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의 평화가 진정한 평화이다.

 활동이야기/군환경       2011. 9. 8. 17:24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제주에 사는 토박이들은 모두가 서너 다리 건너면 성님 아우이고 친구이며 삼춘, 조케로 불려지는 사이 아닙니까? 제발 우리를 살려 줍서. 강정주민들이 죄를 지었다면 마을을 사랑한 죄입니다. 또 하나 바다를 사랑하고 구럼비 바위를 너무나 사랑한 죄목이 추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을 공동체를 아끼고 지키고 싶었던 욕심이 저들에게는 가장 큰 죄로 여겨졌나 봅니다. 4년이 넘도록 해체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공동체적인 삶을 유지하니까 저들은 우리가 두려운 나머지 강정주민을 빨갱이 취급까지 하나 봅니다. 마을공동체가 파괴되고 결국 구럼비 바위에 콘크리트가 덮인다면 결국 강정주민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제발 강정주민들을 죽음의 낭떠러지로 밀려나지 않도록 도와줍서.

(강정마을 주민 호소문에서, 2011. 8. 31)


제주사람들은 강정마을을 제일강정이라 부른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흘러 은어와 원앙이 노니는 강정천과 약근천. 매일 못의 기적이 일어나는 썩은섬(서건도). 물속에는 연산호 군락이 물위에는 조간대가 펼쳐지는 중덕 바닷가. 그리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용천수가 있어 살기가 좋다는 마을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시 강정마을을 찾았다. 불과 3개월이 지났는데, 많은 것들이 변해있다.‘해군기지 결사반대’라 적힌 노란 깃발은 더욱 많은 곳에서 펄럭이고 있다. 몇몇 활동가가 현장을 막아서던 지난 모습과도 다른 느낌이다. 주민들의 움직임이 덧붙여져 마을이 무척 분주해 보인다. 나 스스로도 말 던짐이 가벼워진 듯하다.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문제는 일상의 시작과 기도의 바람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강정마을에서는 생명과 평화에 대한 나눔이 계속되고 있다.

어색함은 없고, 모두가 평화를 꿈꾼다.

강정마을로의 제주해군기지는 2007년 5월에 결정 발표를 했다.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설명회는 없었다. 마을유권자 1050명 중 87명만 모여 해군기지에 대한 유치를 의결했다. 도 여론은 조작되고, 6월에 강정마을은 건설지역으로 결정 통보를 받게 된다. 그러나 주민들은 자체투표로 94%의 반대결정을 했다.

이 순간의 의견 갈림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전개됐다. 찬반의 의견대립은 400년을 이어온 강정마을의 200여개 친목모임을 산산이 쪼개 버렸다. 제사는 따로 지내고, 형제 부모, 친인척간의 대화는 단절됐다. 소통을 통해 삶의 연속성을 고민해온 공동체가 해군기지로 건설로 인해 붕괴되어 버린 것이다. 주민들의 심리적 피폐상태도 심각해 전체주민 중 75%가 정신이상 소견을 받았다. 자살충동을 느낀 주민은 40%에 달하고, 2007년 이후 사법처리자만 134명, 벌금은 5,0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시공업체인 삼성과 대림은 주민 14명에 2억 9천만원에 손해배상소송을 낸 상태며, 법원은 제주해군기지 반대주민 37명과 평화활동가, 강정마을회 등 5개 단체에 대해 반대투쟁 금지를 명하고 이를 어길 때마다 이행강제금 200만원을 물도록 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마을이라 한다. 강정은 이제 마을이기 보다 분쟁지역이다. 일방적, 폭력적 해군기지 공사 강행이 강정주민들의 공동체를 철저히 파괴하고 있다.

하루의 시작은 경찰과의 충돌이다. 내 마을의 발걸음도 제한되어 있다. 정부의 공권력투입은 그 자체가 폭력이다.


고양이는 신선한 생선을 먹고 싶어 하지만 물속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몽고 속담 중에서) 

지금 강정마을에는 투입된 공권력과 주민이 직접충돌하고 있다. 정부와 해군, 지역도지사는 뒷짐 지고 관망을 한다. 지휘자들은 통제를 위한 조율에 만족을 느끼고, 평화적 해결을 요구하는 민심은 깔아 뭉개지고 있다. 해군기지라는 신선한 생선을 먹고 싶어 하는 권력욕은 날로 커지지만 그 누구도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강정을 찾지 않는다.

망루에 오른 주민은 말한다. 구럼비를 나만 볼 수 있어 미안하다.

우리의 바램을 놓지 말자. 같이 바라보고 느끼길 간절히 소망한다.


강정마을 앞 바다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자 해양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이다. 2004년에는 절대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됐다. 그러나 최근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이유로 법과 절차를 무시한 채 강정해안가 절대보전지역이 해제됐다. 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누락됐던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 제주 새뱅이, 법적 보호수종인 분홍맨드라미와 해송 등의 연산호군락지는 파괴하며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 생명의 편안함을 지키는 본래의 의미는 퇴색된 채, 권력과야욕을 위한 펜스와 철책만이 현장에 남아있다. 

강정 앞 바다는 생명의 쉼터이기도 하다. 연산호 군락과 수많은 물고기가 이곳에서 숨을 쉬고 있다.

해군과 국방부는 해상수송로 보호를 위해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주도 남방 배타적 경제수역 및 해양교통로 보호는 해군이 아닌 해경의 소관 업무이다. 제주 인근 해상의 경우 서해 북방5도의 경우와 달리 해군의 호위를 필요로 할 정도의 특수상황은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발생한 사례가 없다. 20년 전부터‘중국위협론’이 대두했지만 중국 등이 해양수송로를 위협한 사례는 없었다. 해적의 위협에 대해서는 대규모 기동전단이 아니라 더 기동성 있는 소형 호위함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해군보다 해경이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면밀한 타당성은 검토·제시하지 않고, 이념을 부추겨 해군력 증강만을 주장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를 미군이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해군은 반박한다. 오직 우리 세금만으로 건설되는 해군기지라 말한다. 미국의 돈이 10원도 들어가지 않아서 당연히 미국은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미군 주둔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4조)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어디든지 미군을 배치할 권리가 있고 한국의 시설과 구역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10조에 따르면 미국은 선박과 항공기의 기착에 대해 한국에 통고만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통고조차 하지 않아도 된다. 평택 미군기지가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전략적 유연성)으로 바꾸는 육상 전진기지라면 제주 해군기지는 서태평양에서 미 태평양 함대가 해상 패권을 위한 출발지가 될 수 있다. 사업반대를 위한 주장이 아니다. 헌법을 뛰어넘는 사실이고 미국은 공공연히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해군만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 모른 척을 하는 것인지? 답답하고 안쓰럽다. 

강정마을에 웃음 꽃이 자주 핀다.서로 이야기하며 웃고, 미래를 희망하며 웃는다.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다.


2007년에 강정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해군기지의 강정입성이 마을 경제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가 주된 대화였다. 생명과 평화에 대한 서로의 대화는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4년이 지나고 옆에 계신 할머님을 바라본다. 눈시울이 적셔지고 있다. 바닷가 가로등 밑에서 진행되는 미사에서 한 신부는 소통, 평화에 대한 나눔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주민들도 함께 하고 있다. 어린아이 셋은 하모니카 연주에 덩실덩실 춤을 추고, 모두가 평화를 꿈 꾼다. 가치에 대한 서로의 작은 교감은 수천 명의 공권력보다 거대해 보인다. 진실 된 평화와 함께 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강정마을로 향하면 될 것이다.

 

글 : 정인철(평화행동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