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겨울 밀렵방지캠페인을 진행한 후...

 활동이야기/야생동물       2003. 1. 20. 12:55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녹색연합은 환경을 생각하는 산악인모임 녹색친구들과 지역에서 활발한 주민자치활동을 펼치고있는 울진참여연대와 함께 지난 1월 11일 ~ 1월 12일까지 경상북도 울진 지역에서 야생동물 밀렵방지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인간에 의해 놓여진 밀렵도구가 다시 인간에 의해 걷혀지는 순간이었다. 산 곳곳이 야생동물의 숨결로 가득 찬 듯 하다."

울진 일대는 금강송과 신갈나무 등이 울울창창한 산림생태계 보고지역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지로서도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특히 이 일대는 천연기념물 217호이자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경상북도 울진은 2000년 이후 산양이 밀렵도구인 올무에 의해 다섯 번이나 죽임을 당했던 지역으로 야생동물 밀렵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에 녹색연합은 야생동물 밀렵이 성행하는 겨울철마다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밀렵방지 켐페인을 벌이고 있다. 2003년은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회원들 그리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밀렵방지캠페인단을 구성하여 울진 소광리, 전곡리, 대흥리, 계전동 일대에서 올무제거 작업을 전개하였다.

[img:DSCN2948.JPG,align=right,width=300,height=225,vspace=5,hspace=10,border=1]총 80여명으로 구성된 밀렵방지캠페인단은 올무 제거에 필요한 연장과 도시락을 준비하여 올무, 덫, 창애 등의 밀렵도구 제거에 나섰다. 임도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후 이른 아침부터 본격적인 밀렵방지캠페인에 나섰는데, 총 여덟 모둠으로 나뉘어 밀렵구가 설치되었을 것으로 예상된 지역을 돌면서 야생동물의 흔적과 배설물도 관찰하고 곳곳에 설치된 밀렵도구도 제거하였다.

그 결과 1월 12일 하루동안 총 41개의 올무와 5개의 덫이 제거되었다. 야생동물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밀렵도구가 지속적으로 야생동물 서식처에 설치되고 있었다. 밀렵도구 방지캠페인을 전개하는 동안 노루와 고라니의 발자국, 토끼의 배설물과 싸리나무대를 끊어 먹은 흔적 등이 발견되었다. 눈 쌓인 산길에 총총히 박힌 아기 노루의 발자국은 밀렵방지캠페인단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시민들에게 백두대간의 따스한 품과 야생동물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백두대간의 산림생태계 보호와 밀렵단속에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녹색연합은 밀렵방지 캠페인 이후로도 강원도 삼척시과 경상북도 울진군 일대에서 산양서식지 조사와 올무제거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밀렵방지캠페인 참가자 녹색친구들 김진성님의 후기)

야생동물 밀렵방지 캠페인에 다녀와서...

야생동물 밀렵방지 캠페인에 참가하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영화속 한 장면이 있다.
4년전 개봉했던 블록버스터 영화 매트릭스인데,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인공지능 컴퓨터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먼 미래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몇몇의 인간이 악의 무리인 기계들을 물리치는 그렇고 그런 영화였다.
근데 주인공들의 현란한 액션보다도 내 가슴 깊숙이 남아있는 조연급 배우의 명대사가 있다.
인간이 요원들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서 그 요원(기계인간)은 이런 말을 한다.

"인간은 포유류가 아니야. 모든 포유류 동물들은 자신이 처한 자연환경에 맞쳐 서로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는데 반해 인간들은 모든 자원을 고갈될 때까지 다 써버리고는 스스로 망해버리지. 인간과 비슷한 것은 딱 하나 바이러스 뿐이야..."

계속 이대로 뱀, 너구리, 고라니, 산양 잡아먹고, 찻길 낸다고 산 뚫고, 산 깎아서 갯벌 메꾸고, 쓰레기 아무데나 버리고, 일회용품 사용하고 살다가는 영화속 일이 일어나지 않으란 법도 없다.
이번 행사는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는 당연히 나서서 일을 추진했어야 한다.
녹색연합과 녹색친구들 그리고, 많은 자원봉사자 분들이 있어서 자랑스럽고, 아직 까진 이 세상이 살아갈 만하다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범준이 형을 따라 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야생동물의 발자국, 똥, 잠자리를 보며, 조원들과 함께 기뻐하고,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지금까지는 등산로로만 다녔었는데, 길이 아닌 곳을 다니며 등산의 새로운 재미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모든 분들이 도시락을 가지고 왔던 모습들이 오랫동안 따뜻하게 기억될 것 같다.

행사를 주최하신 녹색연합 간사님 들은 힘들겠지만, 이런 보람되고, 재미있고, 유익한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는데...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 범준이형, 녹색연합 경숙씨, 향 선배, 민수, 창식이, 이쁜 언니(이름을 까먹었음 미안~) 그리고 행사에 참가한 모든 분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저는 내년에도 꼭 다시 참가 할 것을 약속드리며, 그땐 독도법을 완전히 마스터하여 이번처럼 어리버리한 일은 없게끔 하겠습니다.

행사에 참가하신 모든 분들 내년에도 다시 만나기를 바라며, 더불어 밀렵방지 캠페인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세상을 바래봅니다.

모두 모두 행복하세요.

[img:DSCN2957.JPG,align=,width=550,height=291,vspace=0,hspace=0,border=1]