고 물음을 던졌을 때 떠오르는 답은 한 가지였다. ‘아, 오늘은 금요일이지’그러고는 시간이 되자 우리는 시간이 흘러 어디가 그늘인지도 알아보지 못할 그곳을 슬그머니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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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일의 인천 사육 곰 캠페인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이제까지는 없었던 문제들을 발견했고 고려할 문제들은 더 늘어났다. 아는 것은 힘이라고 그랬다. 나는 서울로 가는, 따뜻한 히터가 나오는 버스 안에서 곰이 뛰노는 광경과 너와 내가 손잡을 날을, 그리고 12/1일의 광주 사육곰 캠페인을 다시한번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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