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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도, 시간으로도, 사람의 힘으로도 만들 수 없는 것이 지리산이요, 설악산이요, 북한산이다. 이곳만은 지키자고 국가가 나서서 지정한 곳이 국립공원이다. 따라서 국립공원은 보전이 제1의 원칙 이어야하며 이용은 보전을 전제로 한 이용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용과 보전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기회주의적인 발상으로 우리나라 생물자원의 핵심 공간인 국립공원에 케이블카와 같은 개발 사업을 승인한다면 국립공원이라는 제도도 필요 없고 환경부 역시 필요 없는 조직이다.
2009년 10월 12일에 시작한 케이블카반대 일인시위가 2010년 1월 19일로 100일을 맞았다. 인간의 수명으로는 짐작도 하기 어려운 시간을 수많은 생명들을 품고 거친 사람들의 발걸음을 몸에 새긴 세월에 비하면 100일은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유난히 춥고, 많은 눈과 세찬 바람으로 기억된 겨울을 산에서, 거리에서 지내기엔 긴 시간이었다. 동식물의 마지막 피난처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올리려는 욕망과 마주해야하는 아주 고통스런 시간이었다.
[imgright|100204_05.jpg|380||0|0]그런데 최근 참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는 ‘북한산국립공원 탐방문화 개선 대책 수립을 위한 조사연구용역’을 발주해, 북한산에 케이블카를 추진하기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탐방문화 개선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내용은 ‘노약자, 장애인 및 외국인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탐방편의시설 공급 방안을 마련’한다는 케이블카 추진할 때와 똑같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것은 북한산국립공원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케이블카반대 일인시위 100일을 맞이한 우리의 심정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넘어 허탈하기 그지없다.
북한산의 탐방문화 개선을 위한다면서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한다는 것이 도대체 국립공원을 보전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해야 될 일인가. 북한산은 이미 연간 1,000만 명이 이용하는 국립공원으로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문제인 곳이다. 관광활성화 보다는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국립공원에 대해 제대로 홍보하고 교육하는 세심한 관리기법을 요구하는 곳이다. 정상 정복형 탐방문화 개선을 위해 둘레길까지 계획하고 있으면서 국립공원을 외관상 경치만 보고 가는 관광지로 전락시켜 사람과 자연과의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는 시설인 케이블카를 탐방문화 개선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진정 우리나라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조직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자연공원법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리며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드러내는 이 때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자들이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을 발주한다는 것은 화약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100일,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이었지만 아름다운 국립공원과 함께 하는 일이어서, 우리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어서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것도 달라지지 않은 지금, 아니 오히려 더 거세어지는 개발의 광풍이 부는 지금 우리는 산을 내려 올 수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이 겨울에 산꼭대기에 있는 건 위험하다고, 100일이나 있었으니 충분히 의사를 전달한 거라고, 이제 내려올 때도 되지 않았냐고. 그러나 어떤 것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산을 내려올 수 없다. 오늘 100일을 맞이한 우리는 더 많은 국민들에게 지리산케이블카 건설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날도 지리산 위에 서 있을 것이다.
[imgleft|100204_06.jpg|233||0|0]올해는 UN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다. 인간의 개발행위는 기후변화 뿐 아니라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 문화, 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을 지정해 관리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자연보전지구는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한 곳, 자연생태계가 원시성을 지니고 있는 곳,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높은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 경관이 특히 아름다운 곳으로 이용보다 보전이 더 우선되는 곳이다. 지금 환경부가 추진하는 규제완화 법은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가 더욱 쉽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지자체가 추진하는 케이블카 건설 계획도 다 그렇다. 국립공원에 가장 종 다양성이 높은 곳으로 알려진 산 정상부에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사람들이 더욱 많이 유입된다면 결국 이 곳의 가치는 떨어지고 말 것이다.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위해 각종 개발사업 공약이 남발될 것이다. 특히 지리산, 설악산, 북한산 지역의 지자체들은 너도나도 케이블카 건설을 약속하면서 유권자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조용하던 인근 다른 지자체도 개발욕망을 키우게 될 것이다.
작년부터 케이블카 반대를 외치면 산봉우리에 섰던 많은 시민들과 '사회인사 100인 선언'에 참여한 작가, 교수, 산악인들 그리고 서명에 참여한 수많은 시민들의 힘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더 힘겨울 수도 있겠지만 2010년 새해, 희망을 가져볼만하지 않을까.
글 : 고이지선 국장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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